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슈아 벤지오의 '엘리먼트AI', 성장 정체돼 5억달러에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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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0-12-0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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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비스나우에 IP 및 인력 흡수되고 기존 사업 중단할 듯

  • 차상균 서울대 원장 "비즈니스모델 없는 AI, 멀리 못 가"

인공지능(AI) 연구계 선구자 요슈아 벤지오(Joshua Bengio) 몬트리올대학교 교수가 창업한 스타트업 '엘리먼트AI(Element AI)'가 5억달러(약 5500억원)에 매각됐다는 소식이 나왔다. 탄탄한 비즈니스모델 없이는 탁월한 AI연구역량을 갖춘 기업도 성장하고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없음을 보여 준 사례라는 평가다.

미국 온라인 IT미디어 테크크런치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캐나다의 기업용 AI 서비스 개발 스타트업 엘리먼트AI가 클라우드 기반 IT서비스 기업 '서비스나우(ServiceNow)'에 인수됐다고 보도했다. 인수 절차는 내년초 마무리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인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테크크런치는 익명 소식통을 근거로 엘리먼트AI의 매각 금액이 5억달러 가량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작년 9월 2억캐나다달러 투자를 유치할 당시 책정된 기업가치 6억~7억달러보다는 적은 액수다.

엘리먼트AI를 인수한 서비스나우는 이 회사의 AI과학자 및 구현 전문가 등 기술담당 인력을 승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비스나우에 엘리먼트AI의 자산이 통합된 이후 엘리먼트AI가 수행해 온 기존 사업은 중단된다. 또 회사 조직 절반 정도 규모로 추정되는 해당 분야 팀 외의 구성원들은 서비스나우 안에서 다른 업무를 맡거나 퇴사할 수 있다.

엘리먼트AI는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 인텔 등 글로벌 IT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AI 전문 연구 스타트업이다. 장 프랑수아 가네(JF Gagné)와 AI 딥러닝 분야 석학 3인방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요슈아 벤지오 교수가 공동 설립했다. 서비스나우에 엘리먼트AI가 인수된 뒤 회사 최고경영자(CEO)였던 가네 역시 합류하고, 벤지오 교수는 기술 고문 역할을 맡는다.
 

요슈아 벤지오 엘리먼트AI 공동창업자. [사진=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학교 교수 개인 홈페이지]


서비스나우는 엘리먼트AI 인수를 통해 고객 중심 AI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자동화서비스 'AI이노베이션허브'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제이 나라야난 서비스나우 최고AI책임자는 "엘리먼트AI의 역량과 세계적 수준의 인재로 서비스나우는 직원·고객이 창의적 사고, 고객 상호작용, 예측할수 없는 업무 등 인간이 뛰어난 분야에 집중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은 "별다른 비즈니스모델이 없어 컨설팅 위주 영업으로 고전하던 엘리먼트AI를 워크플로 자동화 플랫폼 회사인 서비스나우가 사서 현재 있는 비즈니스를 접고 인재와 지적재산(IP)을 서비스나우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사업에 쓰겠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차 원장은 "서비스나우의 현재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SAP CEO에서 밀려난 빌 맥더멋이라 그가 왜 엘리먼트AI를 샀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개인적으로 이해가 잘 된다"며 "내 실험실 스타트업도 SAP에 인수될 때 얼마 안 되던 고객들을 모두 끊고 연구에 전념해야 한다는 조건이었고 3년 비밀 연구 뒤에 SAP HANA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엘리먼트AI는 언제 누구에게 얼마의 가격(price tag)으로 팔리느냐의 문제였다"며 "비즈니스모델이 없는 AI는 멀리 못 간다"고 말했다. 또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닷컴 모든 AI 빅테크 기업은 자체의 탄탄한 비지니스가 있었다"며 "한국의 AI 정책 결정자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점"이라고 덧붙였다.

차 원장은 "캐나다 정부도 엘리먼트AI에 상당히 투자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인수합병 가격은 마지막 투자자에겐 손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AI 거품이 꺼지는 신호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서비스나우 시총이 1000억달러가 넘는 회사인지라 5억달러 가격은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필립 보두앵 엘리먼트AI 공동창업자 겸 연구그룹 수석부사장이 작년 11월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엘리먼트AI 제공]


엘리먼트AI의 매각에 따라 한국에서도 이 회사와 협력해 온 대기업들의 AI관련 연구에 영향이 갈 것으로 보인다.

엘리먼트AI는 작년 11월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한국시장 진출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니콜라 샤파도 엘리먼트AI 공동창업자 겸 최고과학책임자(CSO), 필립 보두앵 엘리먼트AI 공동창업자 겸 연구그룹 수석부사장, 음병찬 엘리먼트AI 동북아 총괄 등 임직원이 참석해 본사의 전략과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기준 엘리먼트AI는 2차례 펀딩을 진행해 지난 2017년 시리즈A 투자자로 참여한 한화자산운용의 자금을 포함해 2억530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2017년 한화,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과 4500만달러의 공동투자기금을 조성하고 엘리먼트AI의 투자자문을 제공 중이었다. 작년 5월 신한금융그룹과 AI분야 협력확대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차 원장은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1기 입학생 중에는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전 엘리먼트AI 직원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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