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없는 남북] ①'대북전단' 냉탕에 빠져 허우적 된 文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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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12-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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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남북관계 속도전' 구상 '대북전단'에 올스톱

  • 北 김여정 '전단' 지적 후 남북관계 급속도 냉각

  • '177석' 거여, '대북전단 금지법' 입법 강행 처리

  • 유엔·美의회 청문회 예고 등 국제사회 우려 커져

  • 정부 설득 역효과, 한·미동맹 훼손 우려 목소리도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문재인 대통령, 1월 7일 신년사 중)

남북 관계 속도전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시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다짐과 달리 올해 남·북·미는 23일 현재까지 단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남북 정상회담 추진 등을 언급하며 남북 관계를 앞세워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국면을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시사했다.

이와 함께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 개성공단·금강산관광,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등의 구체적인 남북 협력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남북미는 특히 남북은 온탕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냉탕만 들락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악재 속 ‘대북전단 살포’ 변수가 남북 관계를 악화시키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한 해였다.

 

지난 6월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개성공단 내 폭파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개성공단 지원센터 청사(오른쪽 사진)가 부서져 있다. 2019년 5월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두 건물(왼쪽 사진)을 보면 폭파의 규모를 알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화의 상징’ 공동연락사무소 무너뜨린 ‘대북전단’

‘4·27 판문점선언’ 첫 사업이자 남북의 평화와 화해의 상징이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북한의 일방적인 폭파로 사라지면서 ‘하노이 노딜’ 이후 주춤했던 남북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지난 6월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비판하며 연락사무소를 인질로 삼고 대남(對南) 군사도발 경고장을 날렸다.

북한은 김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살포 비판 담화 발표 하루 만인 지난 6월 5일 통일선전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연락사무소 폐쇄를 밝혔고, 4일 뒤인 같은 달 9일에는 남북연락채널도 폐기했다.

북한의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김 제1부부장은 6월 13일 담화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해제 행동 돌입을 예고했고, 3일 뒤인 6월 16일 오후 2시 49분경 ‘평화의 상징’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먼지 속으로 사라졌다. 이로인해 대북정책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수장도 교체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 합의 불이행에 대한 북한의 불만이 연락사무소 폭파로 이어졌다”면서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등 남북 정상 합의 이행을 위한 여야의 협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대남 군사도발 경고장을 날리고, 연락사무소를 폭파했지만, 불만의 본질은 ‘최고 영도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 대통령 간의 약속 즉 남북 정상 간 합의사항을 제때 지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화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남북 정상 합의 이행을 위한 환경 마련보단 김 제1부부장이 지적한 ‘대북전단’에 초점을 맞추며 북한의 분노를 잠재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과 정부는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입법에 속도를 냈고, 22일 국무회의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의 대북전단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남북 관계 발전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6개월여 만이다. 개정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관보에 게재돼 공포되면 내년 3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北 침묵 속 국제문제로 번진 ‘대북전단 금지법’

문제는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남북 관계만 바라보다 한·미 동맹까지 위험해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유엔, 미국 의회·정부, 영국, 일본 등은 개정안이 ‘인권’ 및 ‘표현의 자유’를 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미국 의회는 내년 1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관련 청문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측에 따르면 미 의회의 초당적 국제인권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한국 야당 측에 청문회 개최를 위한 공동작업을 제안했다.

정부와 여당은 국제사회의 이런 우려를 ‘소통’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나고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칼 거슈먼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 회장은 대북전단 금지법인 남북 분단의 벽을 높일 것이라면서 통일부가 본인의 발언을 왜곡했다고 비난했다.

거슈먼 회장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 등과의 인터뷰에서 서호 통일부 차관의 지난 20일 NK뉴스 기고문과 관련해 “정보의 확산을 범죄시해서는 효과적으로 인권을 향상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서 차관은 기고문에서 북한 인권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남북한 간 대화와 교류 및 협력을 확대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인권 문제와 관련된) 목표를 이루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거슈먼 회장은 아울러 통일부가 최근 배포한 자료에서 자신의 발언을 잘못 사용했다며 “실망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지난 6월 거슈먼 회장의 미국의소리(VOA) 인터뷰 발언을 인용해 대북전단 살포가 효과적인 정보유입 방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거슈먼 회장이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금지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대북전단 살포 금지가 평화를 도모하기는커녕 한국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만을 손상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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