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연설비서관, 진중권 전 교수와 ‘시(時)’로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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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0-06-1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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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스북에 기형도 시인 ‘빈 집’ 올려

  • ‘빈 꽃밭’ vs ‘빈 똥밭’으로 서로 겨냥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국민공부방 제1강 '우리 시대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1일 ‘시’로 설전을 벌였다.

신 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형도 시인의 ‘빈 집’을 차용한 듯한 ‘빈 꽃밭’이라는 제목의 시 한 편을 올렸다. 신 비서관은 “어느 날 아이가 꽃을 꺾자 일군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면서 “아이는 더 많은 꽃을 꺾었고 급기야 자기 마음속 꽃을 꺾어버리고 말았다”고 적었다.

여기서 ‘아이’가 누구인지 특징짓지는 않았지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남이 써준 연설문을 읽는 의전대통령’이라고 말한 진 전 교수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시인 출신의 신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연설문을 맡고 있다. 그는 한양대 국문학과 재학 시절 같은 대학 1년 후배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학생운동을 했다. 당시 임 전 실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이었고 신 비서관은 전대협 문화국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앞서 진 전 교수는 10일 문 대통령에 대해 “남이 써준 연설문을 그냥 읽고 탁현민이 해준 이벤트를 하는 의전대통령이라는 느낌이다. 참모들에 의해 만들어진 느낌”이라며 “대통령한테 크게 기대할 거 없다. 나도 대통령 비판은 의미가 없어서 안 한다”고 비판해 여권 인사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신 비서관은 원작의 ‘사랑을 읽고 나는 쓰네’라는 문구를 변형해 “꽃을 잃고, 나는 운다”고 글을 남겼다. 진 전 교수가 문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문자향이여 안녕, 그림은 그림일 뿐, 너를 위해 비워둔 여백들아 도자기 하나를 위해 가마로 기어들어 간 예술혼이여 맘껏 슬퍼해라”고 했다.

또한 “꽃을 피워야 할 당신이 꽃을 꺾고 나는 운다, 헛된 공부여 잘 가거라”면서 “즐거움(樂)에 풀(艸)을 붙여 약(藥)을 만든 가엾은 내 사랑 꽃밭 서성이고 울고 웃다가, 웃다가 울고 마는 우리들아”라고 적었다.

신 비서관은 “통념을 깨는 곳에 아름다움이 있었다. 부조화도, 때론 추한 것도 우리들의 것이었다”면서 “숭고를 향해 걷는 길에 당신은 결국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지만 꽃을 잃고, 우리는 울지 않는다”고 적은 뒤 시를 마무리했다.

이에 진 전 교수도 신 비서관의 글을 ‘패러디’하며 곧바로 반박했다.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빈 똥밭-신동호의 빈 꽃밭을 기리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진 전 교수는 “어느 날 아이가 똥을 치우자 일군의 파리들이 아우성을 쳤다. 아이는 더 많은 똥을 치웠고 급기야 그들 마음 속의 똥을 치워버리고 말았다”면서 “똥을 잃은 그가 운다. 출세 하나를 위해 기와집으로 기어들어 간 예술혼이여 맘껏 슬퍼해라”라고 남겼다.

그는 “같이 쌀 줄 알았던 아이가 똥을 치우니 그가 운다, 몹쓸 공부는 잘 가라며”라며 “똥냄새 나는 곳에 아름다움이 있었다. 추한 똥도, 때론 설사 똥도 그들의 것이었다”고 힐난했다.

진 전 교수는 “청결을 향해 걷는 길에 아이는 결국 청소하다가 지쳐 주저앉았지만 똥을 잃고도, 파리들은 울지 않는다. 똥 쌀 놈은 많다며 울지 않는다”면서 “아이는 문득 기형도가 불쌍해졌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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