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우편물이 사람을 찾아간다…세종시 '우정사업 자율주행 시범운영'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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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0-10-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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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본, 비대면 우편서비스 혁신 위한 기술 실용화 예고

  • 5G망 활용하는 자율주행·AI 탑재한 차량·로봇 3종 운영

  • 앱으로 접수·안내…국민편의 더하고 집배원 노동 덜어

우정사업본부가 정부 '디지털 뉴딜' 정책에 발맞춰 미래형 우편서비스의 실체를 선보였다. 사람이 우편물을 나르고 찾아가던 방식이 아니라, 우편물이 사람에게 찾아가는 방식을 구현했다. 국내 기업·연구기관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통해 개발한 기술과 장비, 5세대(5G) 이동통신망과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 시스템이 활용됐다.

사람 없이 우편물을 접수받고 달리는 무인우체국 자율주행차, 인간 집배원을 따라다니며 무거운 물건을 대신 날라 주는 추종로봇, 건물 안에 있는 수취인에게 '찾아가는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로봇이 제 역할을 해냈다. 이들 자율주행 차량·로봇은 사용자 스마트폰으로 배송 접수와 수취 정보를 처리하며 주요 우편물 취급 과정에서 사람의 손을 대신했다.

28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우정사업 자율주행 시범운영' 행사에서 연출된 무인 우편서비스 시연 장면은 이렇게 요약된다. 3대의 무인 우편서비스용 차량·로봇은 행사 전반부가 진행된 고려대 세종캠퍼스 학생회관 건물 옆 주차장에서 '제막식' 순서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 순서대로 학술정보원 건물 앞 공터로 자율주행을 시작하며 본격 시연에 들어갔다.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 자율주행 시범운영 행사 현장. [사진=임민철 기자] 
 

인간 집배원과의 운송 협업, 집배원 추종 로봇
3대의 차량과 로봇 가운데 첫 시연 주인공은 집배원 추종 로봇이었다. 이 로봇의 하체는 얼핏 봐선 야구르트 판매용 전동카트를 떠올리게 했다. 다만 전동카트와 달리 소형차 수준의 큰 바퀴를 쓴다는 점과, 몸체 위에 택배보관함 역할을 하는 길쭉한 직사각형 철제 상자를 얹은 모양이라 외형상 차이가 크다.

집배원 추종 로봇 시연을 위해 그 앞에 감색 상·하의 위에 밝은 청색·백색 조끼를 걸친 사람이 나섰다. 그가 로봇이 졸졸 쫓아 다닐 집배원 역할을 맡은 인물이었다. 집배원은 추종 로봇 앞에 서너 걸음 떨어진 자리에 서 있다가 걷기 시작했다. 로봇은 그를 조용히 쫓기 시작했다.

그런데 집배원이 10보쯤을 걸었을 때, 로봇은 엉뚱하게 왼쪽으로 크게 돌더니 멈춰 섰다. 멀리서 저물어가는 햇빛, 또는 그로 인해 길게 늘어선 집배원의 그림자 때문에 잠시 오작동을 일으킨 듯했다. 뒤를 돌아 로봇이 쫓아오지 않는 걸 확인한 집배원은 옆걸음으로 로봇이 자신을 볼 수 있는 위치에 다시 섰다. 로봇은 다시 집배원을 쫓기 시작했다.

집배원 추종 로봇은 최초 모습을 드러낸 학생회관 앞 제막식 장소에서 300m 이내 거리에 있는 학술정보원 앞 공터까지 계속 움직였다. 그 사이 로봇은 자신을 에워싼 행사 참관객과 취재진들의 접근에도 수시로 멈췄다. 사람 걸음거리에 맞춰 이동하고 주위에 장애물이나 다른 움직이는 사물, 사람이 있으면 주행을 멈추도록 설계된 모양이었다.

기술을 개발한 쪽의 설명을 들어 보니 집배원 추종 로봇은 앞장 선 인간 집배원을 알아보고 자율주행으로 그를 뒤쫓는다. 집배원을 알아보는 방식은 인공지능(AI) 학습을 통한 '옷' 인식이다. 청색·백색으로 배색된 조끼의 형태를 추적하도록 학습했고, 시야에 그런 옷을 걸친 사람이 없으면 주행을 멈추게끔 만들어졌다.

우정사업본부가 제시하는 이 추종 로봇의 쓸모는 인간 집배원의 배달업무 강도를 낮춰 주는 것이다. 현장의 시연에 가상의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이 추종 로봇은 어딘가에서 무거운 우편물을 싣고, 가상의 수취인이 있는 학술정보원 앞까지 집배원을 쫓아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백m 거리에서 수십㎏의 무거운 우편물을 사람 대신 날라 준 셈이다.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 자율주행 시범운영 행사 현장에서 시연된 집배원 추종 로봇. [사진=임민철 기자] 
 

우편물 접수·배달·수령 비대면화, 무인우체국
두번째 시연의 주인공은 현장에서 가장 덩치가 큰 자율주행차 무인우체국이었다. 실제로 무인우체국은 정면이라 할 수 있는 진행방향 쪽에 '임 세종시장 1138'이라 적힌 자동차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세종특별자치시장의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차량이라는 뜻이다.

무인우체국도 학생회관 주차장에서 학술정보원 앞 공터까지 스스로 움직였다. 행사에 참석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담당자의 설명을 들으며 무인우체국의 뒤를 따라 걸었고, 이에 현장의 취재진과 과기정통부, 우정사업본부 등 각 기관 직원들도 일제히 따라나섰다. 무인우체국도 이따금 멈추거나 방향을 틀었지만,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좌회전, 우회전을 거쳐 목적지에 닿았다.

무인우체국이 학술정보원 앞 공터의 우측에 자리잡자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참여한 우편물 수령·접수·배달 과정 시연이 진행됐다.

무인우체국은 이미 학술정보원에 나와 있는 수취인에게 배달할 우편물을 싣고 있었다. 수취인은 앞서 모바일 앱으로 무인우체국의 도착시간과 6자리 인증번호를 받았다. 수취인은 무인우체국의 열림 버튼을 눌러 문을 열고 들어갔다. 키오스크에 인증번호를 입력해 보관함의 잠금을 해제했다. 이렇게 우편물을 찾은 수취인은 무인우체국에서 나와 돌아갔다.

이번엔 우편물 배달을 접수하려는 사용자가 다시 문을 열었다. 그는 앞서 모바일 앱에 보내고 받는 사람의 주소 등 정보를 입력하고 요금도 결제했다. 사용자가 앱으로 발급받은 바코드를 키오스크에 읽히자 기표지가 뽑혀 나왔다. 이를 우편물 상자에 붙여 무인우체국 보관함에 넣고 나왔다. 무인우체국은 문을 닫고 우편물을 배달하러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 자율주행 시범운영 행사 현장에서 시연된 무인우체국 자율주행차. [사진=임민철 기자] 
 

건물 내 다수의 수취인에게 배송, 우편배달로봇
가장 크기가 작은 실내용 우편 배달 로봇이 마지막 시연을 위해 움직였다.

우편 배달 로봇은 건물 안에서 수취인이 있는 장소로 찾아가 우편물을 전달하는 역할로 설계됐다. 접수와 보관은 기존 방식대로 사람의 손을 탈 수 있지만, 이미 접수해 보관된 우편물을 마지막 배달하는 과정을 무인화했다. 작은 바퀴가 달린 끌차 위에 사무용 복사기와 소형 냉장고가 섞인 듯한 모습의 기기가 얹혀 있는 형상이다. 건물 안에서 움직임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사물과의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한 형태로 보인다.

우편 배달 로봇의 시연은 상대적으로 좁은 장소에 밀집한 행사 관계자 및 취재진들의 움직임 때문에 매끄럽지 않았다. 로봇은 학술정보원 건물 정문을 지나 건물 출입용 게이트를 통과한 다음, 건물 1층 로비에 나와 있는 수취인과 마주쳤다. 수취인은 앞서 이 로봇을 통한 배달을 신청하면서 이 로봇의 보관함 번호와 이를 열 수 있는 비밀번호를 받은 상태였다. 배달 로봇이 지정된 장소에 도착한 뒤 그와 마주친 수취인이 비밀번호를 입력해 우편물을 꺼내 가져가는 과정이 시연됐다.

이 로봇은 한 건물에 여러 명의 수취인이 있을 때 각각에게 배달할 우편물을 싣고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날 현장 시연 계획도 건물 안에서 두 번째 목적지로 이동해 다른 수취인에게 우편물을 배달하는 것으로 짜여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로봇과 차량 등의 시연 단계부터 조금씩 지연된 일정과 이 로봇의 진행경로에 사람들이 들어차 있는 등 이유로 늦어진 첫 번째 배달 시연도 간신히 진행되면서, 결국 두 번째 배달 과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일정이 마무리됐다.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 자율주행 시범운영 행사현장에서 시연을 위해 건물에 진입한 우편배달로봇의 작동 과정을 기술 개발업체 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민철 기자]


우정사업본부는 세계적 비대면 확산과 5G, AI 기술 발전으로 다른 나라에서 실제 배달 환경에 자율주행 차량·로봇을 도입해 배송환경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연을 기점으로 11월 말까지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서 자율주행 무인우체국 등을 활용한 무인 우편 접수·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내년 이후 그 제공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현장에서 시연되는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우편서비스가 실생활에 도입되면 국민이 편리함을 누리고 집배원 안전사고를 줄이면서 물류기업에 생산성 향상과 신사업 창출 기회가 생길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비스 실용화를 위해 기술개발 추진과 현장 적용 지원을 약속하며 관계자들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비대면 우편서비스의 실용화를 위해서는 차량과 로봇이 더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자율운영 시나리오를 갖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 로봇·차량이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우편물 규격과 중량을 따로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될 만하다. 모바일 앱을 활용한 우편물 수령과 접수가 가능한데, 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데이터통신이 일시적으로 원활하지 않더라도 신뢰성 높은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비대면 우편서비스의 실용화에 중요한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연장의 참관객들에게 "원활한 시연을 위해 스마트폰을 끄거나 항공기 모드로 설정해 달라"는 요청은 이 서비스의 실용화가 아직 멀었다는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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