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진료 복귀' 정부-의료계 휴전…'공공의료 개편해야'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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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욱 기자
입력 2020-09-0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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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일 새벽 대전협, 전공의 전원 업무 복귀 결정

  • 서울아산 등 '빅5' 대형병원 전공의 복귀 완료

  • 의료계-정부, 갈등 임시 봉합·논의 유보만 한 상태

  • 의료계 일각 "필수진료 부문 의료 시스템 개편해야"

전공의·전임의들의 진료 현장 복귀 결정으로 의료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의료 정책을 원점 재검토하고 의정 협의체를 구성해 의료 정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논의 시점을 코로나19 안정화 이후로 미뤄둔 상황이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이에 민간 의료병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 대한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전공의 전원의 업무 복귀 결정을 내린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 전원의 업무 복귀 결정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이 진료 현장으로 돌아와 업무에 복귀했다.

김명종 대전협 공동 비대위원장은 "의결권을 행사한 105표 중에서 95표가 정상 근무와 피켓 시위를 하는 수준의 1단계 단체행동을 선택했다"며 "11표가 강경한 파업 유지, 1표가 무효였다"고 말했다. 이에 진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았던 일부 전공의들 역시 이날 오전 대부분 병원으로 돌아갔다.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업무에 들어갔고, 142명 전원이 사직서를 내고 파업에 참여했던 조선대 병원 전공의들도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료 현장에 복귀했다.

국내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도 전날부터 시작해 이날까지 병원에 모두 복귀했다. 다만 업무 정상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 이들 병원은 돌아온 전공의들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했고,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된 전공의부터 차례대로 업무에 배치할 예정이다.


 

의료공공성강화 전북네트워트가 지난 4일 오전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과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을 재검토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밀실야합'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공의들이 진료 현장에 복귀하면서 이번 집단휴진 사태는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정 갈등의 원인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여당이 갈등의 원인이 됐던 공공의대 설립 추진,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코로나19 안정화 이후로 미루면서 논의를 시작조차 못 한 상태기 때문이다.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응시 집단 거부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의사 국시 응시를 집단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전협은 의대생들의 국시 응시를 위한 구제책을 정부가 마련하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의정 합의 파기까지 시사하면서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의협과 대전협 등 의료계에선 정부가 합의 사항 불이행 시 언제든 집단행동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송명제 의협 대외협력이사는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의료계와 정부, 여당 합의의 전제조건은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가 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들이 국시를 이제 볼 수 없다고 말씀하신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조 관계자들이 지난달 25일 청와대 앞에서 의사 집단 진료중단행동 철회 및 공공의대 설립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의료계 파업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선 공공의료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 정책위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로 우리 사회가 국민의 기본권, 건강권 문제에 대한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공공병원과 공공의사가 없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의료공급이 가장 민영화된 나라다. 민영화됐기 때문에 의료 공급자도 가장 시장 의존적이고 시장 자본주의 친화도가 높고 보수적으로 변한 것"이라며 "의료서비스라는 것이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건강보험을 통해 해결했는데, 나머지 의료 인프라는 전부 민영화되어 있다. 그 사이의 모순 때문에 의사 집단이 통제에 대한 극도의 반감이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증질환 진료 및 필수진료 부분에 대한 의료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 페이지 운영자는 의료계 집단휴진 등 파업에 대해 "재발을 막기 위해서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이 의료의 공공성에 대해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공공의대도 하나의 좋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 페이지는 의료계 집단휴진을 주도한 의료계 주류에 비판적인 전공의·의대생들이 운영하는 SNS 계정이다.

운영자는 "왜곡된 전문가주의, 바로 말해 직역 이기주의와 엘리트주의, 선민의식, 특권 의식으로 점철된 사회가 형성된 데에는 의사라는 직업의 지나치게 높은 평균 연봉 그리고 의사가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의과대학을 사학재단과 거대자본이 운영하고 있는 구조적 영향이 크다"며 "공공의료에 종사할 것을 전제로 입학해 공적 자원을 통해 교육받은 인력이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의료인이 된다면 이런 폐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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