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희 칼럼] 플랫폼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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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
입력 2020-10-1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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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창희 실장]



즐겨 듣는 팟캐스트에서 진행자 한 명이 자신은 유튜버에게 수익이 어떻게 배분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자 다른 진행자가 핀잔을 주었다. 수익 배분 방식을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진행자는 자신도 유튜브를 통해 채널을 운영한 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최근 기업형 유튜버들의 월평균 수입이 900만 원이 넘는다는 것이 다수 매체에서 보도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유튜버들의 수익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관심사다. 하지만 일반 이용자들은 물론 미디어 창작 분야 종사자들과 미디어 산업을 연구하는 이들조차 정확한 수익 배분 방식을 알기는 어렵다.

위의 일화는 플랫폼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특정 플랫폼이 콘텐츠를 제공하는 주체에게 지급하는 대가에 대한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책임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플랫폼이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은 기술, 콘텐츠, 데이터와 같은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만들어진 복합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지 플랫폼의 작동방식을 완전히 이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플랫폼이 작동하는 방식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피해를 볼 수 있다면? 일반 이용자도 알건 알아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현재 전체적인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주체들은 플랫폼 기업들이다. 앞서 예로 든 유튜브의 경우 무료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가정에서 TV 단말기와 같은 큰 화면으로 이용하는 것이 갈수록 편리해 지고 있다. 플랫폼을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과 서비스는 이용자에게 더욱 최적화되고 있다. 미디어 영역 역시 플랫폼 주도의 생태계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인 코로나는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예상했던 것처럼 구글이 지난달에 게임을 제외한 나머지 앱에 대해서도 인앱결제 강제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내년부터는 구글을 통해 서비스되는 디지털콘텐츠와 서비스 업체들에게 수수료 30%가 부과되게 된다. 구글이 시장지배력을 활용해 인터넷 산업 생태계에 부담을 주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큰 문제는 구글로 인해 디지털콘텐츠 및 서비스 이용요금이 인상되어 이용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많은 이용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인상된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플랫폼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재원 중 하나는 광고다. 광고가 정보의 성격도 같이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광고를 좋아할 이용자는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를 참고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유는 그만큼 나에게 돌아오는 편익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용하던 콘텐츠에 나도 모르던 광고가 숨어 있다면? 뒷광고에 관한 공식적인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뒷광고라는 용어는 광고라는 것을 밝히지 않은 광고라는 것을 의미한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일반 광고 보다 광고 효과가 클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고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광고를 따내야 하니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뒷광고가 소비자 기만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뒷광고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구글 인앱결제와 뒷광고 사례는 플랫폼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에 일반 이용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가 뿐 아니라 업무와 일상에 반드시 필요한 상거래 행위까지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상황 속에서 플랫폼에 대해 무지할 경우 이용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플랫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거래 행위와 소비자 기만행위가 갖는 또 다른 문제는 방송통신 영역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인터넷 생태계는 정부가 면허와 설비를 허가해 줘서 구축된 것이 아니라 사업자의 혁신으로 조성된 생태계다. 마셜 밴 앨스타인, 상지트 폴 초더리, 제프리 파커는 '플랫폼 레볼루션'(이현경 옮김, 부키)에서 규제 기관이 새로운 기술에 가치를 더하는 방법 중 하나로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꼽았다. 규제가 어려운 플랫폼 영역에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용자들이 플랫폼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알기 쉽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일 수 있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알기 쉽게 정부가 이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용자가 다양한 선택권을 갖춘 소비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만 역설적으로 복잡해진 인터넷 생태계를 이해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인터넷 플랫폼은 기존 미디어와는 달리 이용자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폭넓다. 내가 이용하고 있는 플랫폼을 보다 잘 이해하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것이 나의 권리를 내가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권이 다양해 진만큼 우리가 알아야 할 것도 많아진다. 우리가 플랫폼이 작동하는 방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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