[스타트人㉚] “비상장주식 거래, 새로운 패러다임이죠”

신보훈 기자입력 : 2021-03-22 07:10
오현석 캡박스 대표 인터뷰 리드 엔젤, 조합 구성해 스타트업 직원 구주 인수 토스‧컬리‧쏘카‧무신사 주주 된다...클럽딜 100여 개 결성 “자주 쓰고, 잘 아는 기업에 투자하는 개인 늘어날 것”
공모주가 뜨겁다. 지난 18일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을 기록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하루 만에 100%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스타트업에서 성장한 쿠팡은 미국 나스닥을 달궜다. 한때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하면서 한국 시장의 경쟁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상장 기업의 연이은 흥행은 비상장주식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있다. 비상장주식은 공모 주식보다 매수 경쟁이 덜하고, 유망한 기업은 상장 이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캡박스는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엔젤리그'를 운영하며 세컨더리(구주 거래) 마켓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엔젤리그는 개인이 리드 엔젤과 함께 프리 기업공개(IPO) 단계에 있는 기업의 구주를 거래할 수 있도록 클럽딜을 지원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면서 개인도 토스‧컬리‧무신사 등 유니콘 기업의 주주가 될 수 있어 새로운 투자 플랫폼으로 선택된다. 오현석 캡박스 대표는 “자주 쓰고, 잘 아는 기업에 투자하는 개인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삼성과 같은 훌륭한 스타트업이 많이 나타나고, 기업 투자의 패러다임도 바뀔 거다”고 시장 확대를 예측했다.
 

[오현석 캡박스 대표. LG전자에서 엔지니어, GS홈쇼핀에서 투자 심사역으로 일했다. 창업에 뛰어 들어 스타트업 주주명부 관리 서비스를 개발하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엔젤리그'을 내놨다. 지금까지 진행된 클럽딜은 100여 개에 달한다.(사진=캡박스)]

 
비상장 주식 관심 갖는 개인 투자자

- 세컨더리 마켓에서 엔젤리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다. 개발자 채용 중이라는 걸 꼭 기사에 넣어 줘야 한다. 토스에서 개발자를 대거 채용 중이던데, 거기서 불합격한 분들은 엔젤리그로 오면 된다.(웃음)”


- 현재 주력하는 사업은 비상장주식 거래라고 보면 되나

“맞다. 보통 구주거래라고 한다. 스타트업에서 직접 투자할 때 주식을 새로 만들면 신주 투자다. 구주거래는 이미 스톡옵션 가지고 있던 직원들의 지분을 산다.

스타트업은 직원과 연봉협상을 할 때 (현금이 부족해) 스톡옵션을 많이 제시한다. 반면, 직원들은 연봉 상승을 선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톡옵션을 가지고 있어도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엔젤리그는 그들이 비상장 주식을 판매할 기회를 제공하고, 개인에게는 공동 구매를 통해 금융 리스크를 낮추는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캡박스에서는 직접 클럽딜을 열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구주를 보유한 사람이 (조합 업무집행원 역할을 하는) 리드엔젤과 가격을 협상해 딜을 올린다. 이후 관심 있는 투자자들이 모여 조합을 결성하고,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3월 베타 서비스 시작해서 지금까지 완료된 클럽딜은 100여 개 정도 된다.”


- 100여 개는 클럽딜을 어떻게 봐야 할까. 구주거래의 수요를 확인한 숫자라고 볼 수 있을까

“맞다. (수요는) 엄청나게 확인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스톡옵션을 활성화할 가능성을 봤다. 매도자는 스타트업에 들어가 젊음을 갈아 넣은 분들이다. 더 좋은 인재가 유입되기 위해서는 (직원들도) 경제적 이득이 보여야 한다. 꿈과 도전은 말이 좋을 뿐이다. 인재를 유치하려면 실체가 있어야 하는데, 스톡옵션은 너무 먼 얘기다. 구주거래가 활발해지면 (직원들은 현금화가 쉬워지고, 스타트업은 스톡옵션으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선순환 작용을 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비상장주식 투자는 리스크가 굉장히 높다

“동의한다. 비상장주식이란 섹터는 매우 위험하다. 원금 손실 정도가 아니라 (투자금이) 아예 삭제될 수 있다. 투자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으로 해야 한다. 엔젤리그는 구주거래 방식에 대한 안정성을 높여 줄 뿐이다. 적극적인 투자자도 많으니 자산 일부를 비상장주식에 노출해보라는 거다. 자산 전체를 투자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 상당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비상장 주식을 찾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15~20년 전만 해도 기업이 돈을 모으려면 공모라는 방법밖에 없었다. 공모에는 상장이라는 과정이 필요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알 만한 기업은 무조건 상장을 했었는데, 이젠 거의 마지막까지 안 한다. 이는 스타트업‧벤처 시장과 깊은 연관이 있다. 벤처투자 시장에 돈이 많이 돌고 있다. 적자 기업도 몇 천억 씩 투자를 받을 수 있고, 상장하지 않아도 연명할 기회가 많아졌다. 기업이나 주주 입장에서 (기업가치가 높아질 때까지) 상장을 늦추고 있다. 이 시점에서 비상장 주식을 사고팔려는 수요가 생겼다.

정보의 비대칭성도 크게 해소됐다. 무신사, 마켓컬리 등 유니콘 스타트업은 재무제표가 다 공개돼 있다. 캡박스 같은 회사가 생기고,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상장주식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기도 했다. 과거에는 (일일이 정보를 찾고, 브로커를 끼거나 직접 만나서 구주거래를 해야 했지만) 쓸데없는 과정을 없애고, 편한 거래를 제공해 접근성을 높였다.

시대적 흐름으로 보면 금리가 낮아지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려는 분들도 많아진 것 같다.“

 
아는 기업에 투자하는 합리적인 투자자

- 주식, 펀드부터 부동산, 비트코인까지 투자대상은 이미 다양하다. 굳이 비상장주식까지 투자해야 하나

“지금 말한 대부분에 저도 투자하고 있다. 코인은 잘 몰라서 투자를 못했다. 주식 투자를 할 때는 ‘이 회사는 상당히 성장할 것 같아’라는 기준이 있다. 다만, 주식시장에 있는 대부분의 기업을 잘 모른다. 모르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내가 잘 알고 잘 쓰는 서비스, 주변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기업에 투자하는 선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투자 범위는 개인 관심사의 차이인 것 같다.“


- 투자자가 상장주식과 비상장주식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야 할 것 같다

“상장한 기존 회사들과 스타트업 씬에 있는 회사들은 기업가치 평가 방법이 기본적으로 다르다. 스타트업은 계속 성장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 일을 하는 방식도 제조기업과 다르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빠르게 혁신하고,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다. ‘작년 대비 이만큼 성장했다’는 식의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거다. 이 자체가 주식시장과 차별화하는 경험이다.

스타트업에는 소프트웨어‧B2C 회사가 더 많다. 삼성전자에서는 휴대폰 하나 나오는 데 1년 걸리지만, 스타트업은 매일 업데이트가 돼야 생존한다. 당연히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 미국 주식시장을 보면 탑10이 스타트업에서 성장한 소프트웨어 기반 회사다. 한국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삼성 같은 회사들은 계속 성장하겠지만, 스타트업 중에서도 훌륭한 기업이 많이 나오고, 앞으로 기업 투자의 패러다임도 바뀌리라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사업모델이 단순하다. 비즈니스 모델 1~2개로 돈을 번다. 기업에 관해 공부하기도 좋다. ‘이런 사업으로 이 정도 가치를 내는 구나’ 기업가치를 평가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투자 공부에 도움이 된다.“


- 테슬라, 쿠팡의 시가총액을 보면 전통적인 기업 가치평가 모델이 무의미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인 의견이라 조심스럽긴 하다. 주가수익비율(PER)이 과연 몇 년이나 됐을까. 100년이 안 됐다. 옛날부터 사용했다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짧은 기간이다. 이런 평가 모델이 맞는 사업군이 있고 아닌 게 있다. 스타트업 기업가치는 PER나 당장의 수익성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5~6년 전에는 ‘적자기업 쿠팡이 어떻게 될까’가 VC 업계 화두였다. 티몬, 위메프, 지마켓, 11번가, 옥션이 있었고, 신세계, 롯데, CJ 등 전통 강자도 건재했다. 어느 한 기업이 1등 하고 나머지 기업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도 했는데 아직 모든 기업이 생존해 있다. 앞으로 5년 뒤는 어떻게 될까. 미래에도 기업의 가치를 적자냐 아니냐로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진=캡박스]


- 주식시장의 정보 불균형은 많이 해소됐다. 반면, 스타트업 투자는 불확실성이 줄지 않았다. 특히, 초기 기업은 재무제표나 사업 아이템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창업자와 팀에 대한 정보는 개인 투자자가 얻기 힘들고, 개인 투자자는 다시 정보 불균형을 마주해야 한다.

“그래서 엔젤리그는 너무 초기 회사를 다루지 않는다. (극초기 회사의 가치평가를) 개인에게만 판단하라는 건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올라간 회사들,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회사를 기본으로 한다. 보통은 프리 IPO 단계 회사의 구주가 많다.”


- 국내 세컨더리 마켓은 어떻게 변할까

“해외에서도 국내 시장에 대해 검증을 많이 해줬다. 배달의민족, 쿠팡도 한국 안에서 이렇게 커질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투자 명분을 제공해준 덕분에 유니콘 기업이 더 많아지고, 상장은 점점 늦어질 거다. 이 정도는 예측 가능하다. 그러면 초기에 투자한 돈을 회수해야 하는데,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인재들에게는 훨씬 더 많은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엑시트 할 기회를 통해 보상해야 한다. 그러려면 세컨더리 마켓 활성화가 필요하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되고,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자산군이 생길 거다. 기존에 프라이빗 뱅킹을 통해서 자산관리 하던 시장도 일반인에게 열릴 거라고 생각한다. 과거 예금만 넣던 개인도 휴대폰으로 주식을 사고팔면서 적극적인 투자자가 됐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상장‧비상장 주식이 거래될 거다.“


- 캡박스의 목표는 무엇인가

“단기적인 목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이다. 지원은 많이 오는데, 딱 맞는 분을 찾기 어렵다. 장기적으로는 세상의 어떤 자산군에도 안전하고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비상장 거래로 시작하지만, 세상에는 부동산, 미술품, 명품 등 다양한 자산이 있다. 아는 사람만 투자하는 시장을 일반인도 쉽게 접근하고, 편하게 거래할 수 있게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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