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으로 법 만드는지 모르겠다"...초과유보소득 과세에 뿔난 中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신보훈 기자
입력 2020-10-27 12:2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중소기업계 “가족기업 불가피한 현실 모르는 법안...문화 충격”

  • 여당은 中企 달래기...고용진 조세소위원장 “현장 목소리 법안 반영 노력”

2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초과유보소득 과세안에 대한 정책간담회가 개최됐다. 현장에는 고용진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둘째),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왼쪽 셋째), 중소기업 관계자 등 17명이 참석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정부가 개인 유사법인(가족법인) 초과유보소득에 대한 과세 추진을 공식화한 이후 중소기업계의 성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소득이 발생하지도 않은 유보소득을 전면배당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것도 문제지만, 중소기업계 특성상 가족기업이 절반에 달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과세정책이 미래 성장 동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7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가족기업에 대한 초과유보소득 과세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는 정부의 과세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1999년 자본금 5억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힌 김석원 맑은물에 대표는 “중소기업은 투자해주는 사람은 없고, 은행에서도 대출을 안 해주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가족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기존 기계설비가 노후되고, 효율성이 떨어져서 30억~40억원을 들여 자동화 설비를 해야 한다. 보유소득을 과세하면 투자를 할 수가 없다. 이 법안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성장하지 말고, 사업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획재정부는 세법 개정을 통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80% 이상인 가족기업 초과유보소득 과세를 추진 중이다. 개인사업자와의 과세 형평성을 맞추고, 투자‧고용 없이 탈세를 목적으로 법인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고광효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그동안 개인사업자가 투자나 고용을 안 하면서 세 부담을 덜거나 회피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하는 추세가 분석됐다. 개인사업자와 법인의 과세 형평성을 위해 제도를 도입하려는 취지”라며 “반기 또는 2년 이내 투자, 부채 상환, 고용, R&D를 위한 금액은 유보액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정상적으로 사업하고 투자하는 기업의 성장을 막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 입장에 중소기업 대표들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탄식이 나왔다. 

석용찬 메인비즈협회 회장은 “이렇게 현실을 모르는 법안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정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말하는 중소기업도 많다”며 “대기업이 현금을 쌓아 놓고 있다는 시각으로 중소기업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탈세는 별도 법안으로 과세하고, 초과 유보소득 과세는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80% 이상인 가족기업은 전체 중소기업의 절반 가까운 49.3% 수준이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따라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중소기업이 절반에 해당하는 셈이다. 현재 중소기업 10곳 중 9곳(중기중앙회 10월 조사 기준)은 정부의 세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미래가 불확실한 창업 중소기업에 자금을 내주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 대표자와 가족이 과점주주로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사내유보금은 미래 투자 기회를 발견하거나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경영위기가 찾아올 때 사용하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사내유보금을 충분히 적립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고 소리 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 과세안으로 부담이 더해지자 여당에서도 중소기업계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고용진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원회 위원장은 “국내 중소기업 50%가 가족기업인데,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맞냐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는데, 이런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때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했는데, 홍남기 부총리도 귀를 열고 듣겠다고 했다. 11월에 있을 법안소위 논의과정에서 중소기업계 현실이 법안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