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올라온 '검은돈 세탁' 의혹..."글로벌은행, 불법자금 송금 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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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0-09-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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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조 달러 넘게 불법 자금 송금..."전체의 0.02% 불과"

  • 대북제재 위반, 도쿄올림픽 유치 관련 뇌물수수 포함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지난 18년간 2조 달러(약 2327조원)가 넘는 거액의 불법 의심 자금 송금에 관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88개국 110개 언론기관과 미국 온라인매체 버즈피드가 함께 입수한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의 의심거래보고(SAR)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2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SAR이 제출됐다는 건 각 은행 내부 준법감시팀에서 돈세탁이나 범죄 등에 연관된 거래로 의심했다는 의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불법 의심 자금 송금 의혹을 받는 글로벌 은행은 JP모건 체이스와 HSBC, 스탠다드차타드, 도이체방크, 뉴욕멜론은행 등이다. 이들은 범죄에 악용될 것으로 의심되는 자금을 옮겨주며 이윤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불법거래 정황 중에는 대북제재 위반, 도쿄올림픽 유치 관련 뇌물수수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ICIJ는 "지난 18년간(1999~20107년) FinCEN에 제출된 SAR이 총 1200만여 건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분석된 SAR은 전체의 0.02% 이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에 드러난) 2조 달러 규모는 세계 전체의 은행을 통해 범람하는 더러운 돈의 한 방울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SAR 분석에 참여한 미국 NBC방송은 JP모건과 뉴욕멜론은행이 대북제재를 위반했다고 보도했다. NBC방송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미국은행을 이용해 1억7480만 달러 이상의 돈을 세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꼬집었다.

또 뉴욕멜론은행은 중국 단둥홍샹실업발전과 연결돼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단둥홍샹실업발전의 마샤오훙 대표는 위장기업을 이용해 중국과 싱가포르, 캄보디아, 미국 등에 거쳐 수천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했다. 마 대표는 대량살상무기 제조와 관련해 제재 대상 북한기업과 금융거래를 한 혐의로 미국 법무부에 의해 기소된 바 있다.

또 JP모건의 경우 2015년 1월 미국 재무부에 북한 관련 의심거래가 있다고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글로벌 은행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의 거액 비자금도 관리해준 정황도 드러났다. SAR 분석에 참여한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대형은행 바클레이즈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제재를 받는 푸틴 대통령의 친구인 아르카디 로텐베르크가 비밀계좌를 활용해 6천만 파운드(약 897억원)를 돈세탁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검은돈 장사'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전체 2100건의 의심 거래 가운데 도이체방크가 연루된 사례가 6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글로벌 대형은행이 지난 18년간 범죄에 악용될 것으로 의심되는 자금을 옮겨주며 이윤을 챙겨줬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해당 은행들의 주가는 이날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당국의 벌금 부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JP모건체이스 주가는 3% 넘게 떨어졌고, 도이체방크는 8.20%, 시티그룹은 2.1%가량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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