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수요 잡아라"…삼성·SK, 비메모리에 올인

백준무 기자입력 : 2020-06-30 06:58
삼성, 10조 규모 평택파운드리 라인 건설 미세공정 개발 속도…대만 TSMC 추격 SK하이닉스도 자회사 설립 경쟁력 강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4월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반도체 업계가 비메모리 분야에 '올인'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세공정 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팹리스 지원과 산학 협력을 통한 전문 인력 양성으로 '반도체 코리아'의 뿌리를 탄탄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출자한 총 1000억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상생펀드가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해당 펀드는 시스템반도체·파워반도체 중소·중견 설계기업 등을 대상으로 인수·합병(M&A), 마케팅, 해외진출 등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500억원, SK하이닉스가 300억원, 한국성장금융이 200억원을 해당 펀드에 출자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다양한 상생안을 펼치고 있다. '통합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SAFE-CDP)'이 대표적이다. 언제 어디서나 즉시 칩 설계를 시작할 수 있도록 가상의 설계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서버 확장 투자 비용을 줄이는 한편 컴퓨팅 자원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중소 팹리스를 대상으로 공정 기술과 설계 인프라를 제공하는 한편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기술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삼성·SK,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에 총력

삼성전자의 이 같은 노력은 지난해 4월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의 후속 조치다. 삼성전자는 전체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해 시스템반도체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첫 경영행보로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 공정 기술을 보고받은 바 있다. 이달에만 두 차례 DS부문 경영진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개발 로드맵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삼성전자는 미세공정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10조원 규모의 평택 파운드리 라인 건설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월 삼성전자는 경기 화성사업장 극자외선(EUV) 전용 생산라인인 'V1'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V1은 초미세 EUV 공정 기반 7나노부터 GAA(Gate-All-Around) 구조를 적용한 3나노 이하 차세대 파운드리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최첨단 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대형 고객사들을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역시 파운드리 역량 강화에 분주하다. 2017년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설립하고 현재 중국 장쑤성 우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조성하고 있다. 현재 공장 인증 단계에 있으며 연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SK하이닉스가 출자한 특수목적회사가 5300억원을 들여 매그나칩반도체로부터 파운드리 사업부를 인수하기도 했다.

시스템반도체의 일종인 CMOS 이미지센서(CIS) 사업의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자사 CIS를 '블랙펄(Black Pearl)'이라는 이름으로 독자 브랜드화한 데 이어 고화소·고사양 제품을 내놓고 있다.
메모리 편중 체질 개선 목표…다품종 소량 생산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비메모리 분야에 눈을 돌린 것은 메모리 사업에 치우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업황에 휘둘리기 쉬운 메모리 분야와 달리 파운드리 사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물인터넷(IoT), 전기차, 5G,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소형 반도체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파운드리 사업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품종·소량 생산 방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특정 고객사의 사업에 부침이 생기더라도 전체적인 수요의 유지는 가능하다.

차기 공정으로 넘어갈 경우 이전 공장 설비를 처분해야 했던 메모리 시장과는 특성이 다르다는 이점도 있다. 대형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최첨단 공정을 적시에 제공하는 한편, 성능을 덜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들엔 이전 세대의 공정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생산라인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1위는 대만 TSMC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TSMC의 점유율은 51.5%다. 삼성전자는 전분기보다 2.9% 포인트 상승한 18.8%를 기록하며 2위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2022년 3나노 공정의 본격 가동에 나서며 추격의 고삐를 당긴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아주경제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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