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中웨강아오 금융통합 '속도'...홍콩에 毒일까 藥일까

배인선 중국본부 팀장입력 : 2020-06-04 02:00
주식·채권 이어 펀드도 통(通)한다···中자본시장 국제화 '이정표' 미·중 갈등에···속도내는 홍콩·본토 금융 통합 움직임 '글로벌 금융허브'에서 '중국의 돈줄' 전락 우려도
중국이 홍콩·마카오·광둥성을 묶은 ‘웨강아오(粤港澳) 대만구(大灣區)’ 경제권이 중국 금융 개방·개혁 실험장으로 떠올랐다. 다시 말하면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도시 홍콩과 중국 본토 금융시장이 더 긴밀히 연결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홍콩의 중국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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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강아오 대만구란? 미국에 맞설 '중국판 실리콘밸리'

웨강아오 대만구 계획은 중국 주장(珠江)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 일대의 광둥성 9개 도시인 선전(深圳)·광저우(廣州)·주하이(珠海)·둥관(東莞)·포산(佛山)·후이저우(惠州)·중산(中山)·장먼(江門)·자오칭(肇慶), 그리고 특별행정구인 홍콩·마카오 경제를 통합해 세계적인 베이(Bay) 경제권을 조성하는 것이다. 2017년 3월 리커창 중국 총리가 양회에서 처음 언급했다.

광둥성의 기술혁신과 제조업 경쟁력, 홍콩의 금융 경쟁력을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촉진해 실리콘밸리에 대적하겠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 고조 속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에 맞서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키우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야심찬 계획으로 볼 수 있다.

웨강아오 대만구 전체 11개 도시 경제를 모두 합치면 약 1조5000억 달러로, 세계 경제(GDP 기준) 14위인 스페인과 맞먹는다. 인구는 7000만명이 넘는다.  중국 21세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웨강아오 대만구는 중국 전체 면적의 0.6%, 전체 인구의 5.1%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 전체 GDP의 12%를 담당하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소재한 샌프란시스코 베이, 뉴욕 베이, 도쿄 베이 등 전 세계 3대 베이 경제권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주식·채권 이어 펀드도 통(通)한다··· 中자본시장 국제화 '이정표' 

최근 중국 지도부는 웨강아오 대만구에 대한 금융 지원책도 쏟아냈다. 이곳에서 위안화 자유태환, 금융상품 교차 거래, 투자·대출 편리화 등의 금융 개혁조치를 시행하기로 한 것. 지난달 중국 인민은행,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외환관리국 4개 부처가 공동으로 발표한 웨강아오 대만구 금융지원책에 대한 의견이 그것이다.

구체적으로 웨강아오 대만구에서 광둥성과 홍콩·마카오 금융 펀드상품을 서로 교차 매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른바 '리차이퉁(理財通)'이다.

중국 본토와 홍콩 거래소에서 주식을 서로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후강퉁'과 '선강퉁', 그리고 중국과 홍콩 채권시장 간 교차거래를 허용한 '채권퉁' 개통에 이어 중국 자본시장 국제화의 또 하나의 이정표적 사건으로 여겨졌다.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금융상품 투자 선택지를 넓힐 수 있고, 홍콩으로선 중국 본토 자금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웨강아오 대만구엔 중국 본토의 고액 자산가들이 대거 몰려 있다. 중국 후룬 부자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광둥성의 1000만 위안(약 17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액자산가는 28만5000가구에 달했다. 600만 위안(약 1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부자도 67만9000가구로, 중국 전체에서 차지한 비중이 17.3%였다. 이들이 홍콩에 소재한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판매하는 다양한 금융상품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현재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공인한 펀드 상품은 2135종으로, 주식·채권 등 각종 금융상품에 약 1조7800억 달러어치를 투자하고 있다. 

또 중국은 웨강아오 대만구를 사모투자펀드의 국제투자 시범지역으로 지정해 사모투자·벤처투자 시장을 적극 키우기로 했다. 이는 웨강아오 대만구에 소재한 첨단기술 벤처기업의 든든한 자금 밑천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일정한 조건을 갖춘 외국 금융기관들이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웨강아오 대만구의 사모펀드나 벤처펀드에 투자하도록 허용했다. 또 반대로 일정한 조건을 갖춘 외국 금융기관이 웨강아오 대만구에서 자금을 모집해 해외에 투자할 수 있도록 시범적으로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선전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걸 광둥성 지역 전체로 확대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광저우에는 친환경 선물거래소를 설립해 탄소배출권 거래도 시도하기로 했다. 

홍콩금융발전국 대변인은 "홍콩 금융서비스업이 대만구 건설 발전에 적극적 역할을 함으로써 홍콩의 글로벌 금융허브의 지위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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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속도 내는 홍콩·본토 금융 통합 움직임 

중국이 이처럼 웨강아오 대만구에서 금융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건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의 금융 경쟁력을 적극 활용해 광둥성과 홍콩의 금융시장을 긴밀히 연결하려는 것이다. 홍콩을 '돈줄'로 삼아서 웨강아오 대만구에서 첨단 기술 산업 발전을 위한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도움이 된다. 

SCMP는 "홍콩과 중국 본토 금융시장의 융합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중국 금융창구로서 홍콩의 역할이 한층 더 진화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를 긴밀히 연결해 줄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특히 미·중 갈등 고조와 글로벌 경기 침체 위기 속에서 웨강아오 대만구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쉬치위안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 금융시장 개방의 선봉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웨강아오 대만구 금융산업 발전 잠재력도 크다. 중국 21세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와 비교해 웨강아오 대만구 전체 GDP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66.1%다. 실리콘밸리 72.1%에 못 미친다. 현재 웨강아오 대만구엔 두 증권거래소가 소재하고 있다. 선전거래소,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시가총액을 합치면 약 6조2200억 달러에 달한다. 

최근 홍콩 보안법 사태로 홍콩이 불안정한 것도 중국이 웨강아오 대만구 금융통합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중국 지도부의 홍콩 보안법 제정 강행으로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에 따라 부여받은 홍콩의 고도 자치권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미국은 중국 본토와 별도로 홍콩에만 제공했던 관세, 무역,투자 등 방면의 '특혜'를 박탈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후이만 증감회 주석은 지난 1일 회의에서 "중국 본토와 홍콩 자본시장과의 협력을 강화해 함께 각종 리스크와 도전에 대응하고 홍콩과 본토 자본시장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허브'에서 '중국의 돈줄' 전락 우려도

다만 홍콩에서의 '차이나머니' 영향력 확대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홍콩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것도 중국 경제와의 통합 가속화 우려에서다.

일국양제에 따라 홍콩은 중국과 별도로 고도의 자치권을 갖고 있는 자유로운 경제체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중국과의 차별성이 옅어졌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이미 홍콩 신용등급을 'Aa3'로 강등했다. 중국(A1)과 한 단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펴낸 '2020년 경제자유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180개 조사 대상국 중 홍콩이 올해 2위를 차지했다. 홍콩은 1995년 이후 줄곧 1위를 놓치지 않았는데, 올해는 싱가포르에 밀렸다. 

최근 침체된 홍콩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것도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중국 본토 기관, 개인투자자가 홍콩 증시에서 모두 353억 달러(약 43조원)어치 주식을 순매입했다. 2017년 이래 최고치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혜를 박탈하면, 홍콩은 '글로벌 금융허브'가 아닌 '차이나머니'에 기대어 연명하는 '중국의 돈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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