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의지 있다” 반년째 되풀이 HDC현산·제주항공... 거래 종료 시한 결국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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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6-26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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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닷새도 남지 않아... 최종 결정 불가능

  • 문제는 돈... 계약 변경없이 성사 어려워

  • 외부 전문가 "책임 있는 자세 필요" 지적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항공업계 빅딜의 최종 결정이 또다시 미뤄진다.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져 닷새도 남지 않은 거래 종료 시한을 맞추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저마다 잃을 것이 많은 상황이라 쉽사리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계약 내용 변경 없이는 거래 성사 어려울 듯
25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달까지 끝내기로 됐던 항공업계 빅딜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날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되풀이했다.

HDC현산과 제주항공은 지난해 말 각각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에 대한 인수 의지를 밝히고 협상을 진행해왔다. 양사 모두 주식 매매계약(SPA) 체결 당시 거래 종료 시한을 이달까지로 정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등 악재를 명분으로 계약 내용의 변경과 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HDC현산은 이달 초 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재협의하기 위해 계약 종결시한을 연장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발송했다. 제주항공은 이날 이스타항공이 주장하는 거래 종결 시점(6월 29일)이 “합의된 바 없다”며 협상이 더욱 길어질 것을 예고했다.

문제는 대내외적인 여건이 지금보다 나아지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데다 우선 인수합병(M&A) 당사자들도 협상 대신 진실공방으로 비판의 목소리만 키우고 있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 9일 재협상을 요청하는 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작년 말 기준 2조8000억원 추가로 인식되고, 1조7000억원의 추가 차입으로 부채가 4조5000억원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산은은 이에 2조8000억원 추가 인식은 현금흐름과는 무관한 장부상 부채 증가와 업황 부진에 따른 차입금 증가(4000억원)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이 지원한 1조7000억원도 한도성 여신으로 다른 부채 상환에도 사용돼 차입금이 순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부실한 자료 제공 등 다른 부분을 두고도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최근 직접 나서 “상호 신뢰가 전제돼야 충분히 안전하게 딜이 끝까지 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을 정도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도 마찬가지 상태다. 이스타항공 측은 지난 3월 말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운항을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 제주항공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셧다운으로 발생한 4∼6월 임금 미지급에 대한 책임이 제주항공에도 있다는 논리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작년 12월부터 조업비, 항공 유류비 등을 장기 연체해 조업사와 정유사 모두 3월 말부터 조업 중단과 급유 중지를 통보했다”며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운항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이스타항공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체불 임금 등 다른 사안들도 첨예하게 양측은 부딪히고 있다. 그사이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지난 2월부터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길거리로 뛰쳐나와 억울함을 호소 중이다.

◆원인은 결국 ‘돈’... “책임 있는 자세 필요”
이 같은 M&A 당사자 간 다툼의 핵심에는 결국 돈이 있다. 인수자 측은 계약 당시 금액보다 조금이라도 덜 주려하고, 반대로 피인수자 측은 손실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인수자 측이 딜을 무산시키기 위한 명분쌓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외부의 시각은 비판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단숨에 국내 항공업계 2위에 오르려하는 HDC현산, 이스타항공을 사들여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를 굳히려는 제주항공이 그 비용을 정당하게 치르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도 말도 안 되는 부실들이 드러났지만, 정작 경영자들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코로나19라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항공업계 빅딜이 아수라장이 됐다”면서 “하지만 외부에서 그렇게 이해할지라도 당사자들은 좀 더 책임감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6일 제주항공은 김이배 대표이사를 사내이사에 신규선임하는 안을 다루기 위한 주총을 연다. 이스타항공은 이날 임시주총을 개최해 신규 이사와 감사 선임안을 다룰 예정이다. 제주항공이 추천한 인사를 선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사진=제주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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