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촉각 유통가…"내수 중심으로 단기적으론 큰 타격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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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서민지 기자
입력 2020-11-0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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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 산업 별로 없는 유통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미미할 것

  • 다만 미국 중심 경제 헤게모니 강화, 탈 중국 기조 정책으로 수출 활로 모색하는 기업들에게는 기회 될 수도

[사진제공=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두고 국내 유통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업계는 유통업이 내수 기반으로 이뤄져 있는 만큼, 미국 대선 여파에 민감한 중공업, 반도체, 바이오 등 산업과는 달리 단기적으로 비교적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든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 견제와 미국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여, 향후 해외망 개척에 나서는 기업들은 이를 감안하고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선 유통 업체들은 미국 대선에 따른 여파가 거의 없거나, 있다 해도 사실상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4일 한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경우 내수 중심이라 수출 산업이 별로 없는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율 변동에 따른 일부 제품의 소싱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해외 소싱은 연단위로 장기 계약을 하기 때문에 당장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롯데케미칼, 호텔롯데가 미국에 진출하긴 했지만 수출이 아닌 현지 합작 투자나 현지 법인 인수 형태라 타격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 역시 이마트,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에서 미국 상품 소싱을 하거나 일부 상품을 수출하고 있긴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 때문에 타격은 제한적이다.

다만 장기적 전망은 다소 부정적이다. 보호무역주의가 길어질 경우 국내 소비 위축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업계는 일시적인 환율 변동성으로 원화 가치가 올라갈 경우 해외 명품 등을 취급하는 일부 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대중국 의존도가 커 미·중 관계에 민감한 면세점과 일부 뷰티 업계에서는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만약 미·중 관계가 악화될 경우 우방국인 한국에 대한 심리 변화로 불매 운동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 트럼프 정권을 겪어봤지만 코로나19 등 대외 변수로 큰 변화를 느끼진 못했다.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속단을 자제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당장 누가 당선되느냐보다도 그 이후 행보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 역시 미국 대선이 국내 유통가에 미칠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미세하게 득실의 차이는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터라, 기업들이 이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기존의 정치색을 유지 내지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아무래도 전에 겪어보지 못한 바이든이 당선될 시, 국내 유통 업계에 미칠 변수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철휘 한국유통포럼 회장도 바이든이 당선될 시 미칠 파장이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조 회장은 "바이든이 당선되면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을 본격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전통 산업인 유통 업계에 변혁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글로벌 업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물류 업계의 경우 활동 영역이 확대될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바이든 모두 미국 중심의 경제 헤게모니를 강화하고 탈 중국 기조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핵심이라는 분석도 잇따랐다. 특히 이들 모두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교역질서 회복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돼 수출 활로를 모색하는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서용구 교수는 "미국이 대중국 견제 전략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아, 이 수출 틈새를 노리는 유통·물류 업체들이 있다면 앞으로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간 축적된 대중국 노하우를 토대로 탈중국 정책 속도를 보다 높일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당선 시 국내 기업들이 이에 대비하는 시간적 여유가 조금 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바이든은 탈중국 정책을 전개하기에 앞서 내부적인 정치 진용을 새롭게 구성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수출에 의존하는 업계들로서는 불확실성도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트럼프는 산업 투자 비율을 계속 확대할 것으로 보이지만, 바이든은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은 점도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분석했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 부회장은 "유통업은 거시경제에 종속돼 움직이는 세부 영역의 산업이기 때문에 대선 결과에 따른 파장을 정확히 진단하긴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어느 후보가 되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최첨단·정보통신(IT) 산업 등의 성장을 통한 미국 경제 부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이와 연결고리가 있는 유통 및 물류 업체라면 조금 더 사업 확장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레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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