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당 주관 국회토론회서 “질병청, 무늬만 승격 안돼” 정부향한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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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20-06-0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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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 복지부 겨냥…“질본 체계 개편 과정서 해괴망측한 시도”

  • 전문가들 "인사ㆍ예산 포함 감염병 대응 연구기능 강화 기본"

9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질병관리청, 바람직한 개편방안은?’ 토론회 모습.[사진=김태림 기자]


‘무늬만 승격’ 논란을 빚은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개편에 대해 의료 전문가들이 쓴소리를 내뱉었다.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되 핵심 연구기관은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옮기는 내용을 담은 조직개편안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또 대권잠룡 가운데 한명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도 “연구기관을 다른 데로 옮기려고 한다거나 인원과 예산을 오히려 줄이려는 해괴망측한 시도가 있었다”며 복지부를 겨냥했다.

9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질병관리청, 바람직한 개편방안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청 승격을 위해선 인사와 예산은 물론 감염병 대응을 위해 연구기능 강화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보건기능을 관리할 제2차관이 신설되면 질병관리청장(차관급)과의 갈등요소가 생길 수 있다”면서 “(지금 정부조직개편안으로는) 예산권과 인사권에 독립성을 보장할 뿐 감염병, 만성병 정책과 관련한 이관 등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어 현재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국립보건연구원이 보건복지부 산하가 되면 질병관리본부 내 새로운 연구 조직을 구성해야 하는데 두 연구기관의 역할이 중복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립보건연구원은 현재 질병관리본부의 기능과 연관된 연구를 중심으로 매칭해 업무를 추진 중인데 현 상황에서의 이관은 질병관리본부의 연구기관뿐 아니라 정책기능을 훼손시킨다”면서 “(질병관리청이) 미국국립보건원(NIH)처럼 연구개발 전체를 관장하는 구조로 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윤 서울대학교의대 의료관리학 교수 역시 “(국립보건원이 보건복지부로) 이관되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오히려 질병관리청의 기능 강화를 위해 감염병관리센터를 감염병관리국과 예방접종관리국, 의료감염관리국 등으로 확대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시행한 연구 중 질청이 필요로 하는 내용의 연구 비중은 지극히 작았다”며 “연구원을 복지부로 이관하려면 연구원을 제대로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보건복지부 산하의 청 승격으로는 부족하며 국무총리실 산하 ‘질병관리처’로 승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 교수는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가 시행될 경우 결국 2차관(보건 담당 차관)이 질병관리청에 여러 가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서로 간섭하다 콘트롤 타워 문제가 생겨 한 번에 할 일을 두 번, 세 번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이 경우 질병관리청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없어 차라리 현 질병관리본부 체제가 낫다”고 일갈했다.

또 그는 “질병관리본부가 지방조직을 제대로 가지고 있다면 쿠팡물류센터 등 최근 소규모 집단감염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국무총리 산하의 질병관리처가 돼) 전국 보건소를 직접 컨트롤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행정안전부가 지난 3일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면서도 질병관리본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을 확대해 보건복지부로 옮긴다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틀 후인 5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립보건연구원의 보건복지부 이관 문제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 정부가 관련 논의에 들어갔다.

앞서 이 위원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질병관리본부) 체계 개편 문제를 다룰 때라고 봤는데 중간에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연구기관을 다른 데로 옮기려고 한다거나 인원과 예산을 오히려 줄이려는 해괴망측한 시도가 있었다”며 보건복지부를 겨냥해 말했다.

이어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가 눈물로 지적하고 호소해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이고, 대통령도 매우 감수성 높게 대처해줘서 그나마 이상한 길로 많이 가지는 않았다"며 "토론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개편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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