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 칼럼] 빅테크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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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모바일부 부장
입력 2020-09-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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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견제 세력이 많아졌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에선 ‘빅테크 수난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마트폰 앱을 꼽으라면 단연 ‘틱톡(TikTok)’과 ‘포트나이트’일 것이다. 틱톡은 동영상 플랫폼 앱이고, 포트나이트는 게임 앱이다. 이들의 공통된 키워드는 ‘중국’이다. 중국의 인공지능(AI) 콘텐츠 스타트업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틱톡은 미국 사업 부문의 매각이 논의되고 있다. 텐센트가 대주주인 미국 에픽게임즈가 운영하는 포트나이트는 애플과 과금 정책을 두고 전쟁 중이다.

틱톡과 포트나이트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 서비스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틱톡은 전 세계 10억명, 포트나이트는 약 4억명이 매일 이용한다.

틱톡과 포트나이트가 같은 시기에 나란히 화제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미국 대선이 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추락한 지지율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정치인들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敵)’을 만들곤 한다. 적과 맞서 싸우는 모습을 연출하면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설정한 첫째 적은 중국 빅테크이고 그 다음이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다. 중국과의 싸움은 화웨이에서 틱톡으로 확전됐다. 의회에선 GAFA와 전쟁 중이다. 지난 7월 말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GAFA의 수장들을 화상회의에 불러 다그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트럼프 정권은 틱톡을 완전히 퇴출시키는 대신, 미국 사업을 분할시켜 오는 15일까지 매각하도록 요구했다. 틱톡이 아무리 중국 자본이라지만 민간기업의 인수·합병(M&A)에 정부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개입한 사례는 없었다. 트럼프가 내세운 논리는 ‘안보’다. 안보 위협이라는 관점에서 투자를 점검하겠다며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앞세워 개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매각 금액의 일부를 재무부에 지불하라”며 '아무말 대잔치'도 이어가고 있다. 틱톡의 매각 후보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페이스북도 틱톡 인수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의 적으로 낙인 찍힌 GAFA의 페이스북엔 그림의 떡이다.
 
포트나이트 문제는 더 복잡하다. 운영사인 에픽게임즈에 중국 자본이 투입됐다는 점과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독점하는 애플과 구글에 대한 앱 개발사의 불만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애플과 구글이 독점한 앱 마켓을 통해 장사하려면 매출의 30%를 장소 이용료로 내야 하는데 비싸다며 아우성이다. 불만의 선봉에 에픽게임즈가 섰다. 에픽게임즈가 반기를 들자 애플은 해당 앱을 삭제했다. 에픽게임즈는 기다렸다는 듯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미국에선 트럼프 정권의 적대시 정책으로 GAFA의 애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타이밍을 노리고 에픽게임즈가 도발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을 규제할 명분을 얻었다.

한국의 빅테크 기업도 정치권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포털 다음에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에 압력을 가하려 한 국회의원이 논란이 됐다. 네이버에서 부사장까지 지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털의 뉴스 편집에 문제를 제기하며 ‘포털 통제’로 오해받을 수 있는 문자를 보좌진과 주고 받았다. 
 
정치권의 압박이 빅테크에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독점법 전문가인 해리 퍼스트 뉴욕대 교수는 '정보의 독점'에서 비롯된 영향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빅테크 기업에 '부(富)가 집중'되는 구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20년 전에 만들어진 낡은 규제와 룰을 버리고 데이터 경제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규제와 룰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규제와 룰이 기술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빅테크의 수난시대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제공=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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