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4개성 1인자 물갈이로 본 시진핑 인사 스타일

베이징=이재호 특파원입력 : 2020-11-24 10:30
지린·후난·구이저우·윈난성 당서기 교체 4곳 한번에 바꾸면서 모두 성장이 승계 친위세력·테크노크라트·충성파 뒤섞어 신중국 네번째 여성 서기, 탈빈곤 첨병 장기집권 염두 성장은 젊은 기술관료로

최근 지방정부 1인자인 당서기로 임명된 징쥔하이 지린성 서기(왼쪽부터)와 쉬다저 후난성 서기, 롼청파 윈난성 서기. [사진=신화통신]


중국의 지린·후난·구이저우·윈난성 등 4개 성(省)에서 1인자인 당서기가 동시에 교체됐다.

동북에서 중부, 서남부 변경으로 이어지는 지역적 광범위성이나 4곳 모두 2인자인 성장이 서기직을 승계한 방식 등이 꽤나 이례적이다.

이 과정에서 1949년 신중국 수립 이후 역대 네 번째 여성 당서기가 탄생하기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친위 세력이 중용된 가운데 신임 성장으로 기술 관료들이 약진한 것도 눈에 띈다.

전반적으로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염두에 둔 인사 트렌드가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習 눈에 든 시베이쥔·우주방·불도저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20일자로 지린·후난·구이저우·윈난성 당서기를 교체했다.

부패 스캔들 등 돌발 변수가 있었던 건 아니다. 바인차오루(巴音朝魯) 지린성 서기(65세)와 두자하오(杜家毫) 후난성 서기(65세), 쑨즈강(孫志剛) 구이저우성 서기(66세), 천하오(陳豪) 윈난성 서기(65세) 모두 정년에 도달하거나 초과했다.

규정상 지방정부 당서기 정년은 65세로, 임기 마지막 해에 정년에 이르지 않았다면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해 68세까지 재직할 수 있다.

중국의 고위직 인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수요를 섞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8월 후허핑(胡和平) 산시성 서기가 문화여유부 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후속 인사가 잇따른 식이다.

이번처럼 4개 성의 최고위직이 한꺼번에 바뀐 것도 드물지만, 후임자가 모두 해당 성의 성장이라는 점도 이례적이다.

지린성 성장에서 서기로 승진한 징쥔하이(景俊海)는 '시베이쥔(西北軍)'의 주력이다. 시베이쥔은 시 주석의 고향인 산시성 출신이거나 그 지역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쌓은 관료들이다.

징쥔하이는 자오러지(趙樂際) 상무위원의 산시성 서기 시절 측근이다. 특히 2012년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 묘역 증축 사업을 주도했다.

시안과기대 반도체학과를 졸업한 그는 산시성 부성장으로 재직하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에 공을 세우기도 했다.

새로 후난성 서기로 취임한 쉬다저(許達哲) 후난성 성장은 항공·우주 분야 출신 중 고위직에 오른 소위 '우주방'으로 분류된다.

후난성 류양(瀏陽)시가 고향인 쉬다저는 하얼빈이공대를 졸업한 뒤 29년간 항공·우주 분야에서 종사했다. 중국 '우주굴기'의 핵심인 중국항천과기그룹 회장을 지낸 후 공업정보화부 부부장, 국가항천국 국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중국의 창어(嫦娥) 4호가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하는 등 미·중 간 우주 전쟁이 심화하면서 기술 관료 집단인 우주방도 덩달아 각광을 받고 있다. 위안자쥔(袁家軍) 저장성 서기와 장칭웨이(張慶偉) 헤이룽장성 서기, 마싱루이(馬興瑞) 광둥성 성장 등이 우주방 멤버다.

천하오 윈난성 서기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롼청파(阮成發) 윈난성 성장은 과감한 추진력과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고향인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장까지 지낸 그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을 벌여 '만청와(滿城挖·도시 전체를 파헤친다)' 또는 '미스터 불도저'라는 별명이 붙었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우한을 시찰할 때 차관급 관료로는 이례적으로 직접 수행을 하기도 했다.

윈난성 성장으로 부임한 직후인 2017년 초 관광지 리장(麗江)에서 관광객이 현지 상인에게 폭행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현지 공안 등을 모아놓고 "이런 가게들이 활개를 치는데 왜 폐업시키지 않는가. 배후에 누가 있기 때문 아닌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은 그를 '할 말은 하는 관료'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신중국 수립 이후 역대 네 번째로 여성 당서기가 된 천이친 구이저우성 서기. [사진=바이두]


◆역대 네번째 여성 당서기 탄생

구이저우성 성장에서 서기로 승진한 천이친(諶貽琴)은 이번 인사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는 1977년 뤼위란(呂玉蘭) 허베이성 서기, 1985년 완샤오펀(萬紹芬) 장시성 서기, 2009년 쑨춘란(孫春蘭) 푸젠성 서기에 이은 신중국 역대 네 번째 여성 서기다.

현재 31개 성급 지방정부의 당서기 중 유일한 여성이며, 구이저우성 성장이 될 때도 현지 최초의 여성 성장이었다.

소수민족인 바이(白)족 출신인 천이친은 구이저우성 토박이다. 구이저우대 졸업 후 1982년부터 38년째 구이저우성에서만 공직 생활을 하고 있다.

48세 때인 2007년 구이저우성 공산당 상임위원회 일원으로 합류한 뒤 선전부장과 부성장, 부서기, 성장 등을 거쳐 서기에 오르는 입지전적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시 주석이 집권한 이후 꾸준히 강조해 온 탈빈곤 사업에서 성과를 낸 게 승진의 배경이다.

구이저우성은 중국에서 빈곤 인구가 가장 많고 빈곤 지역도 가장 넓은 곳이다. 탈빈곤 정책의 최전방으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 5년간 구이저우성의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9%로 전국 2위였다. 2017년과 2018년에는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중국 500대 기업 중 122개가 새로 입주했다.

1000만명에 육박하던 빈곤 인구는 그가 성장에 취임한 2018년 이후 계속 줄어들어 지난해 124만명 수준까지 감소했다.

중국은 내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전면적 샤오캉(小康·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달성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중이다. 이 같은 시점에서 천이친은 탈빈곤 업적을 과시하기 위해 전면에 내세우기 딱 좋은 인선이다.

베이징일보는 "천이친은 치밀하게 조사하고 현지 사정을 면밀히 살펴 문제를 해결하는 관료"라며 "가장 힘든 농가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며 (탈빈곤) 전투의 최전방에서 공격전에 임하는 간부"라고 호평했다.

[아주경제DB]


◆후임 성장에 기술관료 대거 기용

공석이 된 지린성 성장에는 한쥔(韓俊) 농업농촌부 부부장이 발탁됐다.

지린방송 등은 한쥔이 지린성 인민정부 당조직(黨組) 서기에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지방정부의 경우 인민정부 당조직 서기가 성장을 겸임하는게 상례다.

57세의 한쥔은 중국의 대표적인 농촌 경제 전문가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부주임,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 중앙농촌공작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 등을 두루 거친 뒤 2018년 농업농촌부 부부장으로 영전했다.

마오웨이밍(毛偉明) 국가전망공사 회장은 후난성 성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영 전력 회사인 국가전망공사는 세계 최대 공기업 중 하나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세계 5위에 올랐다.

그는 고향인 장쑤성에서 부성장까지 역임하고 공업정보화부 부부장, 장시성 부성장 등을 거쳐 올 1월 국가전망공사 회장으로 취임했으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후난성 권력 서열 2위가 됐다.

2017년 10월 열린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중앙후보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마오웨이밍은 지난 22일 후난성 샤오산을 방문해 마오쩌둥(毛澤東) 동상에 헌화했다. 샤오산은 마오쩌둥의 고향으로, 전임 성장인 두자하오와 쉬다저도 취임 직후 이곳을 찾았다.

천이친의 뒤를 이어 구이저우성 성장을 맡게 된 이는 리빙쥔(李炳軍) 장시성 간저우(贛州)시 서기다. 산둥화공학원을 졸업한 그는 현재 상무부로 흡수된 화학공업부에서 다년간 근무하며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다.

엘리트 관료들의 집합소인 국무원 판공청으로 옮긴 뒤에는 차관급 비서관까지 승진했다. 이후 장시성 부성장과 간저우시 서기를 거쳐 구이저우성 성장으로 부임했다.

최근 시 주석은 지방정부 1인자인 당서기에 측근을 임명하고, 2인자인 성장으로 기술 관료를 앉혀 보좌하도록 하는 식의 인사를 즐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권력 핵심부를 친위 세력으로 둘러싸 1인 체제를 공고히 하는 한편, 장기 집권을 염두에 두고 젊은 테크노크라트들을 중용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에 성장으로 임명된 이들도 모두 50대로 정년까지 최소 5년 이상 남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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