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中 공략]"코로나? 새 사업기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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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타이(산둥성)=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1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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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진출 4년 빈손, 코로나에 주문 폭주

  • 다단계 기업, 전자상거래 변신 뒤 대박

  • 기술력으로 현지화 성공, 수출도 노려

  • 중국 내수중심 선회, 차별화로 승부해야

지난 18일 방문한 산둥성 옌타이(煙臺)의 펑라이(蓬萊) 국제공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국제선 여객터미널은 텅 비어 있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남은 한·중 노선도 지난해 매주 50회에 달했던 운항 횟수가 현재는 2~3회로 급감했다.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한산했던 여객터미널을 벗어나 화물터미널로 이동하자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집하장을 가득 메운 국제화물 사이를 지게차가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펑라이 공항 관계자는 "화물기 운항 횟수는 전년보다 30%, 운송량은 19% 늘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조업 재개가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국제화물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체 국제화물 중 한국발 혹은 한국행 화물이 70~80% 정도"라고 덧붙였다.

단골 고객인 LG디스플레이 등 옌타이 소재 한국 대기업 관련 화물들 틈에는 의료기기 전문기업 멕아이씨에스가 중국법인 세종의료기계유한공사에 보낸 화물도 끼어 있다.
 

멕아이씨에스 중국 현지법인 세종의료기계의 고근석 총경리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판매량이 급증한 고유량 호흡 치료기 사용법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이재호 기자]


◆코로나 터지자 주문 물밀듯

옌타이 첨단기술산업개발구(고신구·高新區) 내 공장형 사무실에서 만난 고근석 세종의료기계 총경리는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회사에는 정말 큰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멕아이씨에스가 2016년 옌타이에 설립한 자회사 세종의료기계는 지난해까지 판매 실적이 전무했다.

올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중증 환자가 급증하자 중국 각지에서 호흡 치료기 주문이 밀려들었다.

고 총경리는 "올 들어 500대 이상, 연말까지는 700대 이상 팔릴 것"이라며 "후베이성 우한에만 200대를 판매했다"고 전했다.

세종의료기계는 한국 본사로부터 핵심 부품을 공급받은 뒤 현지에서 조립해 판매한다.

코로나19 환자용 호흡 치료기를 생산하는 업체는 산둥성 전체를 통틀어 3곳밖에 없다. 기술력과 희소성으로 반전을 만들어냈다.

이 제품의 대당 가격은 6만~7만 위안으로 올해만 5000만 위안(약 84억원) 안팎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고 법인장은 "내년에는 30만 위안대 고가의 중환자용 호흡 치료기를 들여올 예정"이라며 "성능을 인정받은 만큼 추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애터미 옌타이 공장의 직원들이 한국에서 수입해 온 칫솔 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이재호 기자]


◆입소문에 0.6초당 한개씩 팔려

옌타이 고신구에 입주한 또 다른 한국 기업 애터미의 중국 실적도 호조세다.

네트워크 마케팅(다단계) 업체로 유명한 애터미는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 전자상거래 업체로 변신했다.

직접 구축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의 98%는 한국에서 직수입한다.

애터미 중국법인의 이동기 부총경리는 "현재 7~8종의 생필품을 판매 중인데 20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칫솔의 경우 0.6초에 한 개씩 팔릴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에서 직접 들여온 제품을 중국산과 비슷한 저렴한 가격에 팔다 보니 소비자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현지 판매를 시작한 애터미의 월평균 매출은 수백억원대로 알려졌다.

애터미는 콜마와 50대50으로 합작해 건강식품 헤모힘과 비타민·유산균·차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고 있다. 다음달 시험 생산, 내년 1월 양산이 목표다.

이 부총경리는 "내년에는 주력인 다단계 판매도 시작된다"며 "온라인과 네트워크 마케팅을 병행해 실적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새론오토모티브의 옌타이 사업장 전경. 연산 40만대 규모의 GM 옌타이 공장이 최대 거래처다. [사진=이재호 기자]


◆기술력 앞세워 현지화 박차 

옌타이 경제기술개발구(개발구)에 생산라인을 갖춘 자동차 부품업체 새론오토모티브는 중국 자동차 시장 침체에도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브레이크 패드(차량 제동용 부품)는 만도와 모비스 등 대형 부품업체를 거쳐 현대·기아차와 GM, 폭스바겐, 도요타 등 글로벌 브랜드는 물론 지리자동차 등 중국 현지 완성차 업체에도 공급된다.

새론의 중국 내 법인은 베이징과 옌타이, 장쑤성 창수(常熟) 등 3곳이다. 이 가운데 옌타이 법인의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유독 낮다.

연산 40만대 규모의 GM 옌타이 공장을 최대 거래처로 둔 덕분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판매 실적이 저조해 판로를 다변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기술력을 앞세워 중국 시장에서 버티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가동률은 총 캐파(생산능력)의 20% 정도"라며 "생산을 더 늘려 코로나19 사태로 부품 부족에 시달리는 미국과 남미 등으로 수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중국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내수 중심 발전을 천명한 만큼 한국 기업도 이 시장을 포기할 순 없을 것"이라며 "중국 내 지역별 또는 업종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야 시장 공략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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