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협력사' 한온시스템, 하도급대금 떼먹다 역대 최대 과장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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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09-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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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지급명령 133억원, 과징금 115억 원 부과...법인 고발 결정

한온시스템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하도급업체에 줘야 할 대금을 조직적으로 감액한 것으로 드러났다. 역대 최대 규모의 지급명령 금액과 과징금 제재가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한온시스템이 45개 하도급업체 대금 80억5000만원을 부당하게 감액한 행위에 대해 재발방지명령과 더불어 삭감 대금에 지연이자를 더해 약 133억원을 납부하라고 시정명령했다. 또 1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 고발을 결정했다.

한온시스템은 현대자동차 협력사로 자동차 공조시스템 분야에서 점유율 국내 1위, 세계 2위의 자동차부품 업체다. 지난해 매출액이 7조100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2015년 6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자동차 공조시스템 부품을 납품하는 45개 하도급업체의 납품대금 80억5000만원을 106회에 걸쳐 정당한 사유 없이 덜 지급했다. 이미 결정된 납품대금을 사후적인 협상을 통해 차감하는 수법을 썼다. 한온시스템은 이런 방식을 LSP(Lump-sum Payback)라는 명칭으로 불렀다.

이 회사는 매년 회사 차원의 원가절감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하도급업체별로 절감 목표와 실적을 구체적으로 관리했다. 특히, 2015년 하반기에는 '도전 목표'라고 불리는 추가 절감 계획을 세워 모든 협력사에 10%의 추가 절감을 요구했다.
 

[사진:한온시스템]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한온시스템이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강압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자신과 거래하는 하도급업체의 거래의존도와 영업이익률 등을 파악하고, 이를 이용해 납품대금 감액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요구를 거절하면 발주 물량을 줄이거나 거래처를 변경하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하도급업체들은 부당한 요구를 받으면서도 오히려 선처를 부탁하며 납품대금 감액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감액 협상이 마무리되면 한온시스템은 법위반을 은폐할 목적으로 하도급업체와 감액 합의서까지 작성했다. 합의서에는 한온시스템의 기여에 의해 하도급업체의 생산성 향상이 이뤄졌고, 하도급업체가 자발적으로 감액을 요청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됐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조사 결과 이 합의서는 공정위 조사에 대비할 목적으로 작성됐으며 실제로는 합의서 내용과 달리 강압적으로 감액이 진행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하도급법 제11조는 하도급대금 감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원사업자가 감액의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는 경우만 감액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한온시스템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지 못했다.

특히, 하도급법상 감액 조건 등의 합의는 원칙적으로 위탁할 때 이뤄져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위탁 이후 하도급업체의 협상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사후적으로 진행됐다.

육성권 국장은 "한온시스템은 조사 과정에서 신규 수주와 물량 증가, 생산성 향상 등 대금을 감액할 합리적인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회의록·메일 등의 내부 자료에 나타난 실제 감액 경위와 달랐다"며 "심지어 한온시스템이 제출한 입증자료 다수가 조사 개시 이후 조작된 허위자료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한온시스템은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감액의 정당한 사유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자, 법위반을 은폐하기 위해 14건의 조작된 허위자료를 제출했다. 견적서·계약서·회의록 등을 새롭게 만들어 내거나, 원본에 없는 문구를 만들어낸 식이다.

공정위는 디지털 포렌식 분석 등의 조사를 통해 한온시스템이 제출한 자료가 조사 개시 이후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한온시스템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15억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한온시스템이 허위자료를 제출한 행위에 대해선 과태료 2000만원을 부과했다.

육 국장은 "이번 조치를 통헤 하도급대금 감액이 정당하기 위한 요건에 대한 입증 책임이 원사업자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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