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노사갈등 '펑'…노조 "2000명 구조조정" VS 사측 "근거 없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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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1-03-0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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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철회 촉구하는 하나투어 노조원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았음에도 사측은 전체 직원의 90%에 달하는 2000명을 구조조정 대상에 올렸습니다."

최근 출범한 하나투어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하지만 회사측은 "근거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노조는 "하나투어는 그동안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 등의 보조금을 지원받았음에도, 직원 2300명 중 2000명에 대한 인력감축 방침을 정하고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강행,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하나투어는 코로나19 장기화에 악화한 회사 사정을 근거로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면담에 돌입했다. 본부와 부서별로 인원을 추려 부서장 면담 등의 관련 절차도 진행했다. 이번 희망퇴직 인원 규모만도 1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와 관련, 하나투어 관계자는 "희망퇴직 건은 직원의 의향 조사 차원에서 이뤄진 내용"이라며 "강제 구조조정을 최대한 피하려는 조치"라며 "1000명 규모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노조의 주장대로라면 하나투어는 전체 직원 2300명 중 90%에 달하는 2000명을 이미 구조조정 대상자로 정한 것.

이미 하나투어는 필수 인력 200명을 제외한 전 직원이 지난해 6월부터 무급 휴직 중이다. 그마저도 올해부터는 사측이 부담해야 할 고용유지지원금 분담금(월 16억원)을 부담하지 않겠다고 해 직원의 고용불안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하나투어는 지난해 3월부터 1년째 유·무급 휴직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고용유지보다 인력감축을 위한 사측의 '명분용'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3월부터 3개월간 유급휴직을 시행했고,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간은 무급휴직을 했다. 이 기간 지원된 정부 보조금은 약 200억원에 달한다.

그는 "정부가 여행업 종사자의 고용유지를 위해 여행업종을 특별고용유지지원대상으로 지정하고 지원규모와 기간도 확대했지만, 사측은 유급휴직 연장이 아닌 무급휴직을 선택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하나투어가 유급휴직이 가능한 상황에서 무급휴직을 강행한 것은 구조조정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3분기 공시자료 기준 하나투어의 현금과 현금성자산 규모는 1141억원에 달한다. 증권업계는 하나투어가 매출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버틸 수 있는 한계점을 올해 12월까지로 예상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적자투성이던 면세점 사업을 접은 데 이어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54개에 이르던 자회사와 국내외 지사를 절반 이상 정리했다. 이어 서울 인사동 본사 사옥과 명동 티마크호텔, 남대문 티마크그랜드호텔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노조는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영난을 핑계 삼아 자신들이 원하던 대로 사업을 운영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고 주장했다. IMM PE는 지난해 2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289억2650만원에 신주 232만3000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하나투어 최대 주주가 됐다.

현재 하나투어 지분은 IMM PE가 세운 특수목적법인 하모니아1호 유한회사가 16.7%, 설립자인 박상환 회장이 7.83%를 각각 보유하고 있으며, 김진국 대표와 지난해 3월 선임된 송미선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아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하나투어 노조는 지난 3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을 요청해 놓았다. 노조가 지난달 말 정식으로 교섭을 신청했음에도, 단체교섭 공지는 물론 대화에도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노조 측 설명.

현행 노동조합법상 회사는 단체교섭 요구를 받은 날부터 7일간 사업장 게시판, 사내 통신망 공고를 통해 교섭요청 사실을 알려야 한다.

박순용 노조위원장은 "그동안 평생 고용을 보장한다던 박상환 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지난해 6월 이후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이때부터 인력 구조조정 방침을 세워놓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고회사가 보유한 400억원의 자사주만 처분해도 최소 2년은 버틸 수 있다"며 "무책임, 무능력한 경영진이 자신들 손에 쥔 것을 잃지 않으려 힘없는 직원들만 희생시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와 관련, 하나투어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구조조정 인원 2000명 얘기는 근거 없는 소리"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회사가 오죽 힘들면 이런 결정을 하겠냐"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 희망퇴직을 결정한 직원들은 3월 말일부로 퇴직 처리가 될 것이다. 사측에서는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권고사직하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인원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노조가 주장하는 교섭 관련해선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며 "지난 2일자로 고용노동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태다. 정부 측 회신 결과에 따라 노조와 대화에 나설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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