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광신도 움직인다"…레딧발 매수폭풍에 헤지펀드 수 조원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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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1-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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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옵션 등으로 주가 급등 이끌어…하루 300% 상승도

  • 전문가 "설명하기 힘든 현상"…금융당국 "주의깊게 볼것"

미국 개미군단이 뉴욕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레딧의 투자채팅방인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가 주식시장에 매수 폭풍을 몰고 온 탓이다. 플랫폼을 통해 한번에 대규모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 덕에 일부 주식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7일(이하 현지시간) 타깃이 됐던 AMC 엔터테인먼트는 하루 300%가 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개미들의 매수 폭풍의 가장 큰 희생자는 공매도 헤지펀드다. 주식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들은 손쓸 사이도 없이 엄청난 손해를 떠안게 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련의 사태를 '설명하기 힘든'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당혹스러운 것은 미국 금융당국도 마찬가지다. 감독기관들은 물론 백악관까지 나서 주의깊게 보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개미군단의 매수 공격 해법을 두고 월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레딧]


◆2주간 1500% 상승한 게임스톱···콜옵션에 올라탄 개미들  

개미군단이 근거지로 삼는 곳은 '월스트리트베츠'라는 투자 채팅방이다. 이 방의 회원은 최근 300만명이 넘어섰다. 이들은 플랫폼 내에서 특정 주식이나 콜옵션으로 몰려들어가자고 결의를 한다. 가격은 급등하고, 공매도 세력은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된다. 결국 개미군단의 매수 폭탄에 공매도 헤지펀드들은 하나둘씩 항복을 선언했다. 

로이트홀트 그룹의 짐 폴슨 수석 시장 전략가는 CNBC에 "기술의 힘을 빌려 개인투자자들이 한 집단처럼 공격에 나서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다"라면서 "레딧 내 게시물들을 통해 개인의 영향력은 극대화되고 있으며, 일부는 레버리지를 사용하기도 하면서 개미들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졌다. 특히 공매도 포지션이 많은 주식들이 주로 타깃이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골드만삭스 그룹이 분류한 공매도 잔고 상위 50개 종목의 주가는 올해들어 22일까지 25%나 상승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보도했다. 

타깃 주가의 급등에 레딧 사용자들은 불과 며칠 만에 1000%가 넘는 수익률을 거둔 자신의 계좌 인증샷을 올리기도 한다.  이들은 공매도 헤지펀드를 조롱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푸르덴셜 파이낸스의 수석투자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레딧 투자 플랫폼은) 거의 사이비종교와 같은 모습을 띠고 있다"면서 “무리 지은 투자자들은 스스로 상승 모멘텀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공매도 헤지펀드만을 정복한 것이 아니라 가장 주목받는 집단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개미군단의 공급에 월가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헤지펀드의 손실이 시장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 자체가 '시장이 꼭짓점'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크로스비 전략가는 “이 같은 움직임은 시장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으며, 시장의 자신감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참여하지 않은 이들을 강제로 참여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스톱 외에도 공매도 포지션이 많은 AMC 엔터테인먼트, 베드 배스앤비욘드 등도 레딧 사용자들의 표적이 됐다. AMC 엔터테인먼트의 경우 27일 하루에만 무려 301.21%가 올랐다. 

레딧 사용자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방식은 콜 옵션이다. 옵션은 투자자가 특정 만기일 혹은 기간 내에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계약이다. 살 수 있는 계약을 콜옵션, 팔 수 있는 계약을 풋옵션이라고 한다.

최근 로빈후드 등 온라인 증권거래를 통해 옵션 거래가 싸고 쉬워지면서, 지난 몇 년간 개인 투자자들의 옵션 거래가 크게 늘었다. 레딧 투자자들은 특정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콜옵션을 사들인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관련 종목에 적은 비용으로 오른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콜옵션의 수요 급등은 주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콜옵션을 판매하는 이들은 위험 헤지를 위해 주식을 구매하고 주식 수요도 늘면서 주가가 올라가게 된다. 데이터 공급업체 트레이드 얼럿에 따르면 지난 2주간 게임스톱의 옵션거래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크로스비 전략가는 “이것은 금융시장 민주화의 일부다"라면서 “일반적으로 우리는 레버리지나 옵션 등은 헤지펀드나 전문가들과 연결된 걸로 생각해왔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헤지펀드 손실 게임스톱에서만 5조

공매도 거래는 주식 하락을 통해 차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주식을 빌린 다음 시장에 판다. 대신 주식 가격이 떨어졌을 때 더 낮은 가격에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취한다. 그러나 주식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게 될 경우 공매도를 하는 이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급하게 다시 사들일 수밖에 없다. 쇼트 스퀴즈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식의 급등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된다. 

게임스톱 가격 상승은 지난 11일 시작됐다. 이날 12.7% 급등한 게임스톱은 27일까지 폭발적인 상승을 기록했다. 지난 11일부터 27일까지 상승률은 무려 1800%가 넘는다. 결국 공매도에 참여했던 멜빈 캐피털이 대규모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게임스톱 쇼트 포지션을 접었다고 27일 CNBC가 전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공격에 항복한 것이다. 공매도에 참여했던 시트론 리서치의 앤드루 레프트는 최근의 움직임을 '분노한 군중'으로부터의 공격이라고 지칭하면서, 게임스톱 주가가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게임스톱의 주가급등으로 공매도 세력이 올해 입은 손실 규모는 무려 50억 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공매도 헤지펀드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레딧 유저들은 다음 사냥감을 찾아나서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7일 전했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게임스톱은 지난 26일 가장 많이 거래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일부 앱에서 특정 종목 거래 금지 

특정 주식들이 전례 없는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월스트리트베츠'는 월가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미 일각에서는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레딧 대변인은 CNBC에 "레딧 사이트 정책은 불법 콘텐츠를 올리거나 불법 거래를 권유하거나 촉진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면서 "필요할 경우 유효한 법 집행이나 조사를 검토하며, 이에 협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소셜 플랫폼 디스코드는 월스트리트베츠 채팅방을 차단하는 강수를 뒀다. 증오 발언을 비롯해 폭력 미화, 페이크뉴스 확산 등과 같은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고가 이어졌지만, 변화가 없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게 디스코드의 입장이다. 월스트리트베츠에서는 헤지펀드들을 조롱하고 욕하는 포스팅들도 많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온라인증권사 TD아메리트레이드는 27일 거래시간 중에 게임스톱을 비롯한 AMC 엔터 등 변동성이 큰 종목 거래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매매 급등으로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찰스 슈왑과 피델리티 등 다른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서도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나스닥의 아데나 프리드먼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베츠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콘텐츠가 주식의 비정상적 움직임과 일치할 경우 거래를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바이든 경제팀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개인 투자자의 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 2000년 초반의 닷컴버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JP모건은 27일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미국 가계의 주식 보유 규모가 지난 2000년 초반 닷컴버블 절정기를 넘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은행은 미국인의 주식비중이 높아진 것에 대해 '부정적 신호'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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