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주택시장] 출근길 청약 시대 "희망고문에 지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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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1-02-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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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전국서 로또아파트 39만 가구…실제 공급 물량 장담 못해

  • 서울 대기수요 수십만인데 올해 공급 물량은 많아야 5만

  • 2.4대책은 수년 뒤에나 현실화 "그때도 당첨 보장 아니니…"

[사진제공=연합뉴스]


“정부가 3040에 청약 문을 넓혀준다고 하는데 희망고문 같아요. 2·4 대책이 실현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더라고요. 더군다나 그때도 당첨이 보장되는 건 아니니까요.”

서울에서 전세살이 중인 박모씨(38)가 출근길 지하철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청약 일정 확인이다. “서울을 포함한 직장 인근 수도권에서 나오는 웬만한 분양 아파트 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두드렸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14일 정부가 3040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을 막기 위해 청약제도를 손질했지만 이들 세대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당장 청약 문이 대폭 넓어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올해 서울에서 공급될 예정인 아파트에 당첨될 가능성은 희박해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로또아파트 39만 가구가 쏟아진다. 이는 최근 5년 평균 민간 아파트 분양실적(28만6071가구) 대비 약 10만 가구 많은 수준으로, 작년보다도 20%나 많다.

특히 서울 강남의 경우 5개 단지에서 무려 2만 가구에 가까운 물량이 나온다. 올해 서울 민간 전체 분양 물량(4만4722가구)의 절반가량에 달한다. 

앞서 정부는 신혼부부와 생애 최초 특별공급 소득요건을 완화하도록 규칙을 개정하는 등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문턱을 낮춰줬다.

그러나 젊은 층이 청약광풍을 뚫고 나갈 수 있을 수준의 획기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공급이 수요에 한참 못 미치는 현 상황을 타개하지 않는 한 청약제도 손질은 공염불에 그칠 뿐이라는 지적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 'DMC파인시티자이'의 경우 1가구 모집에 30만명이 몰렸다. 서울 아파트를 향한 대기수요가 수십만명에 달하는 데 반해 서울 공급량은 5만여 가구 수준이다.
 

[자료제공=부동산114]


더욱이 지난해 연초 공급 물량이 4만여 가구로 잡혔으나 실제 공급은 62% 수준에 그쳤다. 올해 공급 물량도 애초 계획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사정이 이러니 수도권 외곽에서도 만점에 가까운 고점 청약통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제 경기 가평군 가평읍 대곡리 일원에 공급되는 'e편한세상 가평 퍼스트원'의 최고 당첨가점은 77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경기 성남 고등지구에서 공급한 '판교밸리자이 2단지' 전용 60㎡A의 최고점은 79점, 1단지 전용 84㎡는 75점으로 집계됐다.

자녀 수가 적거나 무주택 기간이 짧아 가점이 낮은 젊은 층이 새 아파트에 당첨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가 최근 추첨제 확대를 골자로 한 청약제도 개편안을 발표했으나 2·4 대책을 통해 공급하는 공공주택에 한정되고 앞으로 수년은 기다려야 분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3040의 서울 청약 당첨 가능성은 여전히 낮기 때문에 패닉바잉이 한 풀 꺾일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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