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北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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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인텔리전스학과 특임교수
입력 2020-06-20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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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교수]



북한은 지난 6월 4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비난을 시작으로 하여 남북관계를 적대관계로 규정한후 그동안 청와대에 대해 온갖 막말과 협박을 퍼부었으며, ‘서울 불바다’ 까지 다시 거론하는 등 한반도를 긴장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급기야 북한은 6월 16일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화해의 상징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지난 3년간의 남북관계를 깨버렸다. 6월 17일 북한군 총참모부는 금강산 관광지구, 개성공단, 비무장지대 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겠다는 군사분야 지침을 공개했다.

북한의 협박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자 향후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으며, 청와대는 물론 통일부, 군에서도 북한에 대해 강경 발언을 하고 있다. 남북관계 분위기가 평창동계올림픽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꼬투리 잡아, 문재인 정부를 협박하고 길들이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대선에 몰두하고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코로나19 충격에 빠져 있는 주변국가들의 주목을 다시 끌기 위해 한국정부 재산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고강도의 충격요법을 사용하였다.

이번 사태 발생의 배경을 살펴보면, 북한은 그동안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미북정상회담을 하였으나 UN의 대북제재를 풀지 못하였으며, 최근 코로나 19사태로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경제난이 더욱 심각해지자, 북한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대남 강경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북한은 한국에 분풀이하면서 미국에 불만을 전달하고자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도발 중단을 지난 3년간의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고 있으며, 북한이 대선기간에 ICBM 발사 등 도발행위를 하지 않도록 관리 차원에서 미․북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소극적인 태도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UN의 대북제재를 풀어달라고 미국에 강력하게 시위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인해 다시 불거진 한반도 긴장상황을 놓고 현 상태에서 문제점을 진단해보자.

첫째, 지난 3년간 북한의 비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은 겉으로 비핵화를 추진할 것처럼 연출하였으나, 실상은 핵탄두 보유 개수를 증가시켜 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북한의 목적은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문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은 실패했으며, 북한에 시간만 벌게 해준 결과를 초래하였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실종되었고, 북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추진해왔던 대북 유화정책도 더 이상 설득력이 없게 되었다. 이제 정부는 북한에 대한 환상을 떨처버리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둘째, 북한이 노골적으로 협박하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만약 앞으로 정부가 굴복하여 금강산 관광 등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사태가 더욱 악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가 미국과의 공감대 형성 없이 독자적으로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한다면, UN의 대북제재로 한․미간 갈등이 야기될 것이다. 그리고 북한에 더욱 끌려다니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셋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한국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재산이다. 북한의 폭파 행위는 매우 도발적이며 명백한 재산권 침해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한편 향후 서해 NLL, DMZ 등에서 예상치 못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일어날 수 있고, 미국을 겨냥한 SLBM, ICBM 발사도 예상되어 걱정스럽다.

앞으로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정부는 그동안 추진해온 대북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어야만 한다.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보이고,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하여 지상, 해상, 공중에서 국민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북한의 비핵화에 초점을 맞춘 대북정책을 차분하게 다시 짜야 할 것이다.

고조되는 한반도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미․중 간의 갈등,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북정책 등을 놓고 미국과 엇박자를 보여왔다. 특히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정부가 남북경협을 통해 남북관계를 먼저 개선한 후 미북관계를 견인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온데 반해, 미 정부는 “남북협력은 반드시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관계로 몰고 가고 있는 만큼, 정부는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미국과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의 대북 유화정책 대신 UN의 대북제재를 지렛대로 삼아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해야 한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 추진만이 UN의 대북제재를 풀어줄 수 있는 길이다’ 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특히 한․미․일 안보공조체제 구축을 통해 북한의 무력도발을 사전 봉쇄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대선을 불과 4개월 남짓 남겨놓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미 정치권에서는 대선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다. 지금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풀기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오는 11월 3일 미 대선이 끝나고, 내년 1월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최근 미 대선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 만일 조 바이든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은 트럼프 정부와 사뭇 달라질 것이다.

정부가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한반도에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군의 방위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미국과의 협조체제를 강화하여 만일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발생할 경우, 한․미 합동으로 강력하게 군사적 응징을 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또한 우리 국민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의 실상을 깨닫고 안보의식을 확고히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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