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동맹 히든카드 된 삼성SDI, 배터리 업계 득실 계산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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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 기자
입력 2020-06-2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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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대그룹, 미래차 시장서 '전략적 동반자' 행보 속 은밀한 경쟁

  •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기술 보유...미래차 동맹 히든카드

  • LG화학, 현대차와 긴밀한 협업...글로벌 1위 배터리 굳힌다

  • "배터리 넘어서 미래차 협력 가능성 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 내연 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25년에 200조원 시장으로 성장, 규모 면에서 반도체 시장을 추월할 것이 확실시된다. 전기차 사업에 모두 연관된 국내 4대 그룹은 경쟁자이자 '전략적 동반자'로 관계를 맺고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각오다. 겉으로는 현대차와 국내 배터리 3사의 협력이지만, 속으로는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은밀한 경쟁'을 하는 모양새다.
 

4대그룹 전기차 사업 현황.[그래픽=김효곤 기자]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기술 보유··· 미래차 동맹 히든카드 부각

현대차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 외에 삼성SDI를 공급사로 확보해서 배터리 업체와의 관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전략이다. 기본적으로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업체의 고객사이기 때문에 상대적 우위에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터리 업체의 몸값도 높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발단계부터 수년간 협업해야 하는 전기차 산업 특성상 당장은 삼성SDI가 LG, SK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25년 이후 미래차 시장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삼성SDI의 존재감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삼성SDI는 BMW, 아우디 등 글로벌 완성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지만 현대차에는 공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회동이 있었던 만큼 조만간 삼성SDI 배터리가 현대차에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

2025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는 현대·기아차는 가능한 한 배터리 공급사 다변화도 해야 한다. 이에 삼성SDI가 보유한, 1회 충전에 800㎞를 주행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은 현대차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부회장은 "현대차가 2025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 3사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에서도 일자리 창출과 리쇼어링을 강조하는 만큼 현대차가 국내 배터리 3사와 협업을 이어가기 위해 방문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LG화학, 현대차와 긴밀한 협업··· 글로벌 1위 배터리 굳힌다

GM, 아우디 등 굵직한 완성차 업체와 협업을 하고 있는 LG화학은 현대·기아차 물량까지 대거 받아서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로서 입지를 굳힌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과 경쟁하고 있다.

글로벌 톱티어 배터리 공급사인 LG화학은 진작에 현대차와 긴밀한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 대표의 회동으로 LG화학은 현대차와 더욱 긴밀한 협업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주 잔고만 150조원이 넘는 LG화학은 업계 최초로 한국, 미국, 중국, 유럽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지속적인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서 2024년까지 현재 매출액(30조원)의 두 배인 6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올해도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3조원 규모의 투자에 나선다.

LG화학은 GM, 중국 지리자동차 등과도 합작사를 만들고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GM과 각각 1조원을 투자해서 합작법인을 만들고, 향후 연간 30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지리차와도 약 1000억원을 투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 공장은 내년까지 10GWh의 생산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올해 말까지 LG화학은 전기차 20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100GWh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120GWh로 증설된다.
 
◆"배터리 넘어서 미래차 협력 가능성 있어"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연이어 배터리 업체를 방문하면서 '미래차 동맹'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자율주행차를 포함해서 다양한 미래차 분야에서 협업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대차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새롭게 꾸려야 한다"며 "하만을 보유한 삼성과 전기차 기술을 갖고 있는 LG, 통신사업을 보유한 SK인 만큼 이들과의 협업에선 배터리에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8000여개 부품업체 가운데 전장부품을 생산하는 곳은 전체의 1.3%인 100개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일본 도요타가 1차 전장부품업체만 300개가 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이에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가 중심이 돼 부품산업 생태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SDI 배터리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를 향후에는 현대차가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는 독일 인피니언 반도체를 대부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사가 협업을 하는 트렌드"라면서 "한국에서도 늦었지만 현대차가 중심이 돼 준폐쇄적인 부품산업 생태계를 개방형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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