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美 차기 정부 대북 접근방식은 바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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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인텔리전스학과 특임교수
입력 2020-04-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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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교수]


지난 4월 8일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경선 선거운동을 중단함에 따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었다. 오는 11월 3일 열릴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맞대결하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향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접근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36년 간 상원의원을 지낸 외교안보 전문가로 오바마 대통령 시절 8년간 부통령을 하면서 오바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로 말할 수 있는데, 이것은 “과도한 대응을 자제하며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의미이다.

오바마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실무진들의 협상 과정을 중요시하였으며, 신중하게 접근하였다. 바이든 후보는 선거유세 과정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맹렬히 비난하였으며, “전제조건 없이 김정은을 만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김정은을 만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바이든 후보가 만일 집권할 경우에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왔던 대북정책을 뒤집는 ‘ABT (Anything But Trump)’라는 입장을 취할 것이다. 미국 조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데 대한 비판여론이 크다. 따라서 트럼프 정권이 교체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top-down 방식의 미북정상회담이 또다시 열릴 가능성은 없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합리적이고 원칙을 중요시할 것이다. 미․북 간의 대북협상은 전통적인 외교협상방식(bottom-up)으로 진행될 것이며, 미북정상회담 개최도 북한의 비핵화 합의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UN을 중심으로 한 대북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조지 W. 부시 정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민주당 정권이었던 클린턴 정부가 1994년 10월 21일 미․북 간의 제네바 합의를 체결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리고 클린턴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였다. 200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승리하여 정권이 교체되자, 미북관계는 돌변하게 되었다. 네오콘들이 주도했던 조지 W. 부시 정부는 출범후 대북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클린턴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는 ‘ABC (Anything But Clinton)’라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폐기하고 대북 압박정책을 추진하였으며, 북한에 대해 ‘악의 축(axis of evil)’ 이라고 비난하였다.

트럼프 정부는 2018년 이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대북 유화정책을 추진해왔다.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top-down 방식의 미북정상회담을 두 차례 개최하였으며, 2019년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깜짝 회동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네 차례 방북하였고,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도 백악관을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미․북 정상 간에도 계속 서신왕래가 전개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관계를 과시하고 있고,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용인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장담했던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로 이루어진 두 차례의 미북정상회담에서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한반도의 최대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정상회담이란 히든카드를 남발하고 김정은 정권에 합법성만 부여하는 실책을 범했다. 트럼프 정부의 top-down 방식의 대북 유화정책은 실패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일했던 존 켈리 전 비서실장, 존 볼턴 전 안보보좌관 등도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은 실패했으며,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에는 기존 대북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해결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2기 정부는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 지금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top-down 협상방식을 선호해 왔는데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트럼프 정권이 외교적 성과 도출에 급급할 경우 또다시 기존 top-down 방식의 미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스몰 딜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우리나라 총선 전날인 4월 14일에도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김정은 정권은 미국 대통령선거 전후로 미국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 미국을 자극할 만한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하여 미국의 차기 정부와 협상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 하려들 것이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오는 11월 대선까지 북한이 미국에 대해 추가적인 도발행위를 하지 않도록 미북관계를 현 상태로 잘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북대화는 미 대선까지 소강상태로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관계에 있어 대선에 도움이 될 만한 이슈가 생긴다면 이를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미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미국은 한․미․일 안보 공조체제를 근간으로 하여 UN의 대북제재를 큰 틀로 하는 대북압박 정책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하여 북한을 완전한 비핵화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

한․미 양국은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해서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한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안보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6.25전쟁에 참전하여 많은 희생자를 낸 우리의 혈맹국가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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