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표창장 본 전문가들 고개 갸우뚱… "어디가 위조됐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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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08-2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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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했음을 증명할 '결정적 증거'라며 내세운 '타임라인'이 검찰의 발목을 잡게 됐다. 

지난 20일 재판에서 재판부가 검찰에 '표창장 위조' 과정을 시연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타임라인에 따라 위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사실상 재판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이날 변호인 측은 앞선 공판기일에서 검찰이 제시한 '타임라인'과 위조방법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그런 방식으로는 위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재판부가 수용한 셈이다. 

검찰은 강력히 반발했다. 포렌식 보고서를 통해 '타임라인'을 구성하는 등 역순으로 제작방법을 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최종 저장된 정 교수의 딸 조모씨의 표창장을 출력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전문가들은 검찰의 '타임라인'에 코웃음을 치면서 위조라는 주장 자체가 허구라고 단언하고 있다. 

아주경제는 23일 복수의 전문가에게 의뢰해 조국 전 장관 딸의 '표창장 사본'과 아들의 '상장 사본'을 분석했다. 위조를 했을 경우 생길 수밖에 없는 흔적들을 찾기 위함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조의 흔적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어느 곳에도 위조 흔적 없다"
본지는 앞서 표창장 위조 단계에 사용됐다는 양식과 정 교수 아들의 상장 사본, 딸의 표창장 사본을 확보했다. 이를 기초로 각 사본의 직인 모양, 위치, 글자 크기 등을 분석해 '검찰의 공소장대로' 딸의 표창장을 위조(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위조 가능성 여부와 별개로 '위조된 흔적' 자체를 찾을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검찰의 주장대로 표창장 하단부를 오려내 레이저 프린터로 출력하는 방식으로 위조됐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리화 현상이 표창장 하단부에 나타나야 하지만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딸 표창장 사진부분을 분석한 사진. 프린터된 부분은 밝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사진=김태현 기자]
 

레이저 프린터의 경우 레이저 빔으로 영상을 만들고 토너를 열과 압력을 이용하여 용지에 정착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바로 이 열과 압력 때문에 용지 표면에는 필연적으로 '유리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육안으로 볼 때는 구분할 수 없지만 디지털 분석기술을 이용해 색조, 채도, 명도를 조절하면 [사진]에서 보듯 유리화된 부분이 선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위 사진은 이 같은 방법으로 정 교수의 딸 조모씨의 표창장을 분석한 사진이다. 이에 따르면 표창장 가운데 부분이 유리화된 것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반면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직인)' 부분은 전혀 유리화되지 않았다. 레이저 프린터로 출력된 것이 아니라는 것. 전문가들은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 부분은 레이저 프린터로 출력된 것이 아니라 표창장 상단부 로고, 하단부 은박과 같이 사전에 인쇄가 돼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초 로고, 은박을 인쇄할 때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라는 문구도 함께 인쇄가 된 것 아니냐"라는 것.

만약 전문가들의 분석대로라면 아들의 상장 하단부를 캡처해 오린 뒤 딸 표창장에 갖다 붙여 위조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애시당초 성립될 수조차 없었던 셈이 된다. 
 
"어디가 위조됐다는 겁니까?"
앞서 검찰은 포렌식 보고서를 통해 표창장 위조 '타임라인'을 제시했다. 지난 20일 검찰의 주장과 변호인의 반론을 종합해보면 표창장 위조 순서는 다음과 같다.

'총장님 직인.png' 스캔 생성 → 문서2.doxc 삽입 → 총장님 직인.jpg’ 파일에서 총장 명의·직인 부분 캡처 → 노란색 줄 삭제 등 이미지 보정 → 동양대 상장 한글양식 파일 표 편집 → 캡처한 명의·직인 파일 한글 파일에 삽입

검찰이 주장하는 대로 총장님 직인파일 부분을 픽셀값 1072×371로 잘라낼 경우 실제로는 상장의 하단부 '노란띠'가 드러나게 된다. 검찰은 재판에서 애초 '노란띠'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차치한다면 모니터 상에서는 완성본이 표창장과 거의 유사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출력을 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하단부 직인파일을 캡처(비트맵값)해서 넣을 경우 '이미지파일'로 저장되기 때문에 출력하면 직인파일 부분의 일정한 색 변조가 생기는 것.

전문가들은 "아마도 검찰이 컴퓨터 화면만 보고 출력을 안 해본 것 같다"며 "컴퓨터 화면으로는 위조가 가능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씨의 표창장에는 이같은 특징이 확인되지 않는다.

재판부가 직접 시연해보라고 검찰에 요청함에 따라 검찰은 향후 재판에서 표창장 위조 과정을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다른 변수들을 배제한 채 검찰이 "최종본을 출력하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밝힘에 따라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니터 상(위)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캡처된 부분이 출력본(아래) 사진에서는 확인된다. [사진=김태현 기자]
 

[사진=김태현 기자]

허점 수두룩... 정경심 집에는 레이저 프린터 없어
이 밖에도 재판과정에서 허점이 수두룩하게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서울 방배동 자신의 집에서 딸의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하지만 서울 방배동 자택에는 레이저 프린터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20일 재판에서 확인된 정 교수의 자택 컴퓨터는 'hp 포토스마트 2600' 모델이다. 이 모델은 '잉크젯' 방식을 사용하는데, 잉크젯 방식은 잉크를 얇은 노즐로부터 종이에 잉크 방울을 떨어뜨려 그것을 말림으로써 문자 및 그래픽을 종이에 출력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위 사진과 같은 '유리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변호인들은 또, 파일을 프린트했다면 필연적으로 생성될 수밖에 없는 SHD파일이 생성되지 않았고, 그 어떤 곳에서도 파일을 출렸했다는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며 '위조된 표창장을 프린트했다'는 주장도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허점이 잇따라 지적된 것과 관련해 애초 검찰이 파일들의 최종수정 시간만 가지고 '위조'라는 결론을 무리하게 추단했고, 카빙방식으로 유추해낸 값에 지나치게 신빙성을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꼬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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