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월드비전] 트럼프가 노리는 5가지 '반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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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20-08-2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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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선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역사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화상 참여한 바이든 후보 (밀워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17일(현지시간)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델라웨어 주에서 화상을 통해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전당대회 행사장에서 전국 각지를 화상으로 연결해 진행된다. 





11월 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10월의 이변'이란 의미로 역대 미국 선거에서 막판에 유권자의 표심을 돌리려고 의도적으로 준비된 대형 이벤트를 일컫는다. 대표적인 예로 1972년 대선 당시 최대 쟁점이던 베트남전쟁의 종결을 논의하던 파리 평화회담이 꼽힌다. 그해 10월 8일 북베트남 협상팀이 미국이 제시한 평화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회담의 돌파구가 마련된 듯했다. 헨리 키신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파리에서 급거 귀국한다. 10월 26일로 잡힌 특별 기자회견을 위해서다. 그러나 회견을 며칠 앞두고 남베트남측은 미국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키신저에게 통보한다. 북베트남도 남베트남측을 설득할 시간을 달라는 키신저의 요구를 묵살하며 평화회담은 다시 교착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키신저는 예정된 기자회견을 강행한다. 그는 기자들에게 "평화는 가까이 있다(peace is at hand)"고 선언했다. 그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 이후 베트남전쟁은 2년반이나 지속되었다. 키신저의 기자회견 이후 닉슨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하고 60% 지지로 재선에 성공한다. 닉슨은 재선에 성공한 직후 하노이와 하이퐁에 대해 12일 동안 '크리스마스 폭격'을 감행했다. 베트남전을 통틀어 최대 폭격이었다.

10월의 이변이 1972년 닉슨의 경우처럼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지미 카터 현직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가 맞붙은 1980년 대선의 최대 쟁점은 테헤란 美대사관에서 이란 혁명 극렬분자에 의해 볼모로 잡힌 52명의 미국인 인질 석방 문제였다. 대선일 한 달을 앞두고 카터는 억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란은 이례적으로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는 인질을 석방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한다. 선거를 바로 목전에 두고 발표된 이란의 성명을 두고, 레이건 후보 측이 CIA(중앙정보국)의 비호 아래 이란 호메이니 정권과 성사시킨 비밀거래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레이건 측이 금수조치된 무기를 이란에 건네는 대가로, 이란은 대선일 이전에 억류 미국인을 석방하지 않겠다는 조건에 합의했다는 소위 레이건-이란 딜에 대한 진실은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카터는 결국 재선에 실패했다. 이듬해 1월 20일 레이건이 정식으로 대통령에 취임하는 당일 이란은 억류 미국인을 석방했다. 레이건 공화당 후보의 선거캠프단장으로 일하다가 이후 CIA 국장이 된 윌리엄 케이시는 이란과의 비밀협상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후보 개인 신상에 대한 폭로나 말실수가 옥토버 서프라이즈로 등장하기도 한다. 2000년 대선 당시 폭스뉴스는 조지 W. 부시 후보가 젊었을 때 음주운전을 하다 체포된 일이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로 인해 부시 후보는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잃게 되는 타격을 입게 되었고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 플로리다주 재검표 상황까지 가는 박빙의 승부 끝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4년 후 부시의 재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국가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게 한 9·11테러 용의자 오사마 빈 라덴의 육성 비디오 테이프 공개였다. 2008년 대선은 주식시장이 붕괴하고 실업률이 치솟던 금융위기 상황에서 치러졌다. 당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몇 채의 집이 있는지 모른다며 자신의 스태프에게 물어보겠다고 답했다가 여론의 거센 역풍에 시달리다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패배했다. 2012년 대선에서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는 자신의 비공개 정치자금 후원회 모임에서 행한 민주당지지 유권자에 대한 비하 발언이 공개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의 문제발언이 담긴 비밀 테이프를 자신의 막판 캠페인 광고에 십분 활용했다.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격돌한 2016년 대선의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단연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이다. 클린턴 후보는 국무장관 시절(2009~2013년) 개인 이메일 서버를 이용해 기밀문서를 주고받은 스캔들과 관련, FBI는 대선을 불과 10일 앞두고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이어서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힐러리 클린턴이 2013년 월가 투자은행에서 행한 '고액 강연' 내용을 폭로하자 그녀의 신뢰성은 더욱 타격을 입었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과거 세금자료를 근거로 트럼프가 18년 동안 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는 끝없는 막말과 도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판을 흔드는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키며 주류 미디어와 선거전문가의 예측을 뒤엎고 승리를 했다. 과연 이번 2020 대선을 막판에 뒤흔들 메가톤급 변수가 나올까? 아무래도 깜짝 '반전카드'를 노리는 주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진 트럼프라 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2차 대유행?

올해 대선의 관건은 트럼프가 코로나 사태 이후 잃어버린 유권자의 신뢰를 얼마나 회복할 수 있느냐 여부이다. 올해 초만 해도 재선을 낙관하던 트럼프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게 된 계기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때문이었다. 그는 마스크를 써야 할지, 봉쇄 조치를 취할지, 언제 경제활동을 재개해야 할지 등을 놓고 갈팡질팡하면서 신뢰와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재확산 조짐까지 보이면서 이번 대선의 옥토버 서프라이즈 후보 1순위는 팬데믹 종식보다는 팬데믹 2차 대유행이다. 이럴 경우 트럼프에겐 치명타이다. 초조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편투표의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며 대선 연기론을 꺼냈다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반발하자 뒤로 물러섰다. 우편투표 확대실시가 불가피한 상황인 가운데 트럼프가 초박빙 승부로 패배할 경우 선거 불복을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는 자신의 열세를 만회할 주요 승부수 중 하나로 코로나 백신의 조기 출시를 내걸고 있다. 과학계는 트럼프가 식품의약국(FDA)을 압박해 안정성이 결여된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대선 전까지 코로나19 백신이 준비될 것이라고 장담해온 것과 달리 내년 봄이나 여름까지 미국인 대다수가 접종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1월 대선 전에 맞춰 임상실험을 거쳐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백신 개발의 성공은 현재로선 트럼프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美경제 V자형 대반등?

1992년 미 대선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을 승리로 이끈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이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경제는 주요 변수이다. 실제 코로나19 전만 해도 사상 최장 호황과 반세기 만의 최저실업률이 이어지면서 트럼프의 재선이 유력시됐다. 지금 상황은 완전 딴판이다. 지난 2분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역대 최악인 -32.9%(연율)를 기록했다. 지난 5년간 이룩한 성장이 한꺼번에 사라져버린 셈이다. 트럼프는 경제가 V자 회복을 넘어 로켓처럼 반등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미 주식시장은 이를 선반영 하고 있지만 재확산 우려로 3분기 경기 급반등에 대한 기대는 수그러들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제5차 추가부양책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답보상태이다. 초조해진 트럼프는 행정명령을 통해 추가 실업수당 연장과 급여세 유예 등 독자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트럼프는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추가부양책을 인질로 삼는다고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 사태 이후 4차례에 거쳐 2조800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10월 미 경제의 V자형 회복 소식은 트럼프를 패배위기에서 구할 대형 호재이지만,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옥토버 서프라이즈이다.

남중국해 충돌? 이란공격?


외교분야에서 이번 대선의 가장 큰  관심사는 트럼프의 대중 압박, 즉 '중국 때리기'이다. 이는 유권자의 관심을 경제침체와 인종차별반대 시위 등 내부 문제에서 외부로 돌리며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트럼프의 재선전략으로 볼 수 있다.  미·중 관계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이다.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와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여기다가 홍콩과 대만문제, 위구르 자치구 인권탄압 등 동시다발적인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최근 홍콩 언론은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군사훈련을 하며 대치 중인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양국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계속 보도하고 있다. 여차하면 미국이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을 공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정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선 직전 북·미 회동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있고, 중국과의 갈등 등 국내외 현안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북·미 대화는 당분간 개최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층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라면 북한과의 대화카드보다는 차라리 반미국가인 이란이나 베네수엘라를 공격하는 지정학적 위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7일 CNBC방송은 크립스톤 스트래터직 매크로의 설립자인 마이클 해리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는 11월 대선 결과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피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여러가지 행동에 유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해리스는 "지지층을 모으는 가장 유력한 이벤트는 이란이나 베네수엘라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했다.

'샤이 트럼프'의 결집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 불리한 여론조사를 뒤집고 승리했다. 누구보다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샤이 트럼프"의 힘이 컸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때 10%포인트 이상 열세이던 트럼프가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상당히 줄이고 있다. '샤이 트럼프'로 지칭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바이든 후보보다 견고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지지율 추락은 코로나와 인종차별 반대시위 이후 급격하게 확산된 반(反)트럼프 정서 때문이다. 이번주 시작된 민주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선거구도는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에서 '트럼프 대 바이든 구도'로 변할 전망이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 저학력층'이 결집할 경우 이번에도 의외의 선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공화당 소속으로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연방 하원의원 3선을 지낸 김창준 정경아카데미 이사장은 이달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예측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이사장은 ‘샤이 트럼프’의 결집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치매설’을 언급했다. 바이든은 77세로 트럼프(74)보다 고령이다. 이번에 당선돼도 재선 도전은 부통령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1일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장고 끝에 대선에서 함께 뛸 러닝메이트로 50대 비백인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택했다. 민주당은 '싸움닭"으로 알려진 해리스의 지명으로 미 대선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하지만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는 바로 연결되지 않는 모습이다. 해리스 지명 직후인 지난 12~15일 CNN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50%의 지지를 얻어 46%를 기록한 트럼프 대통령을 오차범위(±3.7%포인트) 내에서 앞질렀다. 6월 조사에서 14%포인트(바이든 55%, 트럼프 41%)였던 것과 비교해 격차가 10%포인트나 줄었다.

결국은 TV토론이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美대선 레이스는 본격화되었다. 앞으로 크고 작은 서프라이즈가 신문과 방송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겠지만, 가장 큰 관심을 불러모으는 것은 전국적으로 전파를 타게 될 트럼프와 바이든의 3차례 TV 토론이다. 美 대선후보토론위원회(CPD)가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대선 TV토론은 9월 29일(인디애나주 노트르담), 10월 15일(플로리다주 마이애미), 22일(테네시주 내슈빌) 세 차례 개최된다. 그동안 트럼프는 바이든의 인지력에 문제가 있어 대통령이 될 능력이 없다고 떠들고 다녔다. 지난달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두 문장을 말하지도 못한다"면서 공개행사에서 "프롬프터를 읽고  내려온다. 같은 말을 반복한다"고 했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들은 바이든이 정신적으로 트럼프보다 건강하다고 보고 있다. TV토론이 시작되면 미국인들은 확실한 판단을 할 것이다. 만약 바이든이 트럼프가 주장한 바와 달리 TV토론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이 또한 '옥토버 서프라이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덕분에 TV토론에서 바이든 활약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치가 현재 매우 낮기 때문이다.

 

지지 군중 앞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맨카토 AP=연합뉴스) 대선 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의 맨카토 공항에 모인 지지 군중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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