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누를수록 커지는 전·월세 파동..정부대책이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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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0-10-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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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교수]



한국감정원의 9월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세가격이 지난 6월부터 상승세가 가속되면서 9월에는 전월 대비하여 수도권 0.65%, 전국 0.53% 치솟고 있다. 매매가격도 6월부터 다시 상승률이 높아져 9월에는 수도권 0.43%, 전국 0.42% 인상되었다. 작년까지 잠잠하던 월세가격도 6월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체 주택의 평균가격으로 지수를 산출해서 이 정도이지 아파트 가격을 중심으로 분석하면 상승률은 훨씬 가파르다.

주택가격 상승은 당연히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기인한다. 가격 상승폭이 큰 수도권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전세시장은 지난해 10월 93.5, 올해 5월에는 99.1로 공급우위였으나, 6월 이후 역전되어 9월에는 109.4로 수요우위가 심화되고 있다. 매매도 9월에는 112.1로 수요우위를, 월세 역시 107.8로 수요우위를 보이고 있다. 금년 하반기 이후 전세·매매·월세 모두 수요에 비하여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있는 1차적 원인은 정부 여당이 지난 7월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주택임대차 3법에 기인한다.

주택임대차 3법의 주요 조항 중 하나인 계약갱신청구권을 갖게 된 임차인의 자동갱신이 많아져 전세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하고, 임대인은 인상률 5% 상한을 의식하여 새로운 계약체결 시 보증금을 미리 올리는 것이 전세 가격 상승을 촉발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임대차 3법의 부작용에 더하여 2017년 이후 계속된 정부의 주택규제 강화가 상승효과를 일으켜 전세·월세·매매 가격이 모두 급등하면서, 임차인을 위한다고 만든 각종 법과 정책들이 역으로 임차인의 숨통을 조이고 주거불안 사태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의 전형으로 평가된다.

정부 여당은 전세가격이 치솟자 전세가 줄어들고 월세가 늘어나는 것이 주택시장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몰아가면서 전·월세 전환율을 기존 4.0%에서 2.5%로 낮추는 규제를 더 강화했지만, 이는 월세 전환이 예상만큼 늘지 않고 전·월세 전체로 공급량이 감소하여 전·월세 동반 상승세를 만들고 있다. 부동산 정책당국이 주장하는 선순환이란 취득세 인상과 대출 규제로 수요를 줄이고, 재산세·종합부동산세로 주택 보유의 세 부담을 늘려 매도를 유도하면 수급이 역전되어 매매가격이 하락하고 전세가격도 떨어진다는 논리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정부의 강한 규제 여파로 서울 주요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은 눈에 띄게 감소했지만,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은 서울 외곽지역의 아파트 매수세를 촉발하고 있다. 전세가격이 오르자 이럴 바에는 좀 외곽으로 가더라고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아파트 매매 수요가 강북구·노원구·성북구·금천구·구로구·관악구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를 일으키고, 이것이 서울 주변 경기도 지역에까지 파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월세 파동은 단순히 전세 품귀를 넘어서 다방면으로 가계를 위협하고 있다. 전세가격 인상은 전세금 대출금액을 증가시켜 그렇지 않아도 '영끌'과 '빚투'로 늘어난 가계부채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8월 중 11조7000억원이 늘었던 가계대출 잔액은 9월 말에도 9조6000억원 증가하였다. 지금은 초저금리로 가계부채 증가가 상환 위험으로까지 연결되고 있지 않지만 이자율의 변동 여하에 따라 가계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또한 전세 가격의 폭등은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100%에 육박하여, 아파트 전셋값이 매맷값을 넘어서는 ‘깡통전세’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심각한 전·월세 파동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내년 2월쯤이면 어느 정도 임대차3법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정착될 것으로, 근거가 부족한 낙관을 하고 있는가 하면, 국회는 지난달 상가임대차보호법을 통과시키고 주택임대차 3법에 이은 새로운 시장 교란이 가능한 정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시장논리를 무시한 이러한 정책들이 가져올 혼란의 부담은 종국에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된다는 점에서 걱정된다.

주택의 구입·보유·양도 전 과정에서 부과되는 세금부담이 결국 주택 수요를 감소시키고 주택가격을 하락시킬 것이라는 전망과, 수도권 집중이 획기적으로 완화되지 않는 이상 수도권 주택 수요는 당분간 감소되지 않고 주택가격도 급격히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립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주택가격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수급에서 시작한 가격 급등 문제는 궁극적으로는 수급의 조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향후 주택공급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지 않는 한 현재의 수급불안 문제는 당분간 잠식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의 전·월세 파동의 원인 중 하나가 3기 신도시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로는 공급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시장의 인식에도 있는 만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가 과감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전·월세 파동을 해결하겠다고 새로운 규제책을 또 내놓을까를 오히려 두려워할 정도가 되었으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된다. 이번 전세 파동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임대차 3법을 시장 현실에 맞도록 조속히 바로잡고, 주택 관련 취득세·보유세·양도세 등을 전면적으로 개선하여 부동산 거래가 물 흐르듯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전·월세 및 집값 파동도 마침내 진정될 수 있을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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