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트럼프' 오라클, 결국 트럼프 덕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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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9-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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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치적 궁한 트럼프, 거래 승인 직진?

  • "안보 우려 그대로...오라클 편애 의혹 살 것"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오라클이 소셜미디어 앱 틱톡의 소수 지분을 인수하고 글로벌 이용자 데이터를 관리하는 쪽으로 가닥 잡았다. 대주주는 여전히 중국 바이트댄스가 된다. 거래 세부사항이 여전히 조율 중이긴 하지만 틱톡을 둘러싼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악관이 이대로 거래를 승인할 경우 친(親)트럼프 기업인 오라클 '배불리기' 아니냐는 논란이 번질 조짐이다.

◆대선 치적 궁한 트럼프, 이대로 거래 승인 직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이번 거래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CFIUS에는 재무부, 국무부, 상무부 등 미국 내각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검토 중인 제안에는 바이트댄스가 틱톡 미국 사업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을 새 법인으로 분리하고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되, 기술 파트너 오라클에 글로벌 데이터 관리를 넘기고 소수 지분을 매각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쟁점이 됐던 틱톡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은 틱톡이 관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났을 때 이번 거래와 관련해 "그들이 합의에 아주 근접했다고 들었다"며 틱톡이 제안한 방안을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제안을 승인할지 여부에 대해선 "우리는 곧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번 제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틱톡이 미국 사업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쫓아내겠다고 경고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틱톡이 미국에 본사를 둔 새 법인을 세우고 2만5000개 일자리를 약속한다는 제안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져 대선에서 내세울 치적인 궁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사업을 통째로 넘기는 건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미국 이용자 정보를 보호하고 세수 증대와 고용 창출 효과까지 얻어냈다고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라클의 각별한 친분도 주목할 부분이다. 엘리슨 회장은 올해 2월에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트럼프 모금 행사를 열기도 했으며, 사프라 카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2016년 트럼프 캠프에서 기술고문으로 일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라클이 틱톡 인수전에 뛰어든 뒤 전폭적인 신뢰를 표명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자신을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의 팬이라고 소개했다. MS와 오라클이 틱톡 미국 사업을 두고 경쟁할 때에도 "내 생각에 오라클은 그 문제를 충분히 다룰 수 있는 회사임이 분명하다"며 오라클에 힘을 실어줬다. 

한 소식통은 "엘리슨과 사프라가 이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WSJ에 귀띔했다.

틱톡은 당초 미국 사업을 통째로 매각하는 내용을 협의했으나 지난달 말 중국 정부가 기습적으로 첨단기술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기술 제휴로 방향을 틀었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 정부도 새 거래 조건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보 우려 그대로...오라클 편애 의혹 살 것"

다만 이 같은 조건으로는 미국의 국가 안보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쉬 하울리 미주리주 상원의원은 이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틱톡이 바이트댄스의 손에 있는 한 우려하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미국 국익과 모든 이용자들은 심각한 위험에 계속 노출될 것"이라며 거래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벌써부터 현지 언론은 이대로 거래가 승인된다면 친트럼프 기업 배불리기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오피니언을 통해 거래 승인 땐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던 오라클의 일련의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틱톡 인수 경쟁에서 클라우드 사업이나 사업적 시너지 면에서 오라클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탈락된 것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면서, "후발주자이자 약체로 평가받던 오라클의 승리는 백악관의 호의가 작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리라는 추측만 부채질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라클은 이번 거래를 통해 클라우드 사업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오라클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클라우드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했지만 아마존, 구글 등에 밀려 시장 점유율은 2%에 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 거래를 통해 오라클은 1억명에 달하는 미국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자사 클라우드로 뺏어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오라클은 틱톡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AI) 맞춤형 광고 같은 신사업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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