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앓는 사모펀드] "섣부른 규제 완화가 불씨 키웠다"··· 사모펀드'본질' 고려한 개선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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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0-07-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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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진 사모펀드발(發) 환매 연기 사태를 두고 섣부른 규제 완화 정책이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뒤늦은 수습에 불과해 오히려 전체 사모펀드 시장의 위축을 부를 수 있다는 평가다.
 
◆운용사도, 투자자도 요건 완화··· 금감원 내부서도 '이러면 안된다' 지적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왔다. 당시 금융위는 사모펀드 제도 전반을 손보며 전문투자형(한국형 헤지펀드) 사모펀드는 5억원에서 1억원으로, 경영참여형(PEF) 사모펀드는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투자 금액 요건을 낮췄다. 이와 함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 요건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설립 기준인 최소자본금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당시 금융당국 일각에서도 최소 투자금액 요건을 낮추는 것을 두고 반대 목소리도 있었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당시 규제완화 논의 과정에서 금감원 내부에서 최소 투자금액 요건 완화를 포함한 금융위원회의 규제 개선안에 대해 '이러면 사실상 감독이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었다"며 "다만 정책 결정 과정에 이런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감독 주체인 금감원 내부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배경으로는 당시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 고리 중 하나가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이었던 점이 거론된다. '창조경제'를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에서는 혁신 기업의 자금줄로 사모펀드 시장 육성을 전략적으로 택했다. 벤처·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사모펀드를 통해 민간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방향은 맞았지만, 이 과정에서 투자자 피해를 고려한 정책 설계는 부족했던 셈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노동조합도 최근 성명을 연달아 발표한 성명에서 사모펀드 환매 연기 사태의 '주범'으로 당시 규제완화를 지목했다. 노조는 지난달 25일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 원인은 무분별한 규제 완화"라며 "규제 완화가 국가경제의 묘약이라도 되는 듯 사모펀드와 관련한 안전판을 모두 제거했다"고 비판했다. 금융위가 사모운용사와 사모펀드 전수조사 방침을 밝힌 뒤인 지난 6일에는 "지금 금융위가 해야 할 일은 전수조사라는 전시행정이 아니라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법규를 고치는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제도개선 나섰지만··· 업계서는 시장 위축 우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전체 사모펀드 시장의 위축이 우려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발표된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제도개선안 중 판매사의 책임 강화 방안은 사모운용사들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는 판매사인 증권사가 운용사 펀드 자료의 일치 여부는 물론 운용과정을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운용업계에서는 개선안의 취지는 좋지만 판매사와 수탁사 책임을 대폭 강화하면 비용 증가로 사모펀드 상품 취급 자체가 줄고, 운용사들의 타격도 예상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미 사모펀드 시장은 연이은 환매 연기 사태로 암초에 부딪힌 상태다. 특히 문제가 집중됐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자금 유출이 심각하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한국형 헤지펀드) 전체 설정액은 29조9230억원으로 전월보다 3100억원 가량 감소했다.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 규모는 지난해 최초로 30조원을 돌파했으나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연기 사태를 계기로 성장세가 꺾였다. 올해 초까지 34조원 수준을 유지했으나 4개월만에 4조원 넘게 설정액이 감소하며 30조원선이 깨졌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사모펀드의 '본질'을 살리는 개선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운용 방식이나 상품 구조 자체를 건드리기 보다는 사후 처벌 강화와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를 예방하는 방식으로 규제 방향을 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사실상 공모펀드처럼 대량으로 팔려나간 것이 피해가 커진 근본적 원인"이라며 "무조건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투자자 요건을 보다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사기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이사 윤모씨(오른쪽)와 송모씨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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