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월드비전] Mr. 나이스가이 바이든? 어쨌든 美는 '힘의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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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20-09-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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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기자회견 하는 바이든과 해리스 (윌밍턴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8월 13일(현지시간)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과 함께 델라웨어주의 윌밍턴에서 공중보건전문가들로부터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브리핑을 들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j







미국 대선이 불과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 결과를 궁금해한다. 누가 다음 백악관 주인이 되는지에 따라 세계 역사와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에게 맞서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캐릭터가 너무도 딴판이다. 트럼프는 충동적이고 괴팍하지만 열정적이다. 2년 전 북한보다 "더 크고 강력한 핵버튼이 있다"고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트윗을 날린 것처럼 누구한테나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그가 공격적 성향의 '마초맨(Macho Man)'이라면 바이든은 다정한 동네 할아버지 같은 인상이다. 바이든은 배려심도 많고 인간미가 넘쳐 '미스터 나이스 가이(Mr Nice Guy)'로 불린다.

바이든은 별명이 많기도 하다. 대부분 그의 정적 또는 언론이 만들어낸 것들이지만 '소탈한 조(Folksy Joe)' '중산층 조(Middle-Class Joe)'처럼 중서부 '러스트 벨트'  백인 노동계층을 공략하기 위해 본인이 내세운 것도 있다. 그는 과거 입에 모터가 달린 것처럼 말이 너무 많아 구설수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지금 언론은 그에게 '떠버리 조'(Garrulous Joe)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민주당 대권 후보 경쟁에 나선 이후 그는 말이나 행동이 매우 신중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자 공화당은 '섬뜩한 조(Creepy Joe)' 프레임으로 그에게 타격을 가했다. 애슈턴 카터 전 국방장관 아내 뒤에서 어깨 위에 손을 올린 모습 등 바이든의 부적절한 신체접촉 영상을 편집한 광고가 제작되어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급히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바이든은 누구에게나 격의 없이 다가가는 정치인으로 알려져있다. 바이든의 신체접촉을 다정함과 친밀함의 표시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바이든이 타인의 불쾌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아무때나 신체접촉을 한다고 비난하는 이들도 많다. 트럼프는 바이든을 '졸린 조'(Sleepy Joe)' 또는 '느린 조(Slow Joe)'라고 지칭하며 틈만 나면 그가 고령이고 활력이 없고 무능하다고 놀려댄다. 트럼프의 지겨운 인신공격성 발언에 바이든은 화를 낼 만도 한데 표면적으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별명으로 본 바이든의 모습은 '8색조(Joe)'이다.

중고차 판매원 아들로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바이든(77)은 30세이던 1972년에 델라웨어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최연소 당선 기록을 세웠다. 당선 직후 부인과 딸을 교통사고로 잃는 아픔도 겪었다. 이후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연방 상원의원으로서 법사위원장, 외교위원장 등을 맡았고 8년 동안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을 지냈다. 화려한 정치 이력과 풍부한 국정경험이 안정감을 주는 중도성향의 원로정치인이다. 상원의 터줏대감 시절 그의 의정활동을 보면 민주당원이지만 그가 공화당원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대기업과 금융계 엘리트들이 선호하는 법안을 많이 챙겼다. 월가가 버니 샌더스 등 진보좌파 후보를 따돌리고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거둔 승리를 두손으로 대환영한 이유이다. 지난달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의 초점은 '착한 바이든' 띄우기였다. 특히 민주당은 바이든이 '공감 능력(empathy)'이 뛰어나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켰다. 미국이 코로나19로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인종차별반대 시위로 분열된 지금,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는 '품위'와 '인간미'를 내세워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민주당 후보 수락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한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는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 바이든을 모두 41차례 언급했다. 그는 바이든을 '일자리 파괴자' '사회주의의 트로이 목마' 등 각종 표현으로 흔들었다. 바이든은 자타가 공인하는 외교통이다. 12년전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바이든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했다. 젊고 잘생기고 카리스마 넘치던 오바마가 경쟁자인 바이든을 러닝 메이트로 지명하게 만든 것은 바이든의 깊은 연륜과 외교정책 전문성 그리고 의회 내 원만한 소통능력이었다. 바이든은 부통령 시절, 부시 행정부의 딕 체니 부통령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지는 못했지만 외교정책 등 여러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에서 기자와 편집자 등을 지낸 스티븐 리빙스턴은 자신의 저서 <바이든과 오바마>에서 두 사람이 백악관에서 '역대급 브로맨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서로 존경하고 환상적인 팀워크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내년 취임일 기준 78세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이후 첫 아일랜드계 정치인의 백악관 입성이다. 예상되는 정책 변화 중에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으로 대외정책(외교·안보·통상)을 빼놓을 수 없다. 민주당의 2020년 대선 정강정책(platform)을 펼쳐보니, 앞 부분에 이번 선거는 단순히 후보(candidate)의 선택이 아니라 대통령의 캐릭터, 더 나아가서 민주주의와 세계의 리더십에 대한 캐릭터를 결정하는 선거라고 규정했다. 바이든은 자유무역주의자이다. 트럼프의 무분별한 관세 정책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는 트럼프의 과격한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미국을 고립무원의 처지로 내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전통적 외교 정책의 근간인 '동맹 재창조'를 내세우고 있다. 바이든은 특히 트럼프 정부가 내던진 글로벌 리더와 세계질서 수호자로서의 미국 역할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트럼프의 무자비한 '중국 때리기'와는 방식은 달라도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은 지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정강정책에는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이 여러 차례 언급이 되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협력해 글로벌 무역의 조건을 바꾸지 않으면, 중국이 나설 것이며 이로 인해 미국의 노동자와 중산층이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에서 강력한 입장을 가지기 위해서는 동맹국들의 협력과 결집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은 거세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환율조작 등에도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대처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향후 국가간 무역협정에서는 노동·인권·환경에 대한 기준도 엄격히 따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그들의 대중(對中)정책이 미국의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미국과 동맹국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남중국해, 홍콩, 대만, 위구르족 소수민족 갈등 문제에서도 미국의 입장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중국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기후변화, 핵무기비확산 등에서는 협력할 것이고, 일방적 관세전쟁은 신냉전의 트랩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의 당선이 미·중 관계가 양국간 무역전쟁 이전처럼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야할 듯하다. 이번 민주당 강령은 4년 전과 달리,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겠다는 약속도 빠졌다.
 
2020 미국 대선에서 누가 최후 승자가 되든,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우리에게 초미의 관심사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아니었다면 북한과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김정은과의 역사적인 정상간 회동과 친교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답보상태인 비핵화 북·미회담이 다시 본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코로나 여파로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는 북한도 미국의 지원이 절실하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쉽게 포기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바이든의 대북정책은 아직은 모호하다. 민주당은 전당대회에서 채택한 강령에서 "트럼프 시대 훼손된 한·미 동맹의 원상회복 및 강화"를 내세웠다. 비핵화에 대해선 "동맹국들과 조율된 외교 캠페인을 통해 북한의 호전성을 억제하며 장기 목표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북한의 주민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정권의 주민들에 대한 인권유린 중단을 위해 압력을 가하고 인도적인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톱다운 방식보다는 실무협상을 중시하는 바이든은 집권해도 김정은과 친서를 주고받거나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일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정권과는 코드가 맞지 않아 북한과의 관계가 더 후퇴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외교정책의 '키워드'는 힘을 통한 평화다. 그러나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힘을 통한 미국의 이익 방어일 뿐이다. 두 후보 모두 방식은 다르겠지만 중국과 북한에 대한 압박과 봉쇄작전은 계속될 태세이다. 바이든이 승리하면 한국에겐 설자리를 분명히 하라는 압박이 더 거세질 수 있다.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 트럼프는 지난 4년간 국제정치를 철저히 국가간의 금전적인 계산으로부터 접근했다. 그의 '장사꾼 외교'는 결과적으로 미국이 오랫동안 구축했던 다자주의 외교의 틀을 무너지게 했다. 그의 시도 때도 없이 이어지는 막말과 '폭풍 트윗'은 동맹국이고 적대국이고 가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존재(a loose cannon)'였다. 그의 기행은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적 행동이라는 해석도 있고 대통령직에 부적합한 타고난 성격과 심리상태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심리학회(APA)는 회원들에게 대통령을 비롯한 공인의 정신상태를 간접적으로 분석해 공표하는 것을 자제할 것을 강력 권고하고 있다. 윤리적인 문제도 있고 선거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트럼프의 정신상태에 대한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맥애덤스(Dan P. McAdams)는 정치인 트럼프의 성격을 자기도취 (narcissism), 타인과 동의하지 않는 자기중심주의 (disagreeableness), 그리고 과대망상 (grandiosity) 3가지로 규정했다. 정신의학자인 앨런 프랜시스(Alan Francis) 듀크대 명예교수는 "트럼프는 사악하고 무능력하다. 나쁘지만 미친 것은 아니다"라며 트럼프의 정신이상설 운운하는 사람들을 비난했다.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은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정강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2016년 채택한 정강정책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기존 정책을 입장 변화 없이 그대로 4년 더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아마도 매일 매일 그의 입이나 트위터를 통해서 나오는 새로운 내용들로 세상이 '깜놀' 할 때가 많을 텐데, 구태여 정강정책을 새로 짤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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