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Corona, First Korea!] ①무게 추 기운 사법권력…‘사법의 정치화’ 우려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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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박경은 기자
입력 2020-06-2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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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대 국회 법조인 출신 46명 배출

  • 진영 논리 따른 주관적 해석 논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선 공천 과정에서부터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이 됐다.” 법조계를 중심으로 전·현직 판사 출신 21대 국회의원들을 보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평가다.

일부 판·검사를 지낸 의원들은 ‘전문성’이라는 명목 하에 검찰 수사와 사법부의 판단에 각자의 개인 의견을 개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사실관계가 부족한 가운데 지나친 진영 논리에 따른 이들의 해석은 수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사법부 판결의 공정성 훼손은 물론 ‘사법의 정치화’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일련의 이 같은 상황은 본인들이 현직에 있을 때 정치권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대목이다. 또 역설적으로 이들이 정계에 뛰어든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정치권은 고소·고발전을 남발하면서 법조계에 정치권의 책임과 역할을 떠넘겨 왔다. 그 과정에서 법조계 인사들이 정쟁의 최선봉에 서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직에서 ‘여의도 직행열차’ 탄 법조인 증가

21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4·15 총선에서 당선된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은 총 46명이다.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법조계는 평균 40여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해왔다. 18대 국회에서 58명으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19대 국회 42명, 20대 국회 49명이 ‘여의도’에 입성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29명, 비례대표 1명 등 총 30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다.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11명과 비례대표 1명 등 총 12명을,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에서 각각 비례대표 1명, 무소속 2명이 당선됐다.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 많은 이유는 환경적인 요인과 정치적인 요인으로 나뉜다. 먼저 국회의원의 ‘무대’인 국회는 입법 활동이 주가 되는 곳이다. 정쟁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론적으론 그렇다. 태생적으로 법률 전문가가 유리한 환경인 셈이다.

변호사의 경우, 지역구에 법률사무소를 차리면 ‘영업 활동’이 곧 ‘지역구 관리’가 되는 측면도 있다. 꼭 영리 활동이 아니어도 무료 변론 등을 통해 지역 내 인지도와 신망을 얻을 수 있다.

시대가 바뀌다 보니 사법고시가 아닌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국회의원들도 탄생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남국(안산 단원을), 박상혁(경기 김포을) 의원은 변호사시험 1회 출신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는 검·경수사권 조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주요 이슈와 맞물려 현직에서 바로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후보들이 유독 많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적폐청산을 외치다 보니 그동안 법조계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이 사실”이라며 “우려가 있었지만, 총선에서 중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선거공학적으로도 미래통합당 지역구의 현역 법조인 출신을 꺾기 위해 ‘자객 공천’이 많이 진행된 것도 작용했다”고 했다.

◆전문가 “이해충돌 가능성··· 유예기간 둬야”

가장 큰 비판은 국민 전체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특정 직군이 과도하게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의료계 출신은 의사 출신 당선인이 2명, 치과의사 1명, 간호사 2명, 약사 4명으로 9명에 불과하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는 “다른 직군에 비해 법조인 비율이 너무 높다”면서 “국민의 대표라고 하는데 ‘과다대표’된 측면이 있다. 각계각층 골고루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구조적으로도 현직 중에서 정치 성향이 강하거나, 본인들의 정치적 목적을 갖고 정계에 뛰어든 것 아니냐”면서 “그렇기 때문에 사법 이슈와 관련해 어떤 형식으로든 개입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법조인 출신들은 각종 입법 과정에서 법조계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면서 “비판도 하겠지만, 결국 한 발 더 들어가면 제 식구 감싸기로 나타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특유의 엘리트 의식과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면서 “정치적 훈련이 부족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는 점 등 중장기적으로 정치적 폐해가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법조인들을 무조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배치하는 관행은 이해충돌 가능성이 다분하다”면서 “현직을 떠난 뒤에 일정기간 국회 입성을 유예하는 제도적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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