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지금·여기·당신] 음악 공공 서비스가 어루만질 '코로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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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20-12-1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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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이 마련한 음악을 통한 공공서비스

  • 악기 나눔, 음원 만들기 등을 통해 코로나 상처 시민 치유


코로나19가 온통 우리 삶을 짓누르고 있다. 그럼에도 세상은 돌아가고 인생도 계속 살아가야 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가무(歌舞)를 사랑하는 동이(東夷)족의 후예로, 많은 한국인에게 음악은 소중하다.

피에르 푸르니에가 켜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무반주첼로곡, BTS의 다이너마이트, ‘트바로티’ 김호중의 노래로 여는 아침은 고통 속 위안을 준다. 해 저문 저녁, 쓸쓸한 겨울밤,  ‘또 하루 멀어져 갈’ 때도 그렇다.

장르는 다를지언정 각자가 듣고, 때로는 부르거나 연주하는 모든 음악은 우리가 삶을 이렇게 살아‘내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바이러스에 지치고 아픈 우리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그래서 음악은 온전히 개인적으로 즐기는 사적인 취향이면서도 공공(公共)의 서비스가 필요한 영역이다. 음악이 주는 혜택을 스스로 손쉽게 찾는 사람이 많지만 경제적 사정 등으로 음악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이들도 꽤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통한 공공서비스’를 생각해보면 떠오르는 게 많지 않다.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공연, 재능 기부 등은 일부 단체와 개인들이 하는 자원봉사 수준이다. 정부 정책도 별로 없다. 그런데 서울시는 하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서울 종로구 낙원악기상가 1층에 ‘서울생활문화센터-낙원’(이하 낙원센터)이 문을 열었다. 이곳은 서울시민을 위해 음악과 악기로 공공 서비스를 하는 곳이다.
 

낙원상가 1층에 자리한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 [사진=서울시 제공]


◆문은 닫혔지만 '포스트 코로나' 대비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과 파고다 공원 사이, 익선동 입구에 맞닿은 낙원상가 1층에 자리한 이곳 사무실을 찾았다. 1968년 문을 열 당시 낙원상가는 1, 2층을 도로가 관통하게 설계된 신개념 빌딩이었다. 건물이 품은 도로 양편은 주차장이었는데, 서쪽 주차장 전체가 시민을 위한 음악 공공 서비스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낙원상가 남북 도로와 평행하게 늘어선 11개의 큐브형 건물이 낙원센터다.

올해 몇 차례 연기 끝에 문을 열었으나 불과 두 달도 안된 지금은 코로나로 문을 닫은 상태다. 그렇지만 직원들은 온라인을 통해 코로나 이후, 내년을 대비하고 있다.

김소연 낙원센터 홍보실장은 “지금 비록 잠시 문을 닫고 있지만 내년, 코로나 이후 더 많은 시민들에게 더 좋은, 음악을 통한 공공서비스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센터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지금 센터가 하고 있는 일, 내년 업무 계획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낙원센터 악기 수리 공방인 수리수리공작소. [사진=이승재]


◆악기 나눔, 음악 DB 등을 통한 공공서비스
지난 11월까지 낙원센터는 악기 나눔 사업을 벌였다. 시민들로부터 악기를 기증 받고 이를 잘 수리해 서울시 각종 시설에 보내는 일이다. 서울시 ‘아름다운가게’ 29곳과 협업했는데, 내년에는 더 늘릴 계획이다.

또 일부 악기는 시민들에게 저렴하게 대여한다. 지금은 못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한 달 5000원에 키보드를, 3000원에 첼로를 빌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음악 관련 데이터 베이스(DB)에 기반해 악기 강습 및 수리 등에 대한 정보 안내를 더 확대할 생각이다. 연습실, 스튜디오, 음악감상실도 다시 문을 열어 시민들에게 음악을 만들고 연습하고 듣는 공간을 제공하게 된다.
 

낙원센터 악기 보관 창고. 시민들이 기증한 악기들로 가득하다. [사진=이승재]


아마추어 음악인들을 대상으로 <만들기> 시리즈는 내년에도 진행한다.

올 초부터 온·오프라인을 통한 '생애 첫 음원 만들기' 대회를 열었다. 음원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미발표곡을 불러 제출하면 낙원센터에서 믹싱 등 각종 후속 작업을 지원해 최종 음원을 탄생케 하는 방식이다. 1차 우승 팀 '온오프식스', 2차 우승 팀 ‘어차피’, 3차 우승 팀 ‘칠보장’이 스타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내년에는 다시 시작, 더 많은 참가자들을 기다린다.

'생애 첫 온라인 단공(단독공연) 만들기'도 한다. 일반 시민들과 함께하는 '나만의 노래 만들기'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4시간 동안 내 노래를 작곡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는 인근 특성을 고려해 ‘실버 밴드’를 만들어 공연까지 준비했지만 코로나19 탓에 이 역시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아이돌 팬덤, 전시 공간 제공
낙원센터 소형 큐브형 건물 11개 중 가장 눈길을 끈 공간은 갤러리였다. ‘낙원역사갤러리’는 낙원상가와 우리 대중음악과 관련된 사진, 트로피 등 각종 실물 자료를 볼 수 있다. 고색창연한 가요제 트로피, ‘서태지와 아이들’ 팬이 한땀 한땀 수를 놓아 만든 어린이 운동화도 전시돼 있다. 화면을 터치하면 과거 각종 자료를 볼 수 있는 모니터(키오스크)도 몇 대 설치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팬이 기증한 물품. [사진=이승재]


무엇보다 내년부터 이곳은 아이돌 팬클럽이 개최하는 전시회 공간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김소연 실장은 “아이돌 팬클럽에 가입한 중·고등학생들이 많은 돈을 주고 카페, 갤러리를 빌려 아이돌 그룹 멤버 관련한 전시회를 하고 있다. 이 갤러리를 이용하면 어린 학생들이 돈을 많이 아낄 수 있다”며 웃었다.

비록 지금은 휴관 중이나 코로나19를 이겨낸 뒤 시민들은 이곳에서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게다.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듣고, 악기를 수리해 이웃과 나누고, 좋아하는 가수를 향한 ‘팬덤’이 펼쳐지는 열린 곳으로 말이다.


P.S 서울시 생활문화센터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생활문화 활동을 누릴 수 있도록 권역별로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이 사업의 세 번째 프로젝트로 낙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앞서 2012년 신도림센터(전시·무용)와 2018년 체부동센터(오케스트라)가 개관했다. 지난 11월 4일에는 청년 문화를 위주로 하는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가 열렸다. 서교센터는 홍익대와 가까운 지역 특성을 살려 인디음악·연극·댄스 등 청년 공연문화 활동을 지원한다.

취재 도움=박하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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