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지금·여기·당신] ​엄마 정치인, 추미애 논란…팩트와 상식 그리고 책임

이승재 논설위원입력 : 2020-09-18 17:04
추 장관 아들 군 휴가 처리, 집권 여당 당 대표 당시 이뤄져 딸 식당에서 정치자금 사용은 4선 국회의원 때 사법적 잣대 판단과 별개, 정치인의 책임 분명히 해야

 

<칼럼 세줄 요약= 추 장관 자녀 문제의 핵심, 흔들리지 않는 팩트는 ▷딸 식당에서 정치자금 사용 ▷아들 군 휴가 보좌관 개입 ▷무능 혹은 거짓말, 이 세 가지다. 법적인 잘잘못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지만 국민의 상식 기준에 비춰 정치인으로서 져야 할 책임은 반드시 짚어야 한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녀를 둘러싼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추 장관 말 대로 온갖 억측과 궤변일 수도 있다. 보수 야당이 ‘카더라’같은 확인되지 않은 얘기를 확대 재생산, 정치적으로 공격해 재미를 보는 측면도 없지 않다.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명분에 저항하는 검찰 일부 세력의 노림수도 있는 듯하다. 일부 언론이 본질과 무관한 사안까지 파헤쳐 의도적으로 사건을 키우고 있는 것 역시 부인하기 힘들다.

검찰 수사, 사법적인 잣대를 통해 잘잘못은 가려질 터. 하지만 법을 어겨 ‘잘못한 일’과 정치인으로서 ‘잘 못한 일’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추미애 장관이 정치를 할 때 불거진 일이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아무말 의혹 대잔치’에 휩쓸리지 말고 추 장관 홍위병들의 '묻지마 잘못 없음'에 기울지 말고 법과 규정, 의혹 당사자가 직접 확인한 사실만 보자. 흔들리지 않는 팩트만 확인하면 답이 나온다.

추 장관 자녀 관련 의혹의 직접 당사자는 추 장관과 아들, 딸, 남편이다. 이 4인 중 직접 사실을 확인한 이는 추 장관이 유일하다. 추 장관 본인이 국회 답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밝혔거나 부인하지 못한 내용이다. 추 장관 말고 아들 서모(27)씨의 변호인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사실관계도 분명한 팩트다.

관련 법 규정과 당사자(변호인 포함)가 확인한 팩트를 정리하고 상식적인 판단을 해보려 한다.

그 상식에는 90년대 초 서울 용산 주한 미8군 사령부 본부중대에서 근무했던 카투사(주한 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경험이 깔려 있다. 또 7만5000여 시간 동안 언론사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에서 일해온 기자 경력을 바탕으로 한다. 무엇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묻지마 지지’, 무조건적인 진영 논리(태극기, 일베, 대깨문 등)를 거부하는 대한민국 평범한 국민으로서의 상식 말이다.

◆장녀 식당에서 정치 후원금 사용
△팩트 체크
☞추 장관은 2014년 1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총 21차례에 걸쳐 서울 이태원에 있는 큰 딸 운영 식당에서 252만9400원을 사용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4선 국회의원 시절이다. 국회의원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정치자금 지출내역을 신고하는데, 이 팩트는 추 의원 신고 내역에 기재된 내용이다. 사용 내역은 기자 간담회, 정책 간담회다. 사용처(식당 이름)를 적어냈지만 큰 딸 운영 식당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정치자금 사용처가 자신과 어떤 관계가 있는 지를 밝힐 의무는 없다.

☞정치자금법에는 이렇게 규정돼 있다.

제2조(기본원칙) 중 ③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하여 소요되는 경비로만 지출하여야 하며, 사적 경비로 지출하거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경우 "사적 경비"라 함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용도로 사용하는 경비를 말한다.
1. 가계의 지원·보조


추 의원이 신고한 정치 자금 사용 내역은 위 기본원칙에 부합한다.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로 지출됐다. 간담회 비용이기 때문에 사적 경비가 아니다. 정치자금이 ‘가계’(家系)에 속하는 큰 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사용됐지만 정치활동 경비이기 때문에 법적인 하자는 없다.

△상식과 질문
한국에서 정치는 돈 없으면 못 한다. 정치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많아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되면 합법적으로 후원금을 받는다. 정치 후원금을 모으고 쓰는데 있어서 별별 희한한 방식을 다 동원한다. 합법과 불법 사이 아슬아슬한 경계를 왔다 갔다 한다.

정치인이 자녀가 운영하는 업체에서 정치후원금을 쓰는 건 현행 법 적용 여부와 별개로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상식에 맞지 않다. 돈 문제는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물며 자녀와 연관된 돈이라면 더 엄격해야 한다. 당시 4선 중진이었던 추 의원은 함께 갔던 정치부 기자들에게 딸이 가게 주인이라고 말했을까? 추 장관이 지난 17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처럼 딸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지대(地代)개혁의 필요성, 청년 창업의 어려움 등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했을까? 대기업 간부가 아들이 개업한 식당에서 회식을 하고 법인카드로 100만원을 결제했다면 그 간부는 어떻게 될까?

딸을 보좌관으로 채용한 것도 아니고 액수도 작은데 무슨 문제냐, 정치인들 다 그렇지 않느냐고 말한다면 상식을 논할 순 없다.

◆서씨의 카투사 입대와 배치
△팩트
☞추 장관의 아들은 2016년 11월 28일 입대했다. 2016년 입영 대상 카투사 모집 일정은 1년 앞서 병무청이 공고했다. 그 공고문에 적힌 카투사 지원 자격과 복무기간, 선발방법 등 규정을 확인했다. 지원 자격은 18세 이상 28세 이하, 중학교 졸업 이상 학력, 신체등위 1~3급 현역입영대상자, 토익 780점 혹은 텝스 690점 이상 어학성적 등이다. 가장 중요한 공개 선발은 2015년 11월 5일 무작위 추첨으로 이뤄졌다.
 


1997년 이전에는 필기시험을 통한 지원자(민간인 신분) 선발 50%, 논산훈련소 훈련병 선발 50%였는데, 그해 미8군 한국군지원단이 창설돼 이후 100% 민간 공개 모집으로 바뀌었다.

즉 1998년부터 토익 600점 이상 지원자 중 무작위로 추첨해 뽑았고, 단 한 번만 응시할 수 있어 탈락 시 재도전 할 수 없게 했다. 다만 성적 기준이 2002년 토익 700점, 2008년 780점으로 상향됐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무작위로 추첨하는 방식, 재도전 금지 규정은 변함이 없다.

서 씨는 카투사에 지원했고 추첨에 당첨됐다. 여기까지는 팩트로 확인되지만 서 씨가 경기도 의정부 캠프 레드클라우드(CRC)에 어떻게 배치됐는지는 사실 확인 불가다.

▲경험과 상식
서씨가 입대한 날은 11월 28일인데, 공교롭게도 필자는 1990년 11월 29일 카투사로 입대했다. 논산훈련소에서 춥고 배고픈 겨울을 보냈다.

위 팩트와 같이 당시 카투사는 이른바 시험 기수(국어-영어-국사 시험 합격자)와 차출 기수(육군 논산훈련소에서 뽑힌 인원)가 반반이었다. 시험 기수와 달리 차출 기수는 학력, 영어 구사 능력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했다. 논산훈련소에서 그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카투사로 뽑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누구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그 인원 수 만큼, 아니 그 이상의 청탁이 있었을 거란 합리적 의심 뿐.

서씨의 카투사 입대 관련, 지원 자격과 추첨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공개적으로 추첨을 했다. 보는 눈이 한 둘이 아니다. 의정부로 간 것도 통상적으로 추첨을 통해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용산 카투사 제대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좋았겠다’는 시선을 보낸다. 이낙연 현 민주당 대표도 용산 미8군 21수송대(일명 ‘21티카’라고 부름)에서 근무했다. 필자 포함, 대부분 카투사 출신은 어떤 기준, 방식으로 근무 지역과 부대 배치를 받는지 확인할 수 없다.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논산훈련소 이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 카투사교육대(KRTC·KATUSA Reception Training Center)에서 몇 차례 영어테스트를 봤다. 그 성적 순에 따라 부대 배치가 이뤄진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시험이든 차출이든 용산 카투사는 말하지 않아도 뭔가 뒷배경이 있을 거라고 다들 생각했다. 예전에도 지금처럼 가장 힘든 전투병과가 많은 2사단 지역을 기피했다. 2사단은 경기도 이북을 맡는데 의정부, 동두천 등에서 근무한다. 뭐니뭐니 해도 주한미군 사령부가 있는 서울 한복판 용산이 가장 선호지역이다.

현재 자대 배치는 입대 전 제출한 자격증 등을 참고로 하지만 통상적으로 추첨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서씨의 경우 카투사들이 꺼려하는 2사단 전투병 부대로 배치받은 것으로 볼 때 이른바 ‘빽’이 작용했다고 보긴 어렵다. 만약 '엄마 찬스'를 썼다면 적어도 2사단은 아닐 거라고 본다. 용산으로 옮기는 재배치 청탁 의혹은 불분명하고 성사되지도 않았다. 주한 미 육군 규정 600-2에도 쉽게 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역시 보는 눈이 많아서 안 된다고 판단된다.
 

[주한미육군 규정 600-2 재배치 조항]
 

[사진=연합뉴스 그래픽]


◆서 일병 휴가 관련
△팩트
☞추가 휴가 추후 처리
서 씨는 입대 7개월 차 일병이던 2017년 6월 5~14일까지 10일 간 1차 청원휴가를 썼다. 이후 15일부터 23일까지 9일 동안 2차 청원휴가를 썼다. 무릎 수술에 따른 병가(病暇)였다. 23일이 휴가 마지막 날이었으나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다. 이틀 지난 25일 일요일까지도 부대에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24~27일까지 개인 휴가를 사용했다. 휴가를 승인하는 휴가 명령서는 25일 발부됐다. 서 일병 휴가는 인사권자인 지원대장이 허가했다.
 

[주한미육군 규정 600-2 연락대장 권한 조항]


주한 미 육군 규정 600-2 규정 상 부상을 입은 카투사는 최대 30일간의 청원휴가가 가능하다. 그런데 서 일병은 청원휴가 19일을 쓰고 4일은 개인휴가를 썼다.
 

[주한미육군 규정 600-2 휴가 조항]


☞추 대표 보좌관 전화
추미애 장관은 아들 휴가 기간인 이 때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지난 2016년 8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돼 2018년 8월 25일까지 2년 임기를 꽉 채웠다. 2017년 5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 야당 당 대표에서 여당 당 대표로 신분이 바뀌었다. 여당이냐 야당이냐는 대통령의 당적에 따른다.

추 대표 당시 보좌관은 서 일병 휴가와 관련, 해당 부대 장교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내용,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팩트로 아직 확인이 안 된다. 그러나 집권 여당 당 대표 아들의 군대 휴가 문제로 보좌관이 아들 소속 부대 장교와 통화한 사실 자체는 움직일 수 없는 팩트다.


▲경험과 상식
대한민국 어느 부대든 휴가는 정기휴가, 병 치료 등을 위한 청원휴가가 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지휘 계통의 승인에 따라 이뤄진다. 여느 회사와 다르지 않다. 카투사에 해당하는 특별법과도 같은 '주한 미육군 규정 600-2'는 복잡해 보이지만 쉽게 말해 휴가는 한국군, 외출 외박은 미군에 준한다. 이 규정이 정해지기 전에도 카투사들은 다 그랬다.

금요일 일과 시간을 마치고 자유롭게 외출, 외박을 하고 일요일 저녁에 부대로 돌아온다. 이때 휴가 신청을 따로 하지 않았다. 서 일병이 금요일까지 병가를 내고 일요일 저녁에 귀대했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거란 말이다.

카투사 병사는 미군 부대 편제에 따라 소속 조직과 근무처, 미군 및 카투사 동료가 정해진다. 때문에 한국군처럼 소대, 중대, 대대 등의 개념과는 다르다. 용산의 경우 ‘섹션’이라고 불렀다. 각자 주특기(MOS), 근무 부서가 달라도 카투사 인원을 통합해 ‘섹션’으로 묶었고, 그 리더는 선임병장이 했다. 굳이 비유하자만 한국군 내무반장, 혹은 분대장 정도로 보면 된다. 용산 미8군사령부의 경우 ‘본부’(HQ), ‘통역’(J1~6), ‘수송’(T카), ‘탱고(TANGO-Theater Air Naval Ground Operations)’ 등의 섹션이 있었고 각각 선임병장이 있었다.
 

[주한미육군 규정 600-2 선임병장 조항]


어쨌든 서 일병 부대 역시 해당 섹션의 선임병장이 휴가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이 있다. 규정 상 허가권은 직업군인인 한국군 주임원사(상사)-지원대장(대위)이 있지만, 선임병장이 확인해 처리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제보자 현모씨는 서 일병 부대 선임병장이 아니다.

서 일병 휴가가 문제가 되는 건 이 지점이다. 당시 서 일병은 선임병장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부대에 들어가지 못하니 휴가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이를 전화로 하든 SNS로 했든 선임병장 혹은 그에 준하는 선임자에게 보고하고 허락을 받았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거다. 휴가 연장이 안되니 부대로 들어오라는 지시를 받으면 복귀해 추가 휴가 신청을 하면 됐다.

그런데 휴가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당 당 대표인 엄마의 보좌관이 서 일병 휴가 인가권을 가진 한국군 장교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그 다음 최종적으로 휴가 처리가 됐다.


대한민국에 보좌관을 둔, 정치하는 엄마가 몇이나 될까. 그런 엄마가 국회의원인 아들은 더 적을 터. 보좌관을 둔 5선 국회의원의 그 아들이 입대, 육군에 복무 중인 경우는 더더 적을 게다. 그 아들이 건강이 안 좋아 수술을 했고 휴가 문제가 생겨 엄마 보좌관이 아들 군 상급자에게 전화를 한 경우는 더더더 드물 것이다. 그 엄마가 2017년 5월 대선에서 대통령을 당선시켜 소수 야당을 일약 집권여당으로 만든 지 불과 한 달된 여당 당 대표인 추미애 현 법무부장관이다.

병사의 휴가는 부대 지휘 계통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끝이다. 그러나 그 중간에 거물 정치인의 보좌관이 개입했다면 특혜 논란이 된다.

만약 당신이 한 회사의 팀장이라고 가정해보자. 입사 1년차 신입 사원인 팀원 A가 휴가 후 다음 날 출근을 안 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있는데 갑자기 회사 부사장이 A에 대한 추가 휴가 처리를 이미 했다고 통보한다. 그 신입 사원 아버지가 부사장의 고교 선배라는 건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 회사, 제대로 돌아가는 회사인가? 그 회사가 대한민국 군대라면?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 중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미애 장관의 오락가락 발언
△팩트
☞추 장관은 핵심 포인트인 아들 휴가 문제에 보좌관이 개입한 팩트에 대해 말을 계속 바꾸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에 출석해 보좌관의 전화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 보좌관이 뭐 하러 그런 사적인 일에 지시를 받겠나"라고 부인했다.

그런데 14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는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라고 시킨 사실이 없다"라고 말을 바꿨다.  보좌관이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 이를 확인하는 데 대해서는 "확인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17일에는 또 다시 "누차 간여한 바 없다 답했다", "모른다"고 했다.

그런 사실이 없다--->시키지 않았다--->확인하고 싶지 않다--->간여한 바 없다--->모른다

그런데 17일 대정부 질문 답변 과정에서 추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아들이 엄마에게 '아픕니다, 아파서 군에 복귀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라고 했기 때문에". 서 일병이 서울 광진구 자택에 함께 사는 엄마에게 아픈 상태를 말했다는 것이다.  

경험과 상식
정당 대표는 바쁘다. 집권 여당 대표라면 더 그렇다. 보좌관만 해도 당 대표실, 의원실, 지역구 사무실 등 여러 명이다. 사무실에 있는 비서들, 수행 비서, 운전 기사까지 더하면 훨씬 많다. 이들을 다 합쳐 비서진이라고 통칭한다. 

지역구를 가진 정치인, 특히 3선 이상 중진 의원의 비서진은 선거 운동을 하면서 가족들과 가까워질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가족의 온갖 대소사를 챙기는 비서, 보좌관이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배우자, 자녀들을 절대 정치판에 끌어들이지 않는 정치인도 있지만 매우 극소수다.)

서 일병의 휴가 문제로 부대 장교에게 전화를 한 보좌관은 서 일병 관리 담당이었을 게다. 이 보좌관은 당 대표실에서 근무했는데, 추 대표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을 리 없다. 위 추 장관 발언에서 보듯 아들이 엄마에게 "아파서 부대 복귀 힘들 거 같다"고 말했는데 가만 있을 엄마는 없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추론이다.

보좌관을 통해서든, 집에서 쉬고 있는 아들을 통해서든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보좌관이 전화한 사실을 몰랐다면 이는 정치인으로서 자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거다. 특히 추 장관은 병역문제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추 장관은 초선 시기인 1997년 대선에서 자신을 발탁한 고(故)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추 장관은 당시 상대방인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두 아들의 병역면제 스캔들로 다 잡은 대권을 놓친 걸 생생히 목도했다. 아들의 병역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 어떻게 될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정치인이다.

보좌관 전화를 알았다면 추 장관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도덕성 문제다. 

추미애 장관은 2004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원죄'를 가진 25년차 정치인이다. 당시 탄핵 찬성은 그의 정치적 선택이었다. 

이번 자녀 논란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한 정치적 선택의 문제가 아닌 정치인으로서 능력과 도덕성의 문제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추 장관은 개과천선, 석고대죄, 삼보일배를 했다. 이번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치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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