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엿보기] "중국 땅은 시장, 중국은 상인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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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11-1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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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 '新 중국인의 상술'

  • 강효백 지음 |지식과감성 펴냄

 

11월 11일은 중국 최대의 쇼핑축제가 열리는 광군제(光棍節)다. 이날은 원래 중국에서 결혼하지 않은 솔로나 독신들의 날이었다. 광군(光棍)은 중국어로 독신자를 의미한다.

그런데 중국 기업인,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는 쇼핑으로 외로움을 달래자는 기발한 상술로 이 평범한 솔로들의 날을 오늘날 전 세계인의 지상 최대 쇼핑 축제로 만들었다. 이날 하루에만 중국에선 수십조원어치의 물건이 팔리며 중국 내수경제 발전에 일조하고 있다.

중국인의 이처럼 뛰어난 상술이 그들의 핏속에 녹아있는 상인 근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전문가가 있다.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다. 주대만대표부와 상하이총영사관을 거쳐 주중대사관 외교관을 12년간 역임한 강 교수는 지난 30년간 중국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했다.

강 교수는 상인(商人)이라는 말은 원래는 중국 고대 상(商)나라에서 비롯됐다며 과거 나라를 잃은 상 나라 사람들이 설 땅이 없어져 장돌뱅이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세상 사람들이 그들을 '상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비단장사 왕 서방의 후예, 생래적 자본주의자인 중국인은 황인종이라기보다는 상인종이라고 거침없이 표현한다. 

최근 새로 출간한 저서 '신(新) 중국인의 상술'에서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중국 상인들의 기가막힌 상술을 이야기로 재밌게 엮었다. 이른바 '상인종 열전'이다.

30년간 중국을 연구한 전문가답게 각 지역별 중국 상인의 습성을 설명한 게 흥미롭다. 책은 31개 성·시·자치구에 사는 중국인이 '베스킨라빈스 31' 아이스크림 맛처럼 언어·민족·풍토·정서·관습·가치관이 모두 제각각이라며 상인들 특징도 저마다 다르다고 했다. 

예를 들면 그는 저장상인을 '중국상인의 꽃'이라고 표현하며, 저장상인도 닝보상인, 항저우상인, 원저우상인 등 세부적으로 나눠 그 특징을 설명했다.

특히 탁월한 협상가인 원저우상인과의 거래나 협상을 할 때에는 그들의 배짱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저장상인의 대표 격인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와 관련된 일화는 한 챕터를 할애해 소개했다. 

아울러 중국에서 수백년 전통 역사를 자랑하는 퉁런당(同仁堂), 루이푸샹(瑞蚨祥), 둥라이순(東來順), 류비쥐((六必居) 같은 노포가 아직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도 파헤친다.

약 5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식료품 제조업체 류비쥐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류비쥐의 장수 비결로 불용삼야(不用三爺) 규정을 꼽았다. 친인척은 물론 친자식도 고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혈족 승계가 아닌 종업원 중에서 훌륭한 인재를 선발해 후계자로 삼았다. 이는 오늘날 낙하산 인사와 온정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 시사점을 준다.

저자는 중국 땅은 온통 시장이고 중국 사람은 모두 상인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상인의 나라' 중국은 오늘날 미국과 함께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서 글로벌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중국 갑부 상위순위 2000명의 총재산은 우리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에 육박한다. 

저자는 "중국 '사회주의시장경제'에서 우리의 눈길은 뒤의 '시장경제'보다는 앞의 '사회주의'에 쏠려 왔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오늘날 중국 핵심 브레인은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힘은 '공정한 자유경쟁'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하면서 미국의 몸통에서 민주주의 정치제도(뼈)는 추려버리고, 자본주의시장경제(살)를 취해 '중국특색 자본주의' 대로를 질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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