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진 죄…與, 다주택자 여론몰이 '징벌적 과세'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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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전환욱 기자
입력 2020-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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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재위·국토위 이해충돌 논란 수수방관

  • "공무원, 주택 처분하라"…구속력 없어

  • 정책실패 국민에 전가…기름 붓는 당정

당·정의 아마추어리즘이 거세게 몰아치는 '초유의 부동산 대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고위공무원에게 전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관련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다주택자 의원에 대한 선제 조치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대신 다주택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징벌적 과세’ 법안만 쏟아냈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앞세운 위헌 논란만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구속력 없는 고위공직자 부동산 매각 조치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각 부처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고위공직자 주택보유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다주택자의 경우 하루빨리 매각하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3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를 통해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 현황(2019년 12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고위공무원·공직유관단체장 등 중앙부처 재직자 750명 중 3분의1(248명)이 다주택자로 나타났다. 2주택자는 196명, 3주택자는 36명, 4채 이상 보유 공직자는 16명이었다.

특히 주거·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고위공직자 16명 중 5명(31%)이 다주택 보유자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고위공무원에 칼을 빼든 이유는 22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 안정은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만 깨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정부 정책을 이끄는 고위공직자가 1가구 1주택을 실천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정부가 솔선수범을 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에 직면하자 애먼 '공무원만 잡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학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무원에게 주택을 처분하라는 지시가 형식적으로 구속력이 없다. 처분을 안 했다고 해서 공무원직을 박탈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다른 식으로 하면 될 것을, 주택 2채, 3채 못 갖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與 '징벌적 과세' 올인··· 다주택자 '가상의 적'으로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국회 기재위·국토위 소속 의원 56명 중 3분의1에 해당하는 16명이 다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민주당 소속 의원은 기재위에 정성호·김주영·양향자 의원, 국토위에 김회재·조오섭·박상혁 의원 등이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거주목적 외의 주택을 팔지 않는다면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에 따라 주거·부동산 입법을 다루지 않는 상임위로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 의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이날 김태년 원내대표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총선 전 약속한 '2년 내 처분·1주택 서약'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정작 이해충돌 가능성이 큰 기재위·국토위 소속 의원들에 대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임위 사·보임 등 실질적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처분하라'는 구호만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은 취득세·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과세에 방점을 찍은 규제 입법에만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다주택자에게 취득세 15%를 물리는 '싱가포르 모델'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종부세율을 기존 최대 3.2%에서 4.0%로 상향하고, 조정대상 지역 2주택자 세 부담 상한을 200%에서 300%로 올리는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강병원 의원은 전날 1년 미만 소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를 기존 50%에서 80%로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날 김현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양도세 80%는 징벌적 조세다. '집을 가진 게 죄'라고 만드는 것 같다"며 "왜 본인들의 정책 실패를 집을 사고 파는 국민에게 전가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팔라고 하는 것부터 잘못됐다. 부동산 문제를 다주택자라는 '가상의 적'을 만들어 놓고 그걸로 여론몰이하다가 결국 자기네들한테 귀착된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쇼를 한 것이고, 국민의 재산을 늘리고자 하는 욕구를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 정권이 사활을 걸고 경주하는 대표 정책인데 상당히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진퇴양난"이라며 "결국 추진하되 물러서진 않겠지만, 속도 조절 여부를 놓고 고심할 것"이라고 했다.
 

참여연대, 국회 기재위.국토위 다주택자 주택 매각 촉구 기자회견. 참여연대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거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다주택자 고위공무원과 국회의원들에게 거주 목적 1주택을 제외한 주택 매각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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