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금지법' 北 침묵 속 국제갈등으로…文정부-美·유엔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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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12-1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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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국제사회 지적에 통일·외교 중심 조직적 반박

  • 통일 '유감' 표명…외교 장·차관 인터뷰서 정당성 강조

  • 美 의회 내년 1월 이후 '대북전단 금지법' 청문회 예고

지난 6월 22일 밤 경기 파주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이 23일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 야산에 떨어져 있다. 발견된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은 2∼3m 크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가의 사진이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이하 대북전단 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대북전단 금지법이 120만명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법적 조치이자,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등으로 구성된 인권단체는 정부가 헌법으로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강제로 제한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유엔, 미국 의회 등 국제사회에서도 북한 인권 개선을 탄압하는 조치라고 날을 세우며 대립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립 등 대북전단 금지법을 둘러싼 논쟁이 점차 가열되는 가운데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북한은 18일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대북전단금지법 입법, 국방예산 감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회원들과 관계자들이 법안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엔에 '유감' 표명한 통일부···장·차관 앞세운 외교부

이 과정에서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유엔 측에 ‘유감’을 표명했고, 외교부는 장·차관을 앞세워 미국 의회의 비판에 정면 반박했다.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가 외교·통일부처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반박 움직임에 나선 셈이다.

전날 통일부는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북전단 금지법 재검토를 권고한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에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absolute) 권리’가 아니라며 접경지역 주민들이 수년 동안 전단 살포 금지를 요청했다고 언급했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해 “120만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조치”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을 소통을 통해 잠재우겠다는 입장이다.

최 차관은 “정부 대 정부 간의 외교도 중요하지만, 미국 의회, 상대국 의회, 상대국 시민단체까지 저희 외교관들이 설명을 참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런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북전단 금지법 입법 추진 과정에서 이미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국내 비판과 함께 ‘표현의 자유 훼손’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 목소리가 등장했다고 지적한다. 현재 정부가 내세운 ‘소통을 통한 해결’이 뒤늦은 조치라는 얘기다.

아울러 차기 미국 행정부의 수장인 조 바이든 미국 대선 당선인이 인권문제를 중시하는지 알면서도, 유엔·미국 의회와 대립하는 상황까지 오게 했다는 쓴소리도 존재한다. 바이든 당선인이 대북전단 금지법을 인권문제로 지적하게 되면 한·미 관계는 물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나아가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 차관은 이날 라디오에서 “생명권과 표현의 자유가 양립된 것처럼 돼 있는데 사실 이 법안이 통과되기 전의 맥락을 볼 필요가 있다”면서 과거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북한이 고사총을 발사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6년 대법원판결을 예로 들며 “지역 주민들 생명권이 위협됐을 때는 (표현의 자유 허용이) 상당히 어렵다고 했다”며 “유사한 판결과 판례가 미국에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美 인권위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대북전담 금지법' 청문회 연다"

그러나 미국 의회에서는 대북전단 금지법과 관련된 청문회 개최가 언급되는 등 상황은 점차 악화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날 미국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한국의 대북전단 금지법과 관련해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전 세계 인권문제를 다루는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공화당 측 관계자는 지난 16일 내년 1월 새 회기가 시작되면 한국의 대북전단 금지법 등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달 내에도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지만, 미국 의회의 이번 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해 다음 회기가 시작되는 내년 1월 초부터 청문회의 구체적인 일정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미국 의회에서 대북전단 금지법 관련 청문회가 열린다면 의회 측에서 주미대사 등 우리 정부 측 인사의 참석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이날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예단해서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 “정부는 인권을 타협할 수 없는 가치로서 어느 가치보다도 존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소통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 의회) 인권위원회는 세계 각국 인권문제에 대해 수시로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북한 관련해서 어떤 논의가 있는지, 논의 개최하는지는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청문회를 개최하지 않을까”라며 한국 입법과 관련해 미국 의회가 청문회를 개최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접경지역 주민, 남북 관계 관련 일부 단체들은 대북전단 금지법 입법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이날 ‘대북전단살포 금지법 통과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공동성명’을 발표, 대북전단 금지법이 ‘접경지역 주민 안전법’으로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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