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①북·미 ‘핑퐁게임’ 무한반복…‘중재’ 기회 찾는 文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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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7-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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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미 비핵화 교착, 11월 美 대선까지 지속 전망

  • 北, 북·미 관계 우선순위…남북, 뒷순위로 밀려

  • 文정부 북·미 '중재자론' 구상 실현 기대 낮아져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이 좀처럼 실현되지 않고 있다.

비핵화와 그에 따른 상응 조치를 두고 북·미가 서로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이른바 ‘핑퐁게임’을 무한 반복하는 가운데 북측이 노골적인 ‘남한 패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외교·안보가에서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한반도 평화를 둘러싼 현재의 교착국면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따라 북한의 대미·대남 정책 방향이 결정될 거란 전망이다. 북한도 미국 대선을 바라보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이 달린 미국 대선이 ‘한반도 평화’ 운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미국 대선 전 3차 북·미정상회담 필요성을 언급, ‘중재자 역할’ 기회 모색에 나섰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중재자론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은 듯하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외교부 사진공동취재단]

 
◆‘비건 방한’ 북·미 간 ‘책임회피’만 재확인
지난 7일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만에 이뤄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은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의견 차이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대미 담화를 통해 “이미 이룩한 (북·미) 정상회담 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미국과 과연 대화나 거래가 성립될 수 있겠느냐”라며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특히 최 부상은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융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이 굳이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고 했다. 북·미 대화 재개를 논하기 이전이 미국이 기존의 비핵화 셈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셈법’을 먼저 제시해야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의 태도 변화 촉구의 압박이 깊게 내포된 담화였다.

이에 질세라 비건 부장관도 지난 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차례로 만난 뒤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배포한 자료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향해 “낡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능성을 향한 창의적 생각보다는 오로지 부정적이고 불가능한 측면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북한에 되레 창의적 해법을 들고나오라며 반박한 것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메신저’ 김여정의 ‘美 DVD’ 뜬금포
그동안 카운터파트로 알려진 비건 부장관과 최 부상이 ‘책임 전가’ 논쟁을 펼치는 사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신저’ 역할을 하며 북·미 대화 재개 불씨를 되살렸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10일 한 A4용지 4장에 달하는 분량의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올해 안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하면서도 ‘개인의 생각’이라고 전제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이 좀처럼 실현되지 않고 있다.
 
비핵화와 그에 따른 상응 조치를 두고 북·미가 서로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이른바 ‘핑퐁게임’을 무한 반복하는 가운데 북측이 노골적인 ‘남한 패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외교·안보가에서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한반도 평화를 둘러싼 현재의 교착국면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따라 북한의 대미·대남 정책 방향이 결정될 거란 전망이다. 북한도 미국 대선을 바라보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이 달린 미국 대선이 ‘한반도 평화’ 운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미국 대선 전 3차 북·미정상회담 필요성을 언급, ‘중재자 역할’ 기회 모색에 나섰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중재자론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은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정부, 北 의도 정확히 파악 못 하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제1부부장의 담화가 최 부상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담화보다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훨씬 더 열어뒀다고 봤다. 다만 남북 대화 재개에 대해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 정부가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박 교수는 “(6월) 23일 김정은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 결정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한국이 어떻게 한다고 북한이 변화할 것 같지 않다”며 “북한은 언제든지 (한반도) 긴장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최근 ‘북한의 6월 공세: 의도, 의문점, 전망과 대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북한이 남북 관계를 북·미 관계 하위에 두었음을 인정하고, 대북 정책을 재검토해 협상력을 키우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역시 북한이 남북 관계를 북·미 관계의 종속 관계로 본다며, 오히려 북한 스스로가 남북 관계를 주도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이끌어간다는 계획을 하고 있지만, 북한은 남측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한다는 얘기다.

신 센터장은 “(지금 정부는) 대화만 열리면 좋다는 입장이니 북한도 남북 관계를 후순위로 두는 것”이라며 북·미 대화 재개 전까지 남북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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