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초대석] 김흥종 KIEP 원장, "다소 완만해도 트리플딥까지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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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20-09-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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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재난지원금 단기적 효과 내...앞으로 적시 투입 중요

  • 유럽 규범 선도하고 그린 뉴딜 대응해야 경쟁력 갖출 수 있어

"경제학자로서 바라볼 때 앞으로 다소 완만한 트리플딥이 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 5월 취임한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이 한국경제에 대해 내놓은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백신 치료제 개발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 경제의 향후 궤적은 '더블유(W)'를 계속 늘려놓은 것과 같은 형국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정부가 4차 추가경정예산까지 쏟아부을 예정이나, 경기 부양 효과를 얼마나 거둘 수 있을지 장담할 수도 없다. 국제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지만, 변종 코로나19의 재확산마저 두려울 따름이다.

김 원장이 우려하는 바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장기화된 침체 국면 속에서 변화하는 국제사회의 수요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혁신을 하지 않는다면,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가 새로운 비전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그의 얘기에도 무게가 실린다. 앞으로 비대면 시대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다자간 무역시장에서의 기준점은 어디에 찍히는지, 국제사회 속에서 한국 경제가 어떻게 주도권을 찾아가야 할지 등 대외 경제 정책의 방향성을 그에게 물어봤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제공]

 
"코로나 대응, 인상적이진 않아도 할 건 다했다"

장기 침체에 대한 김 원장의 경고는 최근 국내외 경제 관련 기관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내다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IMF가 한국의 성장률을 -2.1%로 전망했으며 한국은행(-1.3%), KDI(-1.1%), 한국경제연구원(-2.3%), LG경제연구원(-0.8%), 현대경제연구원(-0.5%) 등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 상황이다.

다만, 그는 "비대면 비즈니스 및 산업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지난 3~4월 받은 충격보다는 그 강도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며 "비대면 상황 속에서 경제활동이 활성화될 가능성은 있으나, 그 과정에서 중소상인·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게는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어서 재정 투입을 통해 어려운 골짜기를 넘어갈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존 재난지원금이 단기적으로 효과를 냈다고 판단했다. 김 원장은 "재난지원금 규모가 크지는 않았으나 5, 6월에 소비 등에서 효과를 봤으며 상황에 맞게 적시 투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재정주의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책에 대해 그는 유럽을 지목하며 재정 투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 국가의 경우, 원래 1.5% 정도의 성장을 하던 나라들이 올해 2분기까지 -12%대까지 성장률이 하락한 상황이어서 무려 14%가 내려앉은 상황"이라며 "우리가 외환위기 이전에 5~6% 성장하다가 -5.1%까지 떨어진 것을 비교해 볼 때, 우리보다 유럽 국가들이 느끼는 현기증은 대단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유럽에서 눈에 띈 것은 지난 3월 코로나 여파로 경제가 급락했을 때, 유럽중앙은행(ECB)이 100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풀었다는 것"이라며 "영세 중소기업을 다 살려내겠다는 취지였고 정책 타이밍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위기 시 돈을 지원해 국가 개혁을 유도했던 IMF의 경험을 토대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신의 한 수'를 뒀다는 얘기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 역시 당시 한국은행이 임시 이사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내리고 정책 당국자도 대책 마련에 힘쓰는 등 K-정책에서도 큰 실수를 한 것이 없다"면서도 "규모가 유럽처럼 크지 않아서 인상적이지는 않았고 그만큼 경제가 후퇴하지 않아서 정부 정책이 부각되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적재적소에 재정을 긴급하게 투입하는 정부의 대처 역시 부족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자간 무역의 산실, WTO엔 한국 경험 필요"

정부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테이블에 나서기 전 이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 바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다. 전략적인 통상 정책을 만들고 국제사회에 대처하기 위해 달려온 KIEP인 만큼 다자간 무역에서 세계무역기구(WTO)의 역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보는 기관도 KIEP다. 특히 최근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도전기에 대해 김 원장은 한국 성장의 모델론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1967년에 WTO의 기반인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가입하면서 일명 관세 특혜를 받으면서 세계 시장에 얼굴을 내밀었던 게 그 당시 한국 상황이었다"며 "선진국에서 최빈 개도국까지도 세계 무역에 편입시키자고 해서 가입했고, 그 이후 한국은 아무것도 없는 나라에서 엄청난 발전과 성장을 일궈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 본부장의 경우, 가트 가입과 나이가 같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의 25년간 통상 경험이 한국 통상 역사의 흐름이었다"며 "한국만큼 드라마틱하게 성공한 국가가 없고, 그런 경험과 모델이 현재 WTO가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전했다. 더구나 그는 디지털 네트워킹 시대에 익숙한 유 본부장의 경험이 아프리카 개도국 발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원장은 "그런 차원에서 한국이 유일한 국가이고, 이런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을 가질 곳은 한국 뿐"이라고 말했다.
 
"미래로 향하는 유럽의 규범을 선도해야"

유럽 경험이 많은 김 원장은 '유럽통'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유럽시장은 현재 한국과의 교역량이 상당부분 줄어들었지만, 미래 다자간 무역에서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대상이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김 원장은 "유럽시장은 교역량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통상규범"이라며 "통상규범을 먼저 유럽시장에서 적용하고 그게 익숙해지면 다자간 기구인 WTO에서 적용한다"고 말했다. 역내 시장에 새로운 규범을 도입하는데, 대표적인 부분이 환경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이산화탄소 배출, 자동차 안전띠, 보닛 철강 강도 문제 등 여러 가지 EU(유럽연합)의 독특한 규정이 있는데, 모두 국제표준을 따른다"며 "이렇다 보니 유럽시장이 미래 규제의 선도자여서 해당 시장에 대응해야 향후 글로벌 시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문제 역시 빼놓지 않았다. 김 원장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을 해야 국제 통상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잡은 기간 내에 핵심협약 비준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린 뉴딜은 창조적 파괴에서 시작한다"

그린 뉴딜에 대해 김 원장은 경제학자인 조지프 슘페터(J. Schumpeter)가 강조한 '창조적 파괴'를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당위론을 내세워야 하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모든 기업, 생산자, 시민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며 "아무것도 없는 시대에 도로와 철도를 만드는 것처럼 만성적인 수요 부족 상황에서는 수요를 새롭게 창출하는 창조적인 파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솔린차를 만들면서 도로를 구축하는 등 19~20세기에는 그런 투자를 했다"면서 "그러면서 현대에 들어 그런 차원의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재생·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한다면 정부가 인센티브 정책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기술력을 조금 가진 기업에 지속해서 투자하고 안 팔리면 안 되니, 연구개발을 지원해주는 등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순환경제 역시 그가 강조하는 그린 뉴딜 중 하나다. 김 원장은 "새로운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잘 썩는 플라스틱을 만든 뒤에 보조금을 지원해서 시장이 새로운 제품에 적응하게 하도록 도와야 한다"며 "순환경제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인력도 변화해야 한다"

김 원장은 "KIEP는 현재의 대외경제 환경 변화, 우리나라의 위치를 파악해 그에 맞도록 역할을 바꿔나가야 하는 게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원의 핵심역량에 집중할뿐더러 이제는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상황에 비춰 과거와 다른 시각으로 정책 연구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우리나라의 선진국 위상을 생각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어느 해외 지역을 연구해야 하는지, 대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찾아야 할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며 "그런 시각에서 국제개발협력센터를 발빠르게 설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새로운 글로벌 이슈, 환경, 기후변화, 디지털 등 모든 사안에 대해 전 세계 규범이 없다 보니 이를 정립하고 알리는 역할도 KIEP가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KIEP 구성원들의 변화도 주문했다. 그는 "미디어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연구 성과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게 중요하다"며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연구인력 스스로가 연구를 알리고 공유하고 소통하는 자세를 가져야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누구?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제11대 원장은 지난 5월 11대 원장으로 선임됐다. 연구위원 출신으로, 내부에서 원장으로 임명된 것은 이번이 셋째다.

김흥종 KIEP 원장은 EU·유럽지역과 FTA·국제통상분야 경제 전문가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김 신임원장은 외교통상부 한-EU FTA 전문가 자문위원, 한국국제경제학회·한국EU학회 부회장, 한국국제통상학회 부회장,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및 서강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미국 UC 버클리 대학교에서 풀브라이트 방문학자를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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