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일자리킬러냐 파트너냐, AI氏?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산업연구실장)

 

김훈 작가의 소설 ‘칼의 노래’는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시작한다. 작가는 ‘꽃이 피었다’로 할지, ‘꽃은 피었다’로 할지 밤을 새우며 고민했다고 한다. 조사 하나 차이를 두고 고민한 결과 명문장이 탄생하고 사람 마음을 적시는 소설이 나온다. 인공지능이라면 어땠을까. 입력된 알고리즘으로 1초도 안 걸려서 문장을 작성했을 것이다. ‘꽃이 피었다’로 썼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나온 소설이 며칠을 고민한 작가의 고뇌가 선사한 감동과 여운을 줄 수 있을까. 작가의 인터뷰를 듣고 그 문장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가 몇 년이 지난 지금 인공지능에 대한 칼럼을 쓰는 이 시점에서, 어느 대목이라도 마음에 깊이 박혀 사라지지 않는 문장이 있었을지 궁금하다.

인공지능은 자동화의 다음 단계로서 효용이 매우 높은 시스템이다. 자동화는 인간의 계획된 프로그램을 기계가 수행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전기에너지가 주축인 시대에서 20세기 후반의 컴퓨터와 인터넷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산업과 일상사에서 큰 변화가 발생했다. 인간의 삶이 매우 편리해지고 생활 영역이 확장되면서 많은 직업이 생겼다.

우리가 예상하고 계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계에 입력하는 자동화, 그리고 이를 넘어서는 인공지능은 말 그대로 기계가 스스로 생각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빅데이터와 함께 이를 빠르고 오차 없이 계산할 줄 아는 컴퓨팅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에서 도출되는 결과는 얼마나 개선될지 상상이 힘들 정도로 효율성이 좋아질 것이다. 자동화에 더해 예측하기 힘들었던 문제점까지 사전에 인지하는 기능도 갖출 것이다. 안전사고는 덜 발생하고, 생산성은 향상되며, 부가가치는 더욱 제고될 가능성도 있다. 라이트 형제가 1903년 인류 최초의 비행에 성공한 이후 30년도 되지 않아 항공 산업이 등장했던 것처럼, 인공지능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분야와 방면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한편, 자동화로 인해 세상은 발전했지만 양극화나 환경오염 등 그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문제가 불거졌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대응하는 방법도 상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경제학자로서 가장 많이 듣는 이슈가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하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컨설팅 그룹인 맥킨지가 2018년에 예측하기로, 향후 30년간 인공지능으로 인해 약 8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 대신에, 신기술 수요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분야에서 약 9억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개인 입장에서 보면 내 일자리가 소멸되는 분야에 있는지가 걱정이겠다. 맥킨지의 보고서에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되면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자리 영역에서 인공지능 영향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낙관적이든 비관적이든 그 예측의 변수에는 불확실성 요소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응은 불확실성 요소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질문을 바꿔보는 것이다. 관점을 능동적으로 가져보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면, 인간은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하는가.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방향이 있겠고, 그 다음은 인공지능은 못 하지만 그래도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강조하는 방향이 있을 것이다.

우선 인공지능을 활용할 줄 아는 방향은 쉽게 말해서 컴퓨팅 능력을 키우고 데이터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미래 일꾼인 인공지능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아는 관리자가 되는 방향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습득하고 개발하면서 인류가 더 친근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될 것이다. 바람직한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체하는 완전한 자동화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수준이라는 관점을 가지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또 다른 방향은, 인공지능은 못 하지만 인간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존재 자체가 목적인 인간의 감성적인 면, 사회적으로 교감하고 나누어야만 충족되는 인간적인 면에 집중하는 것이다. 물론, 감성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인공감성지능(Artificial Emotional Intelligence)이 등장했단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는 대상이 인간의 표정에 나타나는 감정까지 확대된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0과 1의 작동인 컴퓨팅 능력이 뒷받침된 알고리즘에 근거한 인공지능은 쉽고 간단하고 직관적인 것에 강점인 반면, 인간의 감성과 감정은 그보다 훨씬 복잡할 것이다. 이런 다면적인 인간의 감성 측면을 인정하는 것도, 굳이 거창한 윤리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미래를 위한 준비 과정에 필수적인 부분이다.

결국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생활 편의를 위해서, 인간의 존엄성 위에서 구현되어야 하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적용 단계에서도 의도하지 않았던 성공과 돌이킬 수 없는 실패 모두 발생할 것이다. 다만, 두려움 때문에 인공지능이 품은 희망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활용은 우리 인간들에게 큰 기회를 가져올 것이다. 두려움을 해결하고 기회를 극대화하는 방향의 근본 전제는 ‘인공지능은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공지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