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中 'US- Tech Free' 전략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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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경희대China MBA 객원교수
입력 2020-09-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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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교수]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 반도체 공급중단은 “신(神)의 한수(?)”

미국은 표심에 목숨 걸어야 하는 4년 단위의 선거제도 덕분에 선거철이 되면 지지율이 모든 것을 압도해 버린다. 현재 바이든과의 지지율에서 뒤진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 올리는 데 도움되면 뭐든 할 판이다.

지난 7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가 더 가속화되고 있다.미국은 7월 6일 이후 9월 20일까지 거의 이틀에 한 개꼴로 총 38개의 제재 조치를 쏟아 냈다. 그 내용을 보면 외교, 교육, 군사, 기술, 금융 등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그 덕분에 7월 말에 최저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세를 보이면서 그의 중국 때리기는 효과를 좀 봤다.

바이든에 뒤진 지지율 만회 작전에 사용된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 중 단연 압권은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 중단, 국가안보를 빌미로 틱톡과 웨이신(위챗) 서비스의 모기업에 대한 거래 중단 조치였다. 틱톡에 대해서는 영업폐쇄 위협과 강제매각 압력이 성공해 트럼프의 지지자인 오라클과 월마트 등이 20% 지분을 인수하는 등 미국 측이 52% 지분을 갖고 트럼프의 표밭인 텍사스에 본사를 두고 2만5000명을 고용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중국 1위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 중단과 화웨이에 반도체 파운드리를 해주는 중국 1위의 파운드리업체인 SMIC에 대한 제재 검토는 중국 증시투자가들과 중국정부, 중국전자업계를 거의 멘붕 상태에 빠뜨렸다. 5G통신산업에서 세계적인 굴기를 꿈꾸던 중국에 내린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 사형선고'는 신의 한 수였다.

미국이 1980년대 일본을 죽인 것은 무역이 아닌 기술과 금융

미국은 커진 2등 손보기에 이력이 났다. 미국은 2위였던 소련과 일본을 좌초시킨 두번의 경험이 있다. 미국은 1980년대 잘나가던 일본을 10년간 경제전쟁을 일으켜 좌초시켰고 이후 25년간 일본을 바보로 만들었다. 당시 미국의 일본 죽이기의 선봉에 섰던 무역대표단의 부대표였던 이가 바로 지금 중국과 협상하는 미 무역대표부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다.

미국이 1985년 잘나가던 일본을 좌초시킨 것은 무역이 아니라 기술과 금융이었다. 1985년부터 1995년까지 10년간 미·일 경제전쟁이 벌어졌지만 일본의 대미 흑자 누계는 줄어들기는커녕 462억 달러에서 5766억 달러로 5304억 달러나 더 늘어났다. 미국은 무역이 아니라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를 10년간 69%나 절상시켰고, 1986년에 미·일 반도체협정을 통해 일본 반도체산업 발목잡기로 일본의 첨단기술산업을 좌초시켜 쓰러뜨렸다.

미국이 일본 반도체산업을 죽이는 데 미국시장 내 판매를 제한하는 전략과 가격을 통제하는 전략을 썼지만, 반도체 국산화율이 겨우 15% 선에 그치는 중국에 대해서는 아예 중국의 대표전자기업인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썼다. 당장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이자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의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생산 중단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한다고 중국이 통신장비나 스마트폰을 못 만드는 것은 아니다. 화웨이 이외의 통신장비업체나 스마트폰업체는 아직 미국의 반도체 공급제재 대상이 아니다. 중국은 당장은 미국이 화웨이 1개 기업에 대해 제재를 하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전자업체 전반에 대해 반도체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그래서 주목해 봐야 할 것은 미국의 반도체 공급 중단위협에 대한 중국의 대응전략이다.

원자폭탄 개발 방식으로 대응하는 중국의 반도체 개발

중국정부는 28nm 이상의 반도체 공정기술을 보유한 반도체기업에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발표했다. 그리고 2025년까지 미국이 기술을 독점하다시피 한 실리콘(Si)반도체가 아닌 제3세대 반도체인 실리콘카바이드(SiC), 갈륨나이트라이드(GaN)반도체에서 설계·제조·장비·소재 등 모든 방면에 걸친 생태계 구축에 시동을 걸었고 2021년부터 시작되는 14차 5개년계획에 파격적인 지원이 내재된 제3세대 반도체 국산화정책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중국은 이번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제재를 원자폭탄과 같은 것으로 보고 있다. 1959년 소련의 흐루쇼프가 원자폭탄 개발 지원을 중단하자 중국은 기술 황무지에서 독자적인 핵 개발에 착수해 5년 만인 1964년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핵실험을 성공했고 이어 3년 뒤인 1967년에 수소폭탄 개발에도 성공했다.

중국은 국민당이 키운 미국, 프랑스, 소련 유학파 인재들을 중심으로 소련의 기초기술 제공 중단 5년 만에 핵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감히 꿈꿀 수도 없었던 핵개발을 독자기술로 성공하고 난 후 당시 모택동 주석은 핵개발 협력을 중단해준 흐루쇼프에게 감사한다는 말로 소련을 비꼬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5년 후에 핵 개발과 같은 시나리오가 반도체에서도 현실이 되면 어떻게 될까?

중국의 “US-Tech Free”전략, 한국에는 득일까 실일까?

중국의 대표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기술 봉쇄전략에 중국의 대응은 'US-Tech Free' 전략이다. 화웨이는 미국이 아직 절대강자가 아닌, 실리콘 소재가 아닌 탄소계열 소재 반도체 개발로 미국 반도체 기술과 완전히 결별하는 '타산계획(塔山计划)'을 발표했다. 그리고 사물인터넷(IoT) 제품에 있어서도 미국기술 제로의 '난니완계획(南泥湾计划)'을 발표했다. 타산과 난니완은 중국인민해방군이 국민당과의 전쟁에서 자력갱생과 독자생존을 했던 대표적인 전투지역이름이다.

중국은 가보지 않은 길인 신개념의 반도체와 4차 산업혁명 기술 확보를 위해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등재할 정도의 천재박사 신입사원을 연봉 2억~3억원으로 연간 200~300명씩 스카우트하는 '천재소년계획(天才小年计划)'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기술장벽을 창의성을 가진 인재로 뚫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는 한국에 단기적으로는 득(得)이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의 각성과 분발 그리고 차세대 반도체에서 국산화를 가져온다면 실(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맨땅에서 원자폭탄을 5년 만에 개발한 중국이다. 중국과의 초격차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한국이 실리콘이 아닌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하다가는 중국에 당할 수도 있다. 반도체를 원자폭탄 개발로 보는 중국, 실리콘이 아닌 신소재 반도체에서 미국에 대항하는 완벽한 생태계 구축을 목표하려는 중국의 반도체 전략을 무섭게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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