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시대의 주도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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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인텔리전스학과 특임교수
입력 2020-06-0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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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교수]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5개월 동안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되었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몸에 배어 사람들을 직접 대면하는 것이 두렵거나 불편해졌다. 생활 패턴이 과거와 달리 상당히 많이 변화되었다.

사회 전반에 걸쳐서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초․중․고는 물론 대학교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방식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겼다. 교회에서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예배를 보게 되었고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 향후 최소 5년에서 10년 사이에 전 직원의 절반이 재택근무를 할 것이라고 한다

영화관을 가는 대신 집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보며, 유명 가수들과 모델들이 온라인에서 콘서트와 패션쇼를 하고 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물론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도 온라인 라이브 패션쇼를 새로운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사람들은 직접 만나는 것보다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소통한다. 그동안 야구, 농구, 축구 등 스포츠 경기가 중단되었는데, 최근에 한국프로야구(KBO) 리그가 무관중 상태에서 개막 경기를 하였다.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 생활 속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기존 전통산업이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 제조업들은 공장 가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중소상공인들의 매출은 급격히 떨어졌고, 식당들이 손님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자영업자들의 폐업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숙박․음식업에서만 일자리가 21만개가 줄어들었으며 지난 4월 제조업 분야에서 실업급여 신청자가 2만 2000명 늘어났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도 지난 4월 적자로 돌아섰는데, 그 이유는 코로나19로 우리나라의 해외수출시장 여건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도 소비자의 온라인 이용 비중 증가로 대형 유통업체들의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으며, 롯데와 이마트 등은 자구책으로 온라인 중심의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항공산업과 여행업은 손님들이 급격히 줄어들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사람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금년도 1/4분기에 각각 6,920억원, 5,4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리고 저가항공사들도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4분기에는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도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백화점인 J.C. 페니가 최근 코로나19 충격을 견디지 못해 파산보호 신청을 하였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도 지난 1/4분기 매출이 떨어지고, 영업이익이 급감하였다. 폭스바겐의 1/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81% 급감했으며, 다임러의 영업이익도 68.9% 나 줄어들었다

전세계적으로 전통산업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반면, 첨단기술 기반의 비대면 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여기서 비대면(untact)는 “기술 발전을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가 접촉 없이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경향”을 말한다.

오프라인 대형마트 대신 온라인 쇼핑몰이 각광을 받고 있으며, 식당을 직접 가는 대신 스마트폰의 음식 앱을 활용한 배달 문화가 더욱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또한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문화가 생활 속에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최근 미국 IT업계의 혁신 아이콘인 아마존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주문이 급증하자, 오히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호재를 만났다. 또한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도 사람들의 외부활동 감소에 따른 수혜를 입고 있다.

지금 실리콘밸리에서는 원격 화상회의가 각광을 받고 있으며, 화상회의 스타트업인 Zoom이 급부상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도 앞으로 전망이 좋은 화상회의 시장에 가세하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각국은 안면인식, 로봇 등 최첨단 기술을 코로나19 확진자 감시활동에 이용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센스타임, 이투커지, 메그비 등 스타트업들의 안면인식 기술을 범죄 용의자 검거에 적극 활용해왔고, 미국의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인공지능 로봇인 스폿을 코로나 치료 현장에 투입하였다.

의료분야에서도 원격진료의 필요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인구에 비해 의료시설이 턱없이 부족하여 원격진료기술 발전을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스타트업인 핑안굿닥터는 3억1520만명의 이용자 수를 기록하고 있고, 미국의 비대면 의료 플랫폼인 텔라닥도 430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원격진료는 불법이며, 산간오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 정도가 실시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망자들이 발생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니즈를 바꾸어 놓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소비자를 충족시켜주는 비대면 산업의 필요성이 증가하게 되었다. 따라서 인공지능, IoT, 자율주행,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기술을 주도하는 혁신적인 IT기업들이 앞으로 더욱 각광 받을 것이다. 소비자의 비대면 욕구를 충족시킬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들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최근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미래첨단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다가오는 미래사회에 대비하여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해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기술개발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스타트업들도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도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여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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