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중대재해처벌법, 시시비비(是是非非) 가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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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1-03-08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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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교수]




오랫동안 사회적 논란을 거듭했던 중대재해처벌법이 거침없이 일사천리로 제정되었다. 국회는 지난 1월 8일 재적 266석, 찬성 164명, 반대 44명, 기권 58명으로 동 법률안을 의결했다. 그리고 1월 19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를 거쳐 26일 공표되었다. 그렇지만 동법이 더해진 대한민국 법전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동 법률안에 대한 찬성 쪽과 반대 쪽 모두 불만과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찬반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양쪽의 입장을 어느 정도 적절히 타협한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졸속처리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누더기 입법이 되었다면 1년 후 시행 이전에 현행 법률을 다시 손봐야 한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2018년 기준으로 산업재해자는 10만2305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2142명이었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으로,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는 국가로서는 가슴 아프고 부끄러운 기록이지만, 우리나라의 산재발생률은 하향 추세를 보여 왔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 근로자 10만명당 치명적 산업재해 수에 의하면, 1994년에는 34.1명으로 최상위에 있었으나 그 이후 점차 감소하여 1999년 19.6명, 2006년 9.6명, 2014년 5.8명, 2019년 4.6명으로 하락했다.

이렇게 산재발생률이 추세적으로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재가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는 실제 산재사고건수와 별개로 산재사고 관련 뉴스를 과거보다 더 많이 접하게 되고 이에 대하여 국민들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 국민들이 인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안전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러한 안전 중시에 대한 국민의식 상승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절대수치상의 산재 사망자 수 감소가 정체되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 오히려 늘어난 것이 이번 중대재해처벌법이 서둘러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즉, 2016년 1777명으로 감소했던 산재 사망자 수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 2017년에는 1957명, 2018년에는 2142명으로 증가한 것이다.

산재발생률은 그 나라의 산업구조와 깊은 관련이 있다. 산재는 광공업과 건설업 부문에서 많이 발생한다. 지난 1월 기준 취업자 수를 보면, 광공업이 446만명이고 건설업이 197만명이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제조업 종사자 비율이 높은 편이고, 건설업 종사자는 상대적으로 더 많다. 이러한 산업구조는 대한민국을 받치고 있는 큰 저력이기도 하지만, 산재 발생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건설업에서의 산재 발생은 부동산 경기와 상관관계가 높은데, 최근의 부동산 경기가 전체 산재 발생을 높였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함께 플랫폼 경제 종사자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산재 측면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로 인하여 택배 퀵 등 오토바이 등을 이용한 배달이 늘어나고 있어 향후 산재 관리를 어렵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동법은 산업재해만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중대재해에는 산업재해와 함께 시민재해가 포괄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하여 경영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은 산재나 사고 발생 시 사망자가 발생하게 되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게 되는 조항 때문이다. 안전 보건 확보 의무 불이행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기는 하지만, 이 법이 시행돼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형사범으로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는 점은 경영자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런 것이 아닐 수 없다.

산재사고와 관련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니라 하더라고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여 처벌받을 수 있게 되어 있지만, 다른 점은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의무내용은 비교적 구체적이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사항은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처벌 수위도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망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되어 있는 반면에,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되어 최소 1년 이상 징역형을 내리도록 형량 범위를 상향하고 있다. 우리나라 형법은 살인죄의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죄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도록 하고 있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의 사망사고도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죄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중대과실처벌법은 중과실치사죄 이상의 형사적 처벌을 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 경영자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사업주나 근로자 모두 산재사고 등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사고는 크든 작든 확률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계기로 중대재해를 대폭 줄이기 위한 국가적 종합대책이 수립되어야 하겠지만, 산재사고를 살인죄에 가까운 중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산재 발생 억제 이전에 산업과 경제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그동안에도 산재가 발생하면 산재보험료가 올라갈 뿐만 아니라 각종의 공공사업에 입찰을 하지 못하거나 한다고 하더라도 불이익을 받도록 되어 있고, 기업이나 사업주는 비난을 받고 소송을 당하기 때문에 사업주를 전전긍긍하게 만들어 심지어 산재사고를 엄폐하는 일도 있었다.

산재사고와 관련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이외에도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민법 750조 및 756조 등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법령이 이미 존재하고 있어 이들 법령을 잘 운영하는 것으로도 중대재해처벌법의 법 취지가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동법의 시행이 아직 11개월 남아 있는 만큼 본 법이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우리나라의 중대재해를 감소시키는 전기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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