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년 전 40만원 하던 월세가 올해는 30만원…단기계약도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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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1-02-1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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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로·가산디지털단지 등 산업단지 타격으로…원룸 월세 줄어

  • '비대면 수업' 대학가 월세도 타격…2학기 대면수업 기대감 존재

구로디지털단지 근처 원룸촌.[사진=신동근 기자, sdk6425@ajunews.com]


"월세 10만원 깎는 것은 일도 아니죠. 기다려봐요. 집주인하고 전화 좀 하고 올게요."

18일 방문한 구로디지털단지 내 위치한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오늘 처음 받은 손님"이라며 "기업들이 새로 들어오기는커녕 정규직 채용이 뚝 끊긴 업체들이 태반이라 임대 수요가 너무 귀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구로, 가산 일대 원룸 시장 분위기가 다 우울하다"면서 "매일 나오는 '부동산 급상승' 뉴스는 딴 세상 얘기"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가 만난 다수의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산업단지가 활력을 잃으면서 원룸을 구하려는 사람도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원룸은 위치나 크기·신축 여부 등 조건에 따라 가격 편차가 매우 심하지만 지난해 전용 16.5㎡ 기준 월세 40만원짜리 매물은 최근 25만~30만원 선으로 가격이 25%나 떨어졌다. 

구로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해당 원룸 월세가 최소 5만원에서 15만원까지도 낮게 계약된다"며 "다른 곳도 그렇겠지만 이곳 산업단지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가장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근처 지식산업센터에 위치하던 소규모 기업들이나, 기타 개인 사무실이 전처럼 유지되지 않다 보니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설명했다.

수요 자체가 줄자 임대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하고 있다. 그는 "몇 달 공실이 나는 것보다 월세를 깎아주는 것이 이득"이라며 "임대업자들이 '그냥 월세를 낮춰서 계약하자'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어 "근처 원룸촌은 8000가구 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며 "작년에는 남는 방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남아도는 방이 많다"고 말했다.

근처 또 다른 부동산 B중개업소 관계자도 "수요가 줄어드니 임대업자들이 임차하려는 사람의 말을 좀 더 잘 들어준다"면서 "임차하려는 사람이 전체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업자마다 달라서)정확히 얼마를 깎아준다고 구체적으로 말하긴 힘들다"면서도 "예전 같으면 거절했을 만큼 월세를 깎아달라고 해도 수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소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떠난 중국인 노동자들이 입국하지 않게 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구로디지털단지·대림 근처에서 일하며 저렴한 원룸을 계약하던 중국인 노동자들이 사라진 것이 월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임대업자들은 보증금을 낮추거나 계약기간을 임차인이 원하는 대로 해주기도 한다. 예전에는 1년을 고집하던 임대업자들도 최소 3개월부터 월 단위로 쪼개 계약부터 성사시키는 분위기다. 때문에 요즘에는 단기계약이 많이 늘었다.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작년 2000만원 하던 보증금을 1500만원 낮춰 500만원에 계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면서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에 보증금을 깎아줄 여력이 생겼는데 일반적으로 보증금 500만원을 월세 5만원으로 치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월세가 작년보다 20~30% 정도 낮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로디지털단지 근처 원룸촌.[사진=신동근 기자]


이어 "기존 산업단지에 있던 사람들은 1~2년 정도 원룸에 살다가 결혼하면서 아파트나 투룸 등 집을 넓혀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인구 총량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기존 수요가 거주이동을 하면서 생긴 빈자리에 코로나19로 신규 유입이 되지 않고 있어 임차인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임대업자들은 보통 원룸을 여러 채 가지고 있어 공실이 전체적으로 발생할 경우 손해가 크기 때문에 월세를 낮춰 빠르게 공실을 최소화한다는 중개업자도 있었다.

이미 임대료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만큼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낙관적인 시각도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 E씨는 "이 지역 특징상 젊은 사람이 많고 고임금을 받는 인원이 적어 주거비용을 크게 부담하지 않으려 한다"며 "서울 시내 역세권에서 이곳보다 저렴한 곳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코로나19가 회복되면 다시 금세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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