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이도 산다] ①시동 건 디지털화폐 개발...세계 각국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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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0-12-1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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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화폐 선두주자 중국...본토 이어 홍콩서도 공개 시험

  • 싱가포르, 블록체인 기반 결제 플랫폼 개발 중...'세계 최초'

  • 사우디·UAE 공동 개발한 디지털화폐 출시 임박

세계 각국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ies)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감염 우려가 있는 접촉식 화폐보다는 비접촉식 디지털화폐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역시 비대면 중심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은 디지털화폐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80%가 이미 디지털화폐에 관한 연구나 실험,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BIS는 "오는 2026년에는 전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20%가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전 세계 디지털화폐 개발 현황[자료=medici research 캡처]

 
디지털화폐 선두주자 중국...본토 이어 홍콩서도 공개 시험
전 세계에서 디지털화폐 도입에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중국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선전에 이어 쑤저우에서도 법정 디지털화폐인 '디지털 위안화'에 대한 대규모 공개 시험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 장쑤어 쑤저우시는 인민은행과 함께 시민 10만명에게 디지털 위안화를 각각 200위안(약 3만3000원)씩을 나눠준다고 밝혔다. 이는 총 2000만 위안 규모로 선전에서 진행한 1차 공개 시험 때보다 참가 인원과 전체 액수가 두 배로 많다. 또 이번 공개 시험에서는 처음으로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오프라인 상황에서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는지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의 시험 무대를 홍콩으로까지 확대했다. 홍콩은 중국 본토와 다른 법정 통화를 사용하고 있어 이번 공개 시험은 디지털 위안화의 세계 무대 진출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웨이원 홍콩금융관리국(HKMA) 총재는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디지털 위안화의 역외 지불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홍콩과 본토를 오가는 여행객들에게 더 큰 편리함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웨이보 캡쳐]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활용해 미국 달러를 바탕으로 한 국제 경제 질서에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하려 한다는 얘기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결제 규모 면에서 디지털 위안화는 미국 달러 결제 시스템(SWIFT)에 비해 작아 당장 미국에게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신속성과 편리함을 무기로 순식간에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싱가포르, 블록체인 기반 결제 플랫폼 개발 중...'세계 최초'
싱가포르도 디지털화폐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싱가포르통화청(MAS)은 '프로젝트 우빈(Ubin)'을 통해 저비용·고효율의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도매용 디지털화폐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통화청이 개발 중인 디지털화폐는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 플랫폼을 국가단위로 구축하는 것으로, 성공한다면 '전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다. 

최근 코트라는 싱가포르의 디지털화폐 개발 상황과 향후 방향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이 함께 개발에 참여한 '프로젝트 우빈'은 지난 7월 사실상 시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앞으로 40여개의 금융·비금융 기업과 함께 최종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상용화 단계에서는 디지털 싱가포르화폐를 발행해 실제 결제수단으로도 사용해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단계에서는 복수통화와 외화 환전, 유가증권 결제, 국경 간 결제 등을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싱가포르 정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월 지불서비스법 시행을 통해 전자 결제와 관련한 새로운 결제체계를 도입했다. 여기에는 싱가포르에서 벌어지는 전자 결제 토큰 서비스는 현행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 자금 조달방지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블록체인 신기술이 가진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결제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킬 경우 싱가포르 디지털화폐의 영향력이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UAE 공동 개발한 디지털화폐 출시 임박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공동으로 개발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역시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사우디 중앙은행인 사우디아라비아통화청(SAMA)과 아랍에미리트 중앙은행이 지난 1년 동안 디지털화폐 공동실험을 진행한 결과, 분산원장기술(DLT)이 국가 간 거래를 개선하고 금융 프라이버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DLT는 중앙 관리자나 중앙 데이터 저장소 없이 분산 네트워크 참여자가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 거래 정보를 검증하고 합의한 원장(ledger)을 공동으로 분산·관리하는 기술을 뜻한다.

실험은 총 3단계로 진행됐으며 6개 시중은행으로 도입 범위를 점차 확대했다. 그 결과 DLT를 활용한 분산형 결제 시스템이 중앙집중형 방식보다 개선점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디지털화폐는 기술적으로 실행 가능할 뿐 아니라 구조적 탄력성 측면에서도 중앙집중형 결제 시스템에 비해 유의미한 개선점을 가진다는 점이 확인됐다. 개인정보보호와 탈중앙화와 관련된 요건과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 가시성, 발생 화폐 추적 가능성 등 경제 위험 완화 요건들도 모두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중앙은행은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며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도 포함되도록 확대하거나 네트워크를 연결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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