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 칼럼] ‘댐 경영’으로 기업의 면역력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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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IT과학부 부장
입력 2020-03-0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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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퍼졌던 지난주 미국 금융시장은 대혼란을 겪었다. 다우지수는 7일 연속으로 떨어져 주간 하락률이 12%를 넘었다. 코스피는 물론이고 도쿄, 상하이, 홍콩 증시도 함께 추락했다. 전 세계 주식시장의 동향을 나타내는 MSCI 지수도 지난 주에 11% 이상 떨어졌다.

‘코로나 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뉴욕증시 다우지수의 12%라는 하락폭은 2008년 10월 리먼 쇼크 이후 최대치다. 2001년 9월 미국 동시다발 테러 직후 하락 국면에서 기록한 14%, 1987년 10월의 블랙먼데이 발생에 따른 13% 하락과도 맞먹는다.

기업도 아우성을 치고 있다. 중국에 공장을 세운 기업들은 공장가동이 늦어지면서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부품과 완제품의 수급 불일치라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아이폰의 90%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은 생산 차질과 중국 내 판매 감소를 이유로 1분기 매출 전망치 달성이 어렵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코로나 쇼크’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침투하고 있다. 공장이 문을 닫고, 백화점과 마트, 쇼핑몰의 폐쇄가 반복되고 있다. 경제심리의 위축으로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는 형국이다. 국내기업들은 큰 리스크에 직면했다.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사진제공=PHP연구소) 


경기는 순환한다. 호황 뒤에 반드시 불황이 온다. 그래서 기업들은 호황이 왔을 때, 불황을 대비해야 한다. 불황이 닥쳐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게 댐을 만들자고 주장한 기업인이 있다. 자전거 가게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굴지의 전자기업 파나소닉을 창업한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다.

마쓰시타는 1965년 2월 일본 오카야마현(岡山縣)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댐 경영과 적정경영’을 주제로 강연했다. 댐 경영이란 말은 이 때 처음 나왔다. 마쓰시타는 댐에 물을 비축해 필요에 따라 물을 활용하듯, 사람과 물자, 자금도 댐처럼 비축해두면 불황이 닥쳐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마쓰시타는 댐 경영을 설명하면서 공장을 예로 들었다. 기계가 100% 가동되어야 이익을 낼 수 있는 공장은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이익을 낼 수 없게 되지만, 80%만 가동시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공장은 문제가 발생해도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대기업은 댐 경영이 가능할지 모르나, 우리와 같은 중소기업이 댐 경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마쓰시타의 강연을 듣던 기업인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마쓰시타는 “방법론은 나도 모르지만, 댐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먹는 게 중요하다. 댐을 만들지 못하겠다는 것은 결심의 문제”라고 답했다. 댐을 만드는 방법을 모르겠다는 대답에 청중들은 실소했다. 마쓰시타는 “미국 기업은 이미 실천하고 있고, 일본처럼 패전국인 독일조차 일본 기업보다 자기 자본이 훨씬 많지 않은가”라며 청중들에게 되묻기도 했다.

마쓰시타의 강연을 듣고 있던 교세라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 회장은 "댐을 만들겠다고 강하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 한 그의 답변에서 경영자는 강한 의지와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훗날 회상했다는 일화가 있다. 
 

파나소닉 (사진=한준호 기자) 


댐 경영은 쉽게 말해 10%의 여유 설비를 갖추자는 것이다. 여유 설비가 있으면, 경제적인 변동에 따른 수요 변화가 발생해 제품이 부족해도 여유 설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거꾸로 제품이 남아돌면 여유 설비를 쉬게 하여 조절하면 된다. 마쓰시타는 이 개념을 정확히 인식해 실천에 옮긴다면, 건전하고 이윤이 높은 경영을 펼칠 수 있다고 봤다.

경기가 호황일 때 댐에 물을 비축하듯이 이익을 착실히 쌓아야 한다. 불황이 닥쳐서 물을 찾아도 이미 늦다. 하지만, 불황을 겪어서야 댐의 중요성을 깨닫는 경영자가 대부분이다. 실제 댐처럼 호우가 내려 순식간에 물을 채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매년, 매분기마다 이익을 올려 조금씩 비축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긴 세월에 걸쳐 물을 비축한 뒤 위기가 닥쳤을 때 그것을 풀어야 한다. 댐 경영은 장기전이다. 

일본의 경영 컨설팅 전문가들은 댐 경영의 구체적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경영자원을 집중시키는 ‘단순화’ 작업과 이익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고수익화’다.

마쓰시타는 언제든지 가게 문을 닫을 각오로 일을 해왔다고 한다. 가게 문을 닫아 고객과 거래처, 종업원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비축이 필요했다. 가게 문을 닫을 때도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이 돈이기 때문이다.

마쓰시타가 댐을 만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1년 동안 일감이 없어도 모든 종업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 마쓰시타는 신용의 댐, 시간의 댐, 마음의 댐도 만들었다. 마쓰시타가 주장한 댐 경영은 결국 기업도 면역력을 키우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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