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호모 마스크스'의 또 다른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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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산업연구실장)
입력 2021-01-0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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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산업연구실장)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보급 뉴스가 들리면서 터널의 끝이 보이고 희망의 불빛도 점점 더 밝아진다. 작년 봄의 바이러스 충격이 너무 강했기에 여름을 지나면서 나타나는 경기 지표 반등 흐름이 반가웠다. 마치 경제가 정말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봤다. 2020년은 어렵지만 버텼고, 2021년은 ‘정상화’되는 과정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은 2022년이 되어서야 가능할 것 같다.

물론 수치상으로는 2021년의 경제가 크게 반등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국제전망기관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020년 -4.3%, 2021년에는 4.0%이다(세계은행, 2021년 1월 6일 발표). -4.3%에서 4.0%로 무려 8.3% 포인트나 점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4.0%의 성장 속도가 ‘반등’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임을 알게 된다. 일단, 2020년과 2021년, 2개 연도의 성장률 전망치를 평균해도 여전히 마이너스이다. 그리고 전망했던 시점별로 판단해 보아도 2021년의 성장률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코로나19의 존재가 알려지기 이전인 작년 이맘때 세계은행이 전망한 2020년과 2021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2.5%와 2.6%였다. 1년간 코로나19 충격을 겪은 이후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2.5%(2020년 1월 전망)에서 -4.3%(2021년 1월 전망)로 무려 6.9% 포인트 하락할 것이 전망된다. 반면, 동일하게 1년간의 시차를 두고 전망한 2021년의 세계 경제성장률은 2.6%(2020년 1월 전망)에서 4.0%(2021년 1월 전망)로 겨우 1.4% 포인트만 상향 조정되었다. 경제 반등이라고 말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상향 조정이다. 2021년 세계는 여전히 정상화되는 과정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실물경제의 선행지표인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경제 전망을 보수적으로 보는 이유는 여전히 코로나19 재확산,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 백신의 안전성 문제, 백신 보급 속도 등 바이러스와 관련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1900년 이후 코로나19 위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6차례 정도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대공황, 제2차 세계대전, 오일 쇼크, 리먼 사태 그리고 코로나19. 대체로 위기 때에는 마이너스 성장률, 그 이듬해에는 강한 플러스 성장률로 돌아섰다. 단 한 차례의 예외가 있었는데, 그것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였다. 사실 더 정확히 말하면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이 끝나갈 무렵 발생한 스페인독감 때문이었다.

1918년경 발생했던 일명 ‘스페인독감’은 1920년까지 유행했으며, 이로 인해 당시 세계 인구 16억명 중 5억명이 감염, 이 중 50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가 약 190만명이니, 스페인독감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나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과 함께 스페인독감 유행으로 세계 경제는 1918년 -3% 중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쟁이 끝났지만 바이러스 확산의 영향으로 1919년 세계 경제는 0%대 초반의 성장에 머물렀고, 바이러스 확산의 영향이 소멸되었다고 판단되었던 1921년까지도 0%대 중반의 성장률에 머물렀다. 21세기의 보건 상황 및 의료 기술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사람들의 활동 수준 및 그 반경 또한 100여년간의 시간 차이만큼 큰 간극이 있다. 그만큼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그로 인한 경제 충격 수준이 얼마나 크고 오래 지속될 것인가를 예단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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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확진자 수가 최근 조금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1000명 가까운 수준이다. 결국 집단 면역 효과가 안정적으로 나타나기까지 거리두기 정책을 탄력적으로 계속 시행하면서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정책 당국과 시민들은 매우 오랫동안 거리두기를 할 각오를 해야 하겠다. 의료 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백신의 최우선 목표는 고령층·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것이며, 집단 면역에 도달하기 위해 백신을 맞는다는 것은 아직 먼 이야기라고 하기 때문이다. 마음은 급하고 성과는 빠르게 나타나기를 원하지만, 10여년 걸리는 백신 개발이 1년으로 단축된 것만으로도 일단 안심해야겠다. 백신 확보·보급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지만, 평범한 국민 개인 차례까지 오려면 현실적으로 한참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스크는 최소 1년은 더 써야 할 것 같다.

1년 더 마스크를 착용하는 불편을 감수하는 만큼 보상이 있어야 할 텐데, 그 보상이 호모 마스크스의 마음과 감성에만 호소하는 정책·전략이 주를 이룬다면, 참고 견디는 1년은 희망고문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 재정수지의 건전성을 최대한 고려하면서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충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효율적인 재정집행이 요구된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되는 디지털경제 및 저탄소경제로의 전환 트렌드, 이를 선도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기술 발굴이 자유자재로 이뤄질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정상화를 넘어 새로운 시대의 트렌드를 이끌어야 한다.

뜨거운 마음과 굳은 신념,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덤비지 말고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는 차가운 이성(理性)이 필요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과 트렌드를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냉철한 ‘생각’이 뒷받침된 비전과 방향, 정책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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