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체코어라고? 로봇 탄생 100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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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1-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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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페크 형제의 동상[사진=체코관광청 제공]

C3PO, 터미네이터, 아톰, 태권V, 로보카 폴리 등 이름만 들어도 친숙함이 절로 묻어나는 로봇. 그런데 '로봇'이란 이름이 어디서 유래됐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정답부터 얘기하자면 바로 '체코'다. 로봇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에 이미 체코어 로봇이 탄생했다. 로봇은 가장 유명한 체코인이자 체코어인 셈이다.

로봇(Robot)의 이름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인 1921년 1월 25일, 체코 프라하 체코 국립극장에서 'R.U.R. 로줌의 유니버설 로봇(R.U.R. Rossum’s Universal Robots)'이란 연극을 통해 세계 최초로 등장했다.

체코 출신 작가 카렐 차페크(Karel Čapek 1890~1938)에 의해 탄생한 로봇은 인조인간의 반란에 관한 작품(희곡)으로, 여기서 '로봇(Robot)'이름이 인류에게 처음 선보인 것이다. 

이후 로봇은 영어뿐만 아니라, 상상 속에서 인조인간이 등장할 때마다 어떠한 언어에서도 공통적으로 널리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과학 기술이 발달하며 현실에서도 실제 인공지능, 인조인간이 개발되자 자연스레 AI-로봇이란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

체코 언론인이자 공상과학소설가 야로슬라브 베이스(Jaroslav Veis)는 카렐 차페크의 로봇에 대해 이같은 해설기사를 남겼다.

100여년 전,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지금의 체코) 작은 마을 클라드스케 포메지 (Kladské pomezí)에서 태어난 문학계의 거성 카렐 차페크는 프라하의 국립극장을 위한 새로운 연극을 썼다.

그는 연극의 주인공을 '인공 노동자' 또는 '살아있으며 지능 있는 작업기계'로 구상했고, 그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 고민했다. 그는 먼저 'Labor(노동)'를 떠올렸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는 화가였던 형 요세프 차페크(Josef Čapek)와 소통했는데, 요세프는 그림을 그리며 심드렁하게 "로봇이라고 해"라 말했고, 로봇이라는 단어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약 10개월 후인 11월 연말, 요세프 차페크가 그린 표지로 아벤티눔(Aventinum)에서 출간됐다.

연극은 프라하 국립극장에서 초연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변경되면서 해가 바뀐 1921년, 1월 2일 국영철도 조사관이 감독을 맡는 등 아마추어 배우로 지역 연극무대에서 공연됐고, 3주 후 드디어 체코 국립극장에서 정식으로 공연이 열렸다. 폭발적 인기를 끈 R.U.R 작품은 그 후 약 6년 간 공연이 지속됐고, 티켓은 암시장에서 팔리기까지 했다.

단 1년 만에 차페크의 로봇은 R.U.R이라는 이름 그대로 미국 뉴욕에 상륙했다. 1922년 10월 9일 브로드웨이의 게릭(Garrick) 극장에서 시어터 길드(The Theater Guild) 극단에 의해 막을 올렸고 미국에서도 연극은 성공했다.

차페크는 그시대의 주제인 '기술 문명이 잠재적으로 사회에 미칠 수 있는 파괴적인 영향'을 면밀하게 탐구했다.

20세기 현대 기술, 파시즘, 전체주의 정권, 억압 등에 대항하는 평범한 민중을 옹호하는 휴머니스트였던 그는 현대성은 자신만만하고 무자비한 실용 지식과 약자를 이용하는 거물처럼, 생각과 가치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인상적인 경고성 은유를 창조해냈다.

이 은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다. 차페크는 반란과 혁명의 위협에 대해 경고한다는 가정과 그에 대항하는 이기주의적 자본주의를 냉혹하게 비판한 것이라는 의견 등 각양각색의 평이 따랐다.

어떤 관객에게는 연극의 주인공이 인간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로봇이 주인공이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차페크의 작품 속 인간 주인공인 헬렌 글로리(Helen Glory)의 이야기는 큰 글로벌 기업의 맥락, 자산 가치, 혁신적 추진력, 영향력 면 등에서 여전히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야기 속 인간이 만든 제품인 로봇은 현재 발명품과 많은 제품이 우리 사회의 생물 다양성, 지속 가능성 또는 사회적 가치를 파괴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의 창조자를 오히려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오염, 산업, 기술로 인해 유일한 행성인 지구조차 파괴될 위기에 처해있다.

차페크가 미리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확히 적중했다.

R.U.R이 상륙하는 곳마다 관객의 관심을 끌었다. 1921년 초, 연극은 독일 아헨, 폴란드 바르샤바, 베오그라드, 뉴욕에서 상연됐다.

1923년, 런던, 비엔나, 베를린, 취리히. 그리고 이듬해에는 파리, 도쿄, 부다페스트, 크라쿠프에서 상영됐다. 약 10년간 유럽의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고, 가장 최근에는 태국어와 필리핀어로 번역되는 등 여전히 새로운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이 작품은 '우주 전쟁'의 저자 허버트 조지 웰스에 의해 높이 평가됐고, 나중에는 카렐 차페크를 노벨상 후보 지명을 지지했다. 1939년 R.U.R은 영국 BBC의 첫 SF TV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했다.

훗날 유명 SF 문학가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는 로봇 주제를 개발하고 소설과 이야기에서 로봇이 취급되는 방식을 개념화했다. 인공적 존재로서 로봇은 인간에게 위협이 되지 않고 그들의 파트너, 보호자이자 하인이 되었다. 아시모프 이후의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 또는 블레이드 러너에서 볼 수 있는 인간형 로봇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100년 전 카렐 차페크 덕분에 로봇은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났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현대 신화의 창시자가 됐다. 그리고 기술의 진보로 인해 로봇 신화는 로봇의 현실로 변화하고 있다.

여기서 사족을 덧붙이자면, 로봇을 상상해낸 카렐과 요세프 차페크 형제가 자란 말레 스바토뇨비체(Malé Svatoňovice)는 체코 흐라데츠 크랄로베 지역의 인구 1500명의 작은 옛 탄광 마을로 지금은 유명 트레일 관광지다. 아래에 있으며 철도교통이 좋아 자연 속 트레일과 온천 스파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

중앙광장엔 1734년 세운 바로크 가톨릭 성당이 있으며 주변엔 7개의 용출 온천샘이 있어 수압 스파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차페크 형제는 유년 시절을 이곳에서 보내며 풍부한 상상력과 예술적 영감을 얻었으며 자신들의 작품 속에 이곳을 종종 공간적 배경으로 인용했다. 그 덕에 이 작은 도시는 '문학과 예술의 고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마을 중앙광장에 차페크 형제 동상이 세워졌다. 

마을이 속한 동부 보헤미아 흐라데츠 크랄로베 지역은 체코에서 가장 유명한 암벽지대 아드르슈파흐-테플리체(Adršpach-Teplice)가 유명하다. 거대한 바위 기둥들이 마치 숲처럼 우거진 기이한 풍경의 국립공원이다.

근교 파르두비체(Pardubice)에서는 장애물 경마대회가 열린다. 매년 약 3만명이 직접 경기를 관람하러 이곳을 방문할 정도로 유명하다.

클라드루비 나트 라벰(Kladruby nad Labem)에는 16세기 루돌프 2세 황제에 의해 설립된 왕실 종마 사육장이 있는데, 주변의 독특한 풍경과 목초지는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될 정도로 그 의미가 깊다.

주변 둘러볼 만한 곳으로 '악마의 성경'이 소장했던 브로모프(Broumov) 수도원, 바로크 양식 건축물과 스파로 유명한 쿡스(Kuks)마을, 원래 고딕양식 요새였던 노베 몌스토 나드 메투이(Nové Město Nad Metují)캐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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