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기부하기 쉬운 사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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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산업연구실장)
입력 2021-03-0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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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산업연구실장)

 


연말정산 시즌만 되면 후회가 되는 것이 있다. 기부금을 이것밖에 내지 못했나라는 것이다. 기부금의 30%가 소득공제 대상이 되는 고액 기부는 꿈도 꾸지 못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너무나 적은 기부액을 확인할 때면 부끄러워지고, 올해는 좀 더 많이 기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우리는 배고픔은 극복했다. 빠른 경제 성장으로 30-50클럽(1인당 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에 가입한 7번째 국가가 되었다. 한국 경제의 각 분야, 예를 들면 GDP, 수출 및 소비자 시장 등의 규모는 세계 10위권 내외를 자랑하고 있다. 세계 제일의 선박, 자동차, TV, 가전제품,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의 생산국이다. 세계 5위권 내의 천연가스 수입국이면서 10위권 내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점이 보여주듯이 산업 현장은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근면하고 성실하게 달려온 우리는 이제 소비와 스포츠 분야에서도 세계 정상급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 25대 놀이공원 중에 2개가 한국에 있고, 해외여행 지출 규모에서는 세계 6위를 기록할 만큼 큰손을 자랑하고 있다. 축구는 세계 4강에 들었고, 세계여자골프 마지막 라운딩, 마지막 조에는 한국인(혹은 한국계) 선수가 거의 빠지지 않는다. 한국은 모든 면에서 발전했고 세계에서 주목받는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배부름은 아직은 극복하지 못했다. 부작용으로 양극화가 심해졌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화학공업과 경공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 부문과 내수 부문, 기업과 가계 등 산업 간, 업종 간, 기업 간, 경제주체별로 성장 격차가 발생했다. 1990년대 이후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의 생산성 열위 확대가 지속되었다. 제조업 및 서비스업 내에서도 앞서가는 업종과 뒤처지는 업종 간의 생산성 격차가 확대되었다. 예를 들면, 제조업 내 IT 업종의 생산성은 높아지는 반면, 경공업 부문의 생산성은 정체되었다. 기업 규모별로도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노동생산성이 더욱 높아졌지만, 고용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확대되는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이러한 양극화 및 불균형 성장은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는 그 속도가 매우 빠르고 이에 대한 사회적인 담론 및 공감대 형성 등이 충분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개인 간의 양극화 심화가 매우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저소득층의 소득 기반은 더 취약해지고, 고소득층의 부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도를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인 소득5분위배율을 예로 들어보자. 소득 계층을 5개로 나눠 상위 20%(5분위)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값이 1일 경우 고소득과 저소득의 소득 수준이 완전히 같아 평등하다는 의미이다. 한편, 그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 불평등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4분기의 ‘균등화 처분가능 소득5분위배율’이 4.72배로 2019년 4분기의 4.64배 대비 상승했다. 이는 재난지원금 등 정부 지원이 있었지만, 소득 불평등도가 심해졌다는 의미이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일해서 얻는 소득인 근로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다(작년 4분기 소득1분위의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3%, 59만6000원 감소). 고용 한파가 매서운 지금,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늘어난 상황에서 코로나19를 기회로 조직의 슬림화와 유연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여건은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최근 기부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훈훈하니 기대가 됐다. 기부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 등의 사회복지정책이 부의 재분배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고령화 가속 및 저성장 지속 등의 원인으로 정부 재정 확보 여건은 밝지 않다. 정부 역할만으로 양극화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서 남을 돕는 행위는 그 방식과 규모, 그리고 이유를 막론하고 큰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 위상은 높지만, 기부 성적은 아직 낮은 편이다. 자선원조재단(CAF; Charities Aid Foundation)에서 발표한 2018년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에 따르면 한국의 기부활동 순위는 150여개 국가 중 60위로 중위권에 속한다.
최근 주목받는 기부 행렬이 더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부할 대상이 좀 더 다양해져야 한다. 종교 및 자선단체 등에 집중되지 않고 문화·예술, 공공·지역사회, 의료기관, 교육기관 등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기여할 수 있다는 만족감을 충족시킬 수 있게끔 기부 대상이 더 다채로울 필요가 있다. 또한 현실적인 측면에서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하면 좋겠다. 기부금액의 15%를 환급해주는 현행 시스템은 개인 기부금에 혜택을 주는 30여개 국가 중 24위인 하위권 수준이다.
기부는 개인의 풍족한 삶과 행복 등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로도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산업자본, 상업자본 혹은 금융자본 등 눈에 보이는 자본과 보이지는 않지만 사회를 원활하게 작동시키는 시스템인 사회자본(기부, 제도에 대한 신뢰, 시민의 준법의식 등)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양극화를 최소화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토대이다.

※ 위 내용은 현대경제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닌 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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