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죽어나가는데...2차 긴급대출 10%만 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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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0-11-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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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차 때보다 높은 금리...중복대출 금지 등 진입장벽 높은 탓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타격이 커지는데도 정부가 내놓은 긴급대출 상품들이 외면 받고 있다. 실수요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품 설계 때문이다. 3차 유행 이후 또 한 차례의 소비 절벽이 확실시되는 만큼 안일한 금융지원 정책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소상공인 1차 긴급대출이 소진되는 데 8개월이 넘게 걸린 데 이어, 출시 6개월이 지난 2차 긴급대출도 미진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기준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2차 긴급대출 실행액은 총 1조7977억원이다. 정부가 당초 2차 대출 규모를 10조원으로 잡았던 점을 감안하면, 소진율이 고작 10%대에 그친 셈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현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출 기준’이다.

출시 초반 한도를 1000만원으로 묶고, 1·2차 중복 대출을 금지한 게 실수요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금리를 설정한 것도 문제가 됐다. 1차 대출(연 1.5%)보다 대부분 높은 4~5%대로 적용됐다.

이에 따라 초반 흥행은 참패했고, 정부는 부랴부랴 후속조치에 나섰다. 대출 한도를 기존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2배 늘렸고, 1·2차 중복 대출도 허용한 것이다. 은행들 역시 연 2~3%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앞서 실행한 1차 긴급대출의 성적도 좋지 못했다. 지난 4월 정부가 영세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내놓은 1차 긴급대출 상품(이차보전 대출)은 다음 달이나 돼야 겨우 소진될 전망이다. 현재 4대 은행이 실행한 대출 잔액은 총 2조795억원(24일 기준)으로, 소진율은 95%가량이다.

같은 1차 긴급대출 패키지에 포함된 기업은행 초저금리대출과 소상공인진흥공단 경영안정자금과 비교하면 소진율이 저조한 편이다. 기은과 소진공 역시 시중은행과 동일한 연 1.5% 금리로 출시했지만 한 달 만에 한도가 소진된 반면, 은행권 대출은 소진까지 8개월이 넘게 소요됐다.

이처럼 소상공인 긴급대출 상품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초기부터 잘못된 설계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기은(신용등급 4~6등급)과 소진공(7등급 이하)의 경우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 신청을 받은 반면, 은행권 대출은 1~3등급 고신용자에 한정돼 운영됐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코로나19 대응 정책금융 지원 현황' 보고서에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신청이 급증해 소상공인·영세사업자의 긴급한 자금 애로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지원되는 정책금융은 각 프로그램의 소진율을 참고해 수요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1.5% 금리가 적용되는 기간이 1년에 불과하다는 점도 은행권 대출을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신한은행의 경우 1년 만기가 끝날 경우 일반자금 대출로 대환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출 가능 소상공인의 범위를 넓혀서 긴급대출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상시 근로자 수, 연 매출액 등 기준을 바꿔 소상공인 지원 요건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출 가능 대상을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류 준비와 은행의 확인 절차도 간소화할 수 있어 급전이 필요한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일면서, 연말을 앞두고 소상공인들의 자금난이 어느 때보다도 심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긴급대출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실수요와도 맞지 않아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 소상공인 2차 긴급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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