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나랏빚 비상 걸린 2021년 국가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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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0-09-0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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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교수]


전년 대비 8.5% 증가한 555조8000억원 규모의 2021년도 국가예산안이 발표됐다. 국회를 통과한 2020년 예산이 512조3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43조500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총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세수입은 전년 대비 3.1% 감소하여 2021년도 재정수지는 109조7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국가채무는 2020년 805조2000억원에서 2021년에는 945조원으로 139조8000억원이 늘어나 GDP 대비 39.8%에서 46.7%로 6.9% 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황을 감안하면 8.5%의 예산 증가는 반드시 높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특히, 별일 없었던 2020년의 예산증가율이 9.3%였음을 감안하면 증가율 측면에서는 오히려 낮아졌다. 금년도에 코로나19로 인한 3차례의 추경 과정에서 34조6000억원 예산을 투입한 것을 포함하면 기금을 제외한 2021년 예산은 오히려 0.8% 감소한 것이다.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2021년도에도 상당한 규모의 추경이 이루어질 수 있고, 재정적자나 국가채무 규모는 이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것보다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여차하면 국가채무가 GDP 대비 50% 선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2020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4.9%가 될 것으로 IMF는 전망하고 있고, 최근 한국은행의 전망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장률도 잘해야 -1.3%, 최악의 경우 -2.2%가 될 것이라 한다. 2021년 경제성장률 역시 2.8%로 전망하고 있어, V자형 급속 회복 시나리오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8.5% 정도의 2021년 국가예산 증가율을 두고 슈퍼 예산안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지만 내년에는 추경 없이 이 정도 예산 증가로 2021년 국가경제를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수만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운영상의 문제는 2021년의 예산증가율보다는 경제위기도 아닌 경제 상황에서 지난 몇 년간 정부 예산을 무리하게 확장한 데 있다. 취임 직전 2016년의 국가예산 규모는 386조4000억원이었으나 2020년까지 125조9000억원을 증액하여 512조3000억원이 되었다. 연평균 7.3%씩 증가시켜 동기간 경상 GDP 연평균 성장률 2.1%의 3.5배나 되는 속도로 정부지출을 확대했다. 그것도 적자재정으로 나랏빚을 늘리면서 했다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과거 정부의 국가재정 기조를 되돌아보면, 김영삼 정부 마지막 연도인 1997년의 국가채무는 50조5000억원으로 GDP 대비 11.0%에 불과했다, 2002년 김대중 정부 국가채무는 133조8000억원으로 GDP 대비 17.0%로 늘어났고, 2007년 노무현 정부는 299조2000억원(GDP 대비 27.5%), 2012년 이명박 정부는 443조1000억원(GDP 대비 30.8%), 2016년 박근혜 정부는 626조9000억원(GDP 대비 36.0%)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945조5000억원(GDP 대비 46.7%)으로 높아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임기 동안 10.7% 포인트 높아질 전망이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IMF 외환위기가 있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의 국가 채무 증가는 김대중 정부에서 정리하지 못했던 채무가 이연 시현되어 발생했다고 볼 때, 문재인 정부의 국가채무 증가 10.7% 포인트는 코로나19 요인을 고려해도 너무 과도한 것이다. 경제 불황기에 적자재정 편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간에는 균형재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균형재정 기조가 김대중 정부 이후 조금씩 무너지더니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서는 적자재정 편성을 당연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더니 현재의 재정위기를 자초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국가채무비율의 적정선이 40%인지 여부를 두고 여야가 한참 논란을 거듭했지만, 2020∼2024년 기간 국가재정운영계획을 보면, 2022년에는 국가채무총액이 1070조3000억원이 되고, 2024년에는 1327조원이 되어 GDP 대비 58.3%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OECD 평균 수준에 근접하는 것이고, 이런 추세라면 국가채무대국 일본과 같이 GDP의 200% 수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정 전반에서 반(反) 일본 분위기를 고양하는 정부가 국가채무는 일본과 같이 되어도 좋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난 2일 장기재정전망에서 2060년경까지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을 81.1%로 통제할 수 있을 것처럼 예측하고 있지만 현 정부의 재정기조 하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일반예산보다는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험 지출이 저출산·고령화로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어서 미래 국민의 부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지 않을까 우려된다.

코로나와 같은 경제위기 국면에서 국가예산이나 국가채무의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적정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신중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총액 규모도 중요하지만 세부적인 예산 구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는 더욱 중요한 만큼, 세출 예산 항목 하나하나 낭비가 없도록 철저하게 심의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민생 파탄을 완화하기 위한 복지나 일자리 예산은 긴요하지만 선거를 앞둔 일회성·선심성으로 편향되어서는 안 되고, 떨어진 성장 잠재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정부투자도 지역 민원 해소차원의 불요불급한 SOC 투자로 흐르는 것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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